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추위 합의문 어떻게 나올까

제12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추위)에 참석 중인 양측 대표단이 사실상 회의 마지막 날인 5일 합의문 도출을 시도 중이지만 열차 시험운행을 관철하려는 우리측과 경공업-지하자원 협력안을 넣으려는 북측의 입장이 맞서면서 진통을 겪고 있다.

4일 두 차례의 위원장 접촉에 이어 5일에는 참관일정까지 취소한 채 연쇄 위원 접촉을 통해 절충을 시도했지만 입장차가 워낙 크다는 게 회담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에 따라 6일 새벽 일찍 회담장을 떠나야 하는 북측 대표단의 귀환 일정을 감안할 때 이날 환송만찬 전에 종결회의를 열어 합의문을 타결하려던 애초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렵고 고질적인 밤샘협상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울러 철도시험운행과 경공업-지하자원 협력안이 맞물리면서 합의문 마련에 실패한 채 공동보도문을 내는 데 그쳤던 작년 10월말 10차 경추위 때와 비슷한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보는 관측도 회담장 안팎에서 새 나오고 있다.

이처럼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는 것은 양측이 방점을 찍고 있는 이들 의제가 양립하기 쉽지 않은 ‘구도’ 때문이다.

이런 구도는 열차 시험운행이 지난 달 무산된 이후, 우리측이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거세진 대북 여론을 고려하면 열차 시험운행 없이 지원성 합의가 어렵고 시험운행 무산의 배경으로 지목된 북측 군부의 동향을 감안하면 경협을 포함한 남북관계 전반의 모멘텀을 이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명분 없는 합의를 할 경우 여론의 역풍에 직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 따라 회담장 안팎에서는 크게 세가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아무 것도 합의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을 꼽을 수 있다.

우리는 철도 시험운행 날짜를 다시 잡고 군사적 보장조치에 대한 확약을 받아 구체적인 표현을 합의문에 담으려 하는 반면 북측은 신발, 의류, 비누 등 3대 경공업 원자재를 우리측이 유상제공하는 사업의 이행계획을 명시하고 싶어하는 만큼 어느 한 쪽의 양보 없이는 절충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이들 핵심의제를 제쳐놓고 그밖의 의제에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측이 제기한 ‘기타 의제’로는 ▲골재채취 남북공동사업단 ▲단천 자원특구 실무협의회 ▲방재 실무협의회 ▲상사중재위원회 ▲개성·금강산 출입체류공동위원회 등 기존 합의사항의 이행을 위한 협의체를 출범시키자는 제안이 대부분이다.

아울러 남북 간 현안으로 볼 수 있는 임진강 수해방지를 위한 홍수예보체계구축, 동서해상의 수산협력 논의, ‘ㄷ’자 형이 아니라 직선 항로로 남북을 오가는 직항로 운영 및 항공협정 체결 등을 위한 항공협력 방안도 포함된다.

북측이 새롭게 제기한 의제로는 비료공장 건설과 인회석 정광 분야의 협력, 상업적 방식의 축산협력, 러시아 등 제3국에 대한 자원개발 공동진출안 등이 있다.

하지만 비료공장 건설이나 자원개발 공동진출은 이번 합의문에 넣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비료공장 신축에는 엄청난 자금이 필요해 당장 어렵고 러시아 극동지역의 벌목 및 석탄채굴사업 진출은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견해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인회석 정광 분야의 협력은 이미 경공업-지하자원 협력 방안에 포함된 광종으로 인회석 정광이 들어 있는 데다 우리측이 추진 중인 단천특구의 부존 광물 가운데 하나라는 점에서 절충점을 찾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마지막 가능성은 열차 시험운행-경공업 협력은 물론 ‘기타 의제’들도 포함하는 합의문 내지 공동보도문을 도출할 가능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합의문의 표현 수준은 낮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편이다.

이와 관련, 경공업-지하자원 협력의 경우에는 우리측 입장이 담긴 ‘북측이 여건을 조성하는 데 따라’라는 전제 조건을, 열차 시험운행은 북측 입장을 고려한 ‘군사적 보장조치가 마련되는 데 따라’라는 단서 조항을 붙이는 방식으로 봉합될 것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식의 합의가 이뤄진다면 여론의 기대치가 시험운행 날짜를 다시 잡는 데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우리측이 북측에 좀 더 양보한 게 아니냐는 평가를 낳을 우려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