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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개성공단 운영에 대한 북한과의 향후 접촉을 철저하게 경제적 논리로 접근해야 하며, 공단의 폐쇄 가능성까지도 염두해 두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주장했다.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장은 12일 북한민주화네트워크(이사장 유세희)가 주최한 ‘개성공단 문제와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 포럼에서 “남북간 화해협력의 상징이었던 개성공단이 오히려 남북관계를 경색시키고 한반도 정세를 불안하게 하는 수단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실장은 “작년부터 남북관계를 경색시킨 북한의 행태에 비추어 볼 때 북한의 반(反)개성공단정책은 이미 예견되었던 사태”라며 “북한은 유사시 공단폐쇄도 가능하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은 현재보다 남북관계의 위기를 더욱 고조시키면서 남한과의 단절을 심화할 것”이라며 “향후 현대아산 직원 유모 씨에 대한 기소와 재판회부가 이루어지면 북한의 체제 문제와 연관시켜 장기화시킬 것이고, 남북관계는 지금보다 더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일반적 남북관계에서도 북한이 원하는 대로 해준다고 해서 대화 국면이 조성되는 것은 아니다”며 “개성공단이 폐쇄되지 않도록 전력을 기울이면서도 혹시 그런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한국기업의 손실분을 일정 부분 보상할 수 있는 준비도 세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실장은 “남북관계에서 개성공단의 약점은 개성공단이 북한경제 및 산업과 거의 연계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라며 “향후 개성공단 사업여건을 조성할 때 공단 중단시 북한도 막대한 손해를 볼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김규철 남북포럼 대표도 “향후 북한과의 접촉시 철저히 경제논리로 추진해야 하며, 이것이 불가능할 경우 입주 기업이나 대기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공단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특히 “6·15공동선언의 산물과 화해 협력의 상징으로 개성공단이 포장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한 지붕아래 근무만 할 뿐 남북은 점심식사, 휴식식사 등에서 따로 행동해야 한다”며 “북측 근로자가 남한 상근자와 친하게 보일 경우 불이익을 받기도 한다”고 상기했다.
그는 이어 “공장 및 시설 등 겉모습은 첨단이지만 실제 운영 방식은 구식으로 인터넷이나 휴대폰 사용이 가능하지 않다”며 “북측 지도총국은 입주기업 지원은 커녕 통제 강화로 불안을 조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경섭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번 사태를 통해 개성공단 등 남북경협이 북한 정권에 의해 정치적, 군사적 위협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또한 남북경협이 확대됨에 따라 북한 정권이 개혁개방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생각도 잘못됐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 연구위원은 “북한 정권의 정책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개성공단 사태는 남북경협의 원칙과 속도를 재조정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될 수 있다”면서도 “북한 정권을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남북경협 사업에 대한 투자를 더 이상 확대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조명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이번 사태는 남북경협사업에서 북한의 약속 불이행시에 대비하는 수단을 만들어야 함을 각인시키고 있다”며 “작은 기업들이 단기적으로 들어가면 북한의 약속 불이행에 오히려 끌려 다닐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북한의 개혁, 개방 이전에는 대기업, 공기업 중심으로 대북투자나 경협을 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그는 “대기업, 공기업은 자금력이 있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작은 투자에 연연하지 않고, 북한의 약속 불이행에 철수 등의 대담한 행동으로 맞설 수 있다”며 “이는 곧 북한에 적극적인 자극을 주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