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도 바닥?..경제에 청신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에서 나온 성과물은 일단 우리 경제에 청신호로 작용할 전망이다.

아직 구체적인 합의 내용이 공식화되지 않아 예단하기는 힘든 상황이지만 북한이 우리 경제에서 지정학적 리스크로 작용하던 그간의 위치에서 대화와 협력을 파트너로 다시 탈바꿈하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분위기가 호전될 것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경제회복에 어느 정도나 기여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북한 문제..南 경제에 심리적 부담 여전

작년 하반기부터 글로벌 경제 위기가 진행되는 가운데 북한의 로켓 발사 등 북한발 악재까지 겹치면서 우리 경제는 북핵 리스크에 시달렸다.

북한의 행태에 익숙해 있는 탓에 경제 지표는 별다른 충격을 받지 않았지만 북한 문제가 우리 경제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인식은 늘 자리하고 있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과거 북한에서 악재가 터질 때마다 투자금을 회수했고 이 때문에 북한에서 악재가 터질 때마다 우리 경제는 혹시나 타격을 입지 않을까 마음을 졸여왔다.

요즘은 이런 북한의 부담이 많이 줄어들었다.

국제적 역학관계를 고려할 때 북한발 악재는 이제 일시적으로만 작용할 뿐 북한 정권 붕괴 또는 남북간 무력 충돌이라는 최악의 상태로 번질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점을 국내외에서 모두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신용도를 보여주는 5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에 대한 신용부도스와프(CD) 프리미엄은 북한의 핵실험 직후인 5월 25일 148bp(100bp=1%포인트)로 오히려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5월 26일과 27일에도 148bp를 유지했다는 게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기획재정부도 “북 핵실험과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도 불구하고 국내 경제는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면서 “이미 북한 문제는 한국의 신용도에 반영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북한 문제는 터져나올 때마다 한국 경제에 보이지 않는 심리적인 부담을 주는 것만은 분명하다.

지난달 13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췌장암에 걸렸다는 일부 보도가 나오자 북한 정권의 붕괴에 대한 불안감에 CDS 프리미엄이 196bp까지 치솟았다.

이는 한국 경제가 일정 수준의 북한 문제는 감내할 체력을 갖췄지만 북한 체제의 불안과 같은 메가톤급 악재에는 여전히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호재는 분명..영향은 미지수

현정은 회장의 방북 성과물에 대해 정부 관계자들이 공식적인 보고를 받아봐야 한다는 반응을 나타낸 것에서 보듯 이번 방북으로 남북관계가 얼마나 좋아질지를 예측하기는 힘들다. 당연히 경제에 얼마나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지도 가늠하기 힘든 상태다.

다만 올해 상반기 우리 경제가 바닥을 치고 회복세를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 회담으로 경색돼 가던 남북관계는 이제 바닥을 확인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 수 있다.

연이은 핵실험과 로켓 발사로 남북관계가 과거 냉전시대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으나 이번 미국 여기자 석방과 현대아산 직원 석방, 개성.금강산 관광 재개 및 개성공단 활성화 논의 등은 그 자체 만으로도 북한에 대한 우려를 상당부분 씻어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현정은 회장의 방북 성과가 국민에게 긍정적인 신호를 줄 것은 분명해 보인다”면서 “핵으로 위협하는 북한의 이미지에서 경협사업과 대화를 계속하는 북한의 이미지로 다시 바꾸는 계기가 될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국자들은 조심스러운 입장을 견지하지만 일반 국민들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클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특히 남북경협 관련주나 경기 북부 지역 부동산 등 시장에 민감한 분야에서는 향후 추이가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재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경제회복에 나쁠 것은 없겠지만 어느 정도의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지는 조금 더 사안이 진행돼 봐야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분위기는 호전..경제 영향 크지 않을 것”

전문가들은 현대와 북측 간 5개 교류사업 합의가 남북 간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 우리 경제에 일정부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또 이런 분위기를 잘 이어나갈 경우 경제 분야에서의 남북경협을 비롯한 금강산.개성 관광, 인도적 지원 문제 등을 풀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 경제에서 북한 리스크는 점차 줄고 있고 남북 교역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매우 적은 편이어서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재정부 관계자는 “경색이 완화된 측면이 있는 만큼 일단 대외신인도 등 경제에도 긍정적 효과는 있을 것”이라며 “다만 북한 리스크는 이미 국가신용도에 충분히 반영돼 있기 때문에 이번 일을 계기로 발생할 수 있는 여건 개선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재정부의 또다른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벌써 경협 활성화 등을 논하긴 어렵다”며 “일단 현대와 김 위원장 간에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일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런 맥락에서 민간기업인 현대아산을 통해 조성된 우호적 분위기를 이어가 당국 간 대화를 통해 진전을 이뤄내는 일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고길동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경협이 본격화되려면 정치적 환경이 조성돼야 하고, 특히 핵문제가 가닥을 잡아야 한다”며 “이번 5개 사업 합의는 경제적 측면보다는 정치적 분석과 평가가 중요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동용승 연구전문위원은 “북한이 정부 차원보다는 현대 등 민간 쪽과 사업을 하겠다는 태도를 이번에도 보여줬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경협 등을 잘 풀어내려면 당국 간 대화와 접촉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