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색 장기화…北 ‘추가 갈등’ 조성?”

북한 당국이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과 평양에 상주 연락사무소를 설치하자는 제안을 거부함에 따라 남북간 교착 상태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북한의 추가 갈등 조장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은 26일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을 통해 이 대통령의 제안에 대한 첫 입장을 밝혔다. 매체는 “북남관계 악화의 책임을 회피하며 여론의 시선을 딴 데로 돌리기 위한 얕은 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난하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북한 주간 통일신보도 최근호(4.26)를 통해 “한갓 말장난에 불과하다”라고 일축했다. 또 “북남관계는 연락사무소 같은 것이나 설치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며 “615공동선언과 지난해 남북정상선언을 이용하고 확대 발전시켜 나가는 길이 곧 북남관계를 개선하는 길이고 통일로 가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27일 청와대는 “대북전략 차원의 제안이 아닌만큼 북측의 거부의사에 대해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남북 연락사무소는 진정성·있고 실질적인 남북간 대화와 협력을 위해 상시적인 채널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구상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청와대 및 정부 측에서는 당분간 사태를 관망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의 적극적인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대남 비난 공세를 계속하고 있는 터라 먼저 북에 공식 대화 제의를 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정부는 남북간 대화 재개를 위해 어떤 형태로든 노력을 지속한다는 기조 아래 대화 재개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기회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각종 선전매체를 통해 ‘이명박 역도’, ‘일자무식쟁이’, ‘정치몽유병환자’, ‘얼뜨기’ 등의 원색적 비난을 연이어 쏟아내고 있다. 이와 관련, 이 대통령은 최근 일본 TV프로그램에 출연해 “나를 역도라 부르는 북한과 만나는 것은 불편한 것 아니냐”며 다소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바 있다.

때문에 당장 정부측이 남북관계를 풀기 위한 획기적인 제스처를 보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편, 이 대통령의 제안이 당장 남북관계의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됐었다. 오히려 선전매체를 통해 ‘우리민족끼리’를 내세우며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계속되고 있는 대남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관측돼 왔다.

남북간 일종의 기 싸움을 통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시험하고, 더불어 남남(南南) 갈등을 조장하려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동복 전(前) 남북고위급회담 대표는 27일 ‘데일리엔케이’와의 통화에서 “북한은 당분간 이명박 정부에 대해 압박을 계속 할 것”이라며 “현재 남북간에 가동되고 있는 남북대화 장치를 하나씩 사보타지(태업) 할 것이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등지에서 말썽을 일으킬 것이고, 친북좌파로 분류되는 세력들과만 교류를 계속해서 남한에 갈등구조를 촉발하고자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남쪽에서 지금과 같이 (남북관계의) 새판을 짜겠다는 입장을 지킨다면 3~6개월정도는 남북관계가 교착상태를 맞겠지만, 그 뒤에는 북한이 우리 페이스에 끌려들어 올 가능성이 있다”며 “당분간 교착상태를 감수하고 의연하게 대처한다면 금년안에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북한이 최근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이행 촉구를 강조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노동신문은 26일 기사에서 “북남 사이에는 이미 6·15 공동선언과 그 실천 강령인 10 ·4선언에 의해 정치, 경제, 군사, 문화 등 모든 분야에 걸쳐 폭넓은 접촉과 대화, 협력의 통로들이 마련돼 있다”고 주장했다.

즉, 이명박 정부가 ‘10·4선언’에 대한 재검토 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미) 협력의 통로들이 마련돼 있다”고 밝힌 것은 ‘10.4선언’에서 ‘남북 총리회담’이나 부총리급의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가 존재하는 만큼 또 다른 대화 창구는 필요 없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이는 곧 이명박 정부에게 ‘10.4선언’ 이행과 지난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대북정책 및 합의 계승을 촉구하며,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남북대화도 있을 수 없다는 일종의 경고성 메시지로 풀이된다.

때문에 이명박 정부가 ‘10.4선언’에 대한 이행 약속 등의 후속 조치를 내놓지 않을 경우 당분간 남북관계는 현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