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도 봄날 만들자’ 한목소리

남북은 장관급회담 이틀째인 28일 전체회의에서 지난 7개월 간 중단된 남북 당국간 관계를 소재로 대화를 나누면서 봄이 오는 것처럼 남북관계도 정상화돼야 한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북측 단장인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는 이날 오전 10시 고려호텔에서 열린 전체회의 석상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겨울이 없는 북남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고 남측 수속대표인 이재정 통일 장관은 “봄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특히 서산대사의 시를 인용, “민족의 염원인 한반도 평화의 이정표를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으며 회의 시작 직전에도 기자들에게 “오늘 회의가 한반도 평화체제의 이정표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측은 전체회의를 1시간 10분 만에 끝냈으며 양측 대표들 모두 다소 굳은 표정으로 회의장을 퇴장해 눈길을 끌었다.

다음은 전체회의 모두 발언 요약.

▲권 단장 = 오늘이 2월 마지막날이다. 절기상 우수가 지나고 경칩이 오기 전이다. 경칩이라 하면 개구리가 눈을 뜬다고, 또 땅 속 깊이 잠자던 동물들이 빗소리에 깜짝 놀라 잠을 깬다는.. 바야흐로 새봄이 들어섰다.

겨울을 지내봐야 봄이 그리운줄 안다는 말도 있다. 자연계에는 석달이라는 겨울이 지나면 반드시 봄이 오는데, 안타깝게도 우리 북남관계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지난해 7월 절기로 말하면 무더운 여름철에 벌써 꽁꽁 얼어붙기 시작한 것 같다. 얼어붙은 북남관계가 석달, 여섯달 지나도 풀리지 않더리 일곱달 지나서야 풀리는 것 같다. 안타깝다. 북남관계에 있어서는 씨를 뿌리는 봄, 풍성한 여름, 수확하는 가을만 있어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꽁꽁 얼어붙는 겨울철이 북남관계에 존재했다. 북남관계사업 하는 쌍방 대표들이 민족 앞에 면목이 없다고 생각한다. 어제 이재정 대표가 말했는데 비가 온 다음에 땅이 땅땅 굳어지기 때문에 도약하자. 겨울이 영원히 없는 그런 북남관계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다. 자연의 해빙기가 북남관계의 해빙기와 절묘하게도 이번 회담과 일치되는 계절에 진행된다. 계절적으로나 상황적으로나 의미가 깊은 회담이 아닌가 주목도 집중돼 있다고 본다.

▲이 장관 = 김 구 선생이 애송하던 시 중에 `답설야중(踏雪野中)’ 이라는 서산 대사의 시가 있다. 눈 내린 들판을 밟아갈 때는 그 발걸음을 어지럽게 가지 말라. 오늘 내가 간 발자국이 필연코 훗날 이정표될 거라는 것이다.

이정표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뜻이다.

지난 19차례 회담 거치며 우여곡절 겪었다. 그 책임을 이 자리에서 따지자고 하는 건 적절치 않지만 우리가 왜 7개월 동안 회담을 못하고 중단했는지 원인을 성찰해야 한다. 그 문제를 다 풀고 민족의 염원인 한반도 평화의 이정표를 세워서 우리가 간 길로 우리 민족이 갈 수 있도록 좋은 결과 만드는 게 이번 회담의 목표다.

금년 봄은 빠르다고 한다. 개나리도 진달래도 빨리 필 것 같다.

▲권 단장 = 봄 박사네요.(웃음)

▲이 장관 = 봄은 기다리는 게 아니라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비행기에서 기자들에게 접인춘풍(接人春風)이란 말을 했다. 사람을 대할 때 봄바람처럼 대해야 한다는 뜻이다. 봄바람이 눈 녹이고 꽃피게 해주는 좋은 바람이다. 상대를 대접하면서도 봄바람과 같은 느낌으로 하면 된다.

▲권 단장 = 수석대표께서 김구 선생에 대한 말 했는데 참 의미가 깊다고 생각한다. 몇 십 년이 지난 오늘도 김구 선생이나 여운형이나 김규식을 비롯한 과거 통일 애국인사들을 가슴 속 깊이 생각하게 되는 것은 그분들이 통일을 위해 자신의 몸을 초개와 같이 바쳤기 때문이다.

이번 회담이 평양에서 진행되는 회담으로는 9번째다. 6.15 공동선언이 발표되고 북남 수뇌분들이 북남 당국 간 대화기구로서 이 대화를 한 데 대한 합의가 채택된 이후 이번까지 20차 회담이다. 북측에서 10차례, 남측에서 10차례 진행됐다.

고려호텔에서 진행된 8차례 상급회담(장관급회담)에서는 예외 없이 길든 짧든, 조항이 많든 적든, 또 무게가 묵직하게 나가든 얄팍하게 나가든 반드시 공동보도문을 탄생시키곤 했다. 이 회담을 지켜보는 내외의 평가도 평양 고려호텔에서 또 상급회담이 열리니까 좋은 합의가 나올 것이라 기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터가 좋아서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도 해본다.

그러나 상급회담이라는 기관차를 몰아가는 이재정 수석대표나 제가 노력을, 마음을 합치고 뜻을 합치는 데 따라서 이 기관차가 잘 나가기도 하고 나가지 못할 수도 있다고 본다. 사이가 좋으면 바늘구멍도 넓지만 뜻이 맞지 않으면 세상도 좁다고 한다.

서로 뜻을 합치고 마음을 합쳐 희망을 주고 낙관을 주는, 다시는 겨울철이 없는 북남관계를 만드는 그런 기틀을 마련해보자.

▲이 장관 = 좋은 말씀이다. 과거 역사가 중요한 것은 역사가 이뤄진 배경을 돌이켜보고 성찰해서 내일을 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과거사 청산을 하는 것도 과거에 머물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를 생각하기 위해서다. 역사적인 경험으로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희망이란 말을 좋아한다. 희망은 결국 같은 목표를 바라는 마음이 있어야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19차례 회담 뿐 아니라 과거 분단의 역사와 일제의 아픈 역사, 4색 당파가 있었던 조선 역사를 돌이켜보며 미래 민족과 한반도의 역사지표로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다.

평양에서 진행된 회담에서 모두 공동보도문이 나왔다고 했는데 그 합의정신을 잘 살려 국민과 민족에 희망이 되는 평화이정표를 마련하는 합의문을 만들어 보자. 6자회담에 참가했던 나라들에도 남북 간 합의가 깃대가 되도록 노력하자./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