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 필요자금 논란..10조∼60조?

남북 정상회담으로 남북경협이 활성화되면 적지않은 재원이 필요하다.

회담 결과에 따라서는 소요 재원이 향후 10년간 수십조원에 이를 수도 있다. 이런 재원은 결국 재정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북한 지원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국제적 공조로 필요재원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으나 북핵과 직결된 문제여서 수월한 것은 아니다.

◇ 재원 얼마나 필요한가

현재로서는 남북경협에 들어가는 돈이 어느 정도일지 추정하기가 쉽지 않다. 북한측의 요구가 무엇인지, 남한이 들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통일부가 작년에 작성한 `북한이 필요로 하고 희망하는 경제협력사업’ 문건에 따르면 비용이 많게는 수십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문건에 따르면 전기송전, 발전설비.송전선 개보수, 무연탄 설비지원, 중유지원 등 에너지 분야에 10조원 이상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또 개성∼평산, 온정리∼원산 철도복구, 남북연결철도 전철화, 개성∼평양 고속도로 개.보수, 남포항 시설 현대화, 물류체계 정비 등 사회간접자본(SOC)에 적어도 수조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밖에 비료공장 지원, 수산양식.가공협력사업, 식료품공장 건설, 백두산 관광개발 등에도 수천억원의 자금소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게다가 시베리아 철도, 가스전사업, 제2의 개성공단 등에 대한 합의가 나올 수 있으며 전혀 예상 밖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발표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필요한 재원은 큰 규모로 늘어날 수 있다.

산업은행은 `중장기 남북경협 추진을 위한 재원조달 방안’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SOC 14조원, 개성공단 13조6천억원, 금강산관광사업 2조원, 에너지지원 10조원, 북한산업 정상화 20조원 등 향후 10년간 60조원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했다.

정부 관계자는 “남북경협에 따른 재원에 대해 여러가지 추정이 많이 나오고 있으나 정상회담 의제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면서 “현 단계에서 필요한 재원이 어느정도 인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재원확보 쉽지 않다

문제는 재원확보 방안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현재는 북한 관련 예산은 남북협력기금으로 짜여진다. 이 기금의 올해 사업비는 8천723억원이었고 통일부가 요구한 내년도 사업비는 1조3천억원이다. 정부가 작성한 중기운용계획으로 봐도 2008년 1조485억원, 2009년 1조2천678억원, 2010년 1조4천568억원 등으로 연간 1조원을 훌쩍 넘고 있다.

이는 남북정상회담이라는 변수가 반영되지 않은 수치인 만큼 회담결과에 따라서는 필요재원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남북협력기금으로는 감당이 안된다.

이에 따라 재원 확보 방안으로 통일세 신설, 채권 발행, 군사비의 전환, 복권 발행, 별도의 기금 신설, 국제적 원조 등이 거론되고 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채권을 발행해 민간자본을 끌어들이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으나 이 역시 국민부담에 해당된다.

따라서 경협 재원은 궁극적으로 재정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렇게 되면 국가채무가 급속히 늘어나는 문제가 생긴다.

작년에 작성된 중기운용계획상 국가채무는 2007년 302조9천억원, 2008년 320조4천억원, 2009년 336조9천억원, 2010년 350조5천억원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의 비중은 2007년 33.4%, 2008년 32.9%, 2009년 32.3%, 2010년 31.3% 등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전망돼 있다.

그러나 당장 내년도 국가채무 비중은 기초노령연금 도입 등으로 인해 33%대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경협 변수가 발생했기 때문에 국가채무 전망은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 핵 완전 폐기돼야 국제적 지원 가능

전문가들은 대체로 북한 지원에 필요한 재원을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해 마련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남한의 예산으로만 북한 투자를 감당하려면 증세 등이 불가피한데, 이에 대한 국민들의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은 데다 막대한 규모로 미뤄 재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아시아개발은행(ADB) 등을 통한 투자나 지원의 길을 여는 것은 결국 향후 북한의 실질적 핵 폐기 절차 완료 여부에 달려있다. 이들 국제금융기관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 미국과 일본이고, 이들은 완전한 핵 폐기가 지원의 전제 조건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영훈 한국은행 동북아경제연구실 과장은 “우리 예산만을 가지고 경협을 확대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국민과 국회 동의를 얻는데 상당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는 만큼, 정부도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경협을 통한 남한의 개발지원 외에 세계은행.ADB.IMF 등을 통한 지원이나, 미국과 일본의 직접적 개발 원조를 통한 재원 확보를 생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임수호 박사는 “경협을 본격 진행하기에 현재의 남북협력기금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예전에 거론된 남북통일세 등의 얘기가 다시 나올 수 있다”며 “해외 금융기관과의 공동 지원은 핵 폐기가 끝난 뒤 미국과 일본 등의 승인 아래 북한이 IMF 등에 가입할 때 가능한 얘기”라고 밝혔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도 “현재도 우리 국민들의 세부담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다는 불만이 많은데, 여기에 경협 관련 세금까지 더해지면 조세저항이 커질 것”이라며 “핵 폐기와 함께 미국이 적성국 교역법 대상에서 북한을 제외시켜 UNDP, ADB 등을 통한 개발자금을 받고 북한-일본간 수교가 이뤄져 청구권 자금을 받는 시나리오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