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법 적용될 합의 나올까

남북이 제13차 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협위)에서 지난해 시행된 남북관계발전법에 따라 발효 절차를 밟아야 하는 첫 합의문을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런 관심은 지난해 6월30일 시행된 남북관계 발전법에서 기인한다.

이 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남북합의서를 체결.비준하며 국회는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남북합의서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남북합의서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 갖도록 한 것. 국무회의 상정 전에 법제처 심사도 받도록 했다.

이런 절차를 거쳐 대통령이 공포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북 간 합의서도 국내법 수준의 절차를 밟게되면서 그 격이나 합법성이 제고된 셈이다.

그러나 종전에 필요없던 법적 절차를 거쳐야 공포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없지 않다.

물론 이 법률은 합의서가 이미 체결.비준한 합의의 이행과 관련한 단순한 기술적, 절차적 사항만을 명시할 경우 남북회담대표의 서명만으로 발효시킬 수 있도록 규정, 대개의 경우에는 비준 및 동의 절차가 필요 없어 보인다.

이 때문에 지난해 남북관계발전법이 시행된 이후 회담이 있었지만 비준.동의 절차를 거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남북관계발전법 시행 이후 첫 경협위인 이번 회담은 사정이 다르다. 새롭거나 돈이 많이 드는 내용이 담긴 합의문이 나올 경우 대통령 비준을 포함한 법적 절차가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 ‘식량차관 제공 합의서’가 타결된다면 발효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미 올해 남북협력기금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때 1천600억원에 가까운 쌀 차관 항목이 있었던 만큼 추가로 국회동의를 받을 필요는 없다는 게 정부 측 판단이다.

하지만 이런 절차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이번 경협위의 합의문건이 종전처럼 ‘합의문’이 될지, 아니면 ‘공동보도문’이 될지도 관심거리다.

법정 용어를 충실하게 해석한다면 합의문은 발효절차를 거쳐야 하고 공동보도문은 이런 절차가 필요없다고 간주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종전 경협위에서는 공동보도문이 두 차례 밖에 없었고 나머지는 모두 합의문 형식이었던 점에 비춰 이번에 합의문이 나올 경우 남북관계발전법에 따른 공포 절차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높은 수준의 합의임에도 불구하고 종전과 달리 공동보도문 형태가 되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법정 절차를 피하기 위한 편법이 아니냐는 논란을 낳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이런 상황에 비춰 문건의 형식보다는 문건이 담은 내용의 경중과 재정 부담도 등을 감안해 판단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정부 당국자는 문건의 형식에 대해 “합의문이 될 지, 공동보도문이 될 지는 정해진 게 없으며 북측과도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