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는 헌법정신·특수성 고려돼야”

차기 정부에서 외교통상부가 통일부의 대북정책 기능을 흡수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일각에서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정부 기능조정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4일 외교부 업무보고가 끝난 뒤 브리핑에서 “인수위 측은 정부 부처의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면서 “현재 청와대와 통일부 등에 흩어져 있는 대외정책 기능을 한 군데로 통합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언급은 통일부가 관장하는 대북정책 기능을 사실상 외교부에 넘기겠다는 뜻일 수 있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이 같은 해석은 `국제정세에 대한 명확한 판단과 우방과의 면밀한 공조 속에서 대북정책을 결정해야 한다’는 차기 정부의 정책 기조를 감안한 것이다.

그러나 북한 전문가들은 민족 내부문제라는 남북관계의 특수성과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헌법정신 등을 들어 대북정책 기능이 통일부에 존속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연철 고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남북관계를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면서 “헌법에도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통일 조항이 있고 지난 91년 남북기본합의서 때부터 남북관계는 통일을 지향하는 잠정적 특수관계로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북관계는 정상적인 국가 간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국가 간의 관계를 다루는 외교의 영역과 대북정책의 영역은 엄연히 구별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북측에서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남북관계를 외교관계로 보지 않기 때문에 외무성이 아닌 노동당 통일전선부가 대남관계를 맡고 있다”면서 “그것은 분단국가로서 당연한 일이고 그것을 통합하는 것은 외교부 입장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남북관계의 장기적 관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신안보연구실장은 “외교 영역에서 대북정책을 가져가면 민족공조와 국제공조 간의 갈등을 줄일 수 있다는 일부 긍정적인 면이 있을 수 있다”면서 “그러나 북한과의 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잠정적인 특수관계로 보는 헌법정신과 배치되며 민족문제의 특수성을 부정하는 꼴이 된다”고 지적했다.

조 실장은 이어 “그동안 남북관계를 민족 내부의 특수관계로 봤기 때문에 (국제공조가 필요한) 대북정책에 있어 한국 정부의 주도적 역할을 주장해왔으나 앞으로는 그런 주장을 할 근거가 없어질 수 있을 뿐더러 북한 붕괴시 (한반도 통일을) 우리가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할 근거도 없어진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당국자들은 인수위 측에서 정부 기능조정 작업을 진행중인 상황이기 때문에 섣부른 예단을 경계하고 있다.

한 당국자는 “차기 정부에서 비핵화 문제를 너무 강조하다 보니 이런 문제까지 나온 것 같다”면서 “인수위 브리핑 문맥을 보니 북핵문제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문제 등을 앞으로는 외교부가 주도하겠다는 뜻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