남북관계.북핵진전, 뜨거운 한반도

국내적으로는 대선 열기에 가려졌지만,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속도를 내면서 연말 한반도 정세도 달궈지고 있다.

북한의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김양건 통일전선부 부장과 미국의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태평양 정책을 총괄하는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29일 같은 날 서울에 도착하는 게, 한반도 정세를 움직이는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두 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며 상호작용하는 최근 양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양상 속에서 북한은 최근 ‘2008 대망론’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앞날에 대한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2.13합의의 “2단계 조치가 이행되면 다음 단계의 행동을 일으키는 2008년에는 그야말로 조선반도와 동북아시아 정세의 격동이 예상된다”며 “모든 참가국들이 자기들이 지닌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막바지 작업을 다그쳐 가야할 시점”이라고 말한 게 그렇다.

조선신보 뿐 아니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의 논설 등 북한 언론매체들의 보도나 북한 당국자들의 언급과 적극적인 대남, 대미행보에서도 이런 점이 감지된다.

우선 북미관계를 보면, 미 정부 관계자들이 주축이 된 북핵 불능화 실사단이 27일 방북, 2박3일간의 일정으로 영변에서 핵시설 불능화 작업의 진행을 점검하고 있다.

곧이어 연말 시한을 앞둔 핵프로그램 신고관련 문제를 풀기 위해 힐 차관보가 내달 3∼5일 사이에 하루 또는 이틀 일정으로 방북한다.

힐 차관보는 방한 직전 일본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방북 때 북측이 신고 초안을 건넬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북한이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제출할 것이라고 답했으나,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이 신고 초안을 제시할 준비가 돼 있는지는 모르지만 힐 차관보에게 개략적이거나 어떤 방식으로든 신고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 해도 놀랄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관건은 제2차 북핵위기의 출발점이 됐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문제를 과연 북미 양측이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하는 대목이다.

조선신보는 지난 26일 “신고과정에서 사실 은폐를 우려하는 분석가들은 낡은 관념에 사로잡혀…조선(북한)이 속셈으로는 비핵화를 달갑지 않은 일로 여기고 있다고 말”하지만, 이는 “사실과 전혀 어긋나는 주장”이라고 말해 북한의 성실 신고 입장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힐 차관보는 역시 일본에서, 북한의 핵신고는 “하룻밤 사이(in one day)에 이뤄지는 일이 아니라 일련의 과정”이라며 북한이 초안을 내놓으면 초안에 대한 논의를 통해 조정.보완이 이뤄져 연말까지 완전한 신고가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것이 “완전한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북한을 비난하는 상황이 돼 위기를 맞는 것”을 피하고 “북한과 협력 속에 북한의 핵프로그램에 대한 완전한 이해와 투명성을 확보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신고 문제가 큰 가닥을 잡으면 곧바로 중국 베이징에서 6자회담 수석대표회의가 열려 6자 외교장관회담과 다음 단계 문제를 논의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힐 차관보의 방북이 성과를 거둔다면 올 연말 불능화 작업을 끝내고 북핵문제는 미답의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을 전망이다.

북핵문제가 이같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중대고비를 맞고 있는 가운데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의 남측 방문도 남북관계의 한 고비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당국자는 김양건 부장의 방남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으나, 최근 남북총리회담 이후 그 합의와 남북정상선언에 따른 각종 남북 실무회담과 접촉이 활발하게 열리고 있어 김영간 부장이 이번 방문기간 이재정 통일부 장관과 김만복 국가정보원장을 만나 회담하고, 노무현 대통령을 면담하는 결과가 주목된다.

김 부장은 남한에서 대북 경협업체를 시찰하고 인천경제자유구역, 대우조선소 등을 방문할 예정이어서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서해평화특별협력지대, 개성공단, 해주특구 등의 추진 의미와 파급효과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번 김 부장의 방문을 통해 정상회담과 총리회담의 합의 이행의지를 재확인하고 앞으로도 남북관계가 흔들려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려는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힐 차관보도 만날 예정이어서 북미간 간접대화도 이뤄지는 셈이어서 김양건 부장이 전할 메시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이 최근 들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결단’을 강조하고 있는 것과 관련,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북한은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빠르게 진전되는 이 상황을 어떻게든 유지하고 싶을 것”이라며 “그런 연장선에서 김양건 부장의 방문은 정상회담과 총리회담의 합의가 지속되고 구속력있게 이어질 수 있기를 바라는 의지도 담긴 것”이라고 분석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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