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간에도 미묘한 흐름

남북관계에 미묘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장관급회담과 전현직 통일부 장관의 개성방문이 연기되는가 하면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는 상봉단의 귀환이 10시간이나 늦춰지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문제는 이렇듯 악재로 볼 수 있는 상황이 남북 사이간 회담이나 행사에서 진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환경 속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올 들어 경제협력추진위원회 위원급 실무접촉과 제3차 장성급군사회담 등크고 작은 회담이 열렸지만 대북 경공업 원자재 제공 문제나 서해상 공동어로 문제 등 핵심현안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북측은 22∼23일 남북수산협력실무협의회를 열자는 우리측 제의도 거부했다.

또 4월에서 6월로 미룬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계획에 대한 답도 없는 상태다.

한반도 주변 상황은 더 답답하다. 북핵 6자회담이 방코델타아시아(BDA)와 위폐 공방에 막혀 재개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의 대북 접근법이 북핵에서 북한 문제 전체로 시야를 넓히려는 ‘미묘한 정세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관측에 이어 남북 간에도 미묘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2004년 7월 김일성 주석 10주기 조문단의 방북 문제와 대규모 탈북자 입국 등으로 남북관계가 꼬이고 결국에는 당국 간 대화가 전면 중단된 상황이 다시 떠오른다는 극단적이고 성급한 관측도 없지 않다.

이와 관련해 당시 남북관계 경색도 2004년 6월 제3차 6자회담 이후 6자회담이 교착상태에 들어간 것과 때를 같이했다는 점을 연상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2004년 상황과 지금은 분명히 다르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런 견해는 지금은 대화가 계속되고 있고 연기된 대화나 행사일정도 4월로 시기를 못박아 놓고 있다는 점을 그 배경으로 한다.

북측은 3월 28∼31일 열려던 제18차 장관급회담을 연기하자면서 ‘4월의 적당한 날’로 시기를 못박았고 이종석 통일부 장관의 22일 개성공단 방문과 정동영 의장 등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29일 방문 일정도 4월 중으로 미뤄줄 것을 요청했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에서 ‘납북’이라는 우리측 언론의 일상적인 보도 표현 문제를 놓고 북측이 취재를 제한하고 이를 상봉단의 귀환 문제에 연계한 것도 악재로 분류되지만 북측의 주도면밀한 기획에 따른 것은 아닌 것으로 정부는 해석하고 있다.

북측이 송출 저지, 취재 제한, 해당기자 출경요구, 상봉단 귀환 지연 등으로 상황을 악화시키면서 우리 당국을 당황케 했지만 사전 시나리오에 따른 대응이라기 보다는 ‘납북’이라는 표현에 대한 조건반사적인 대응이 발단이 된 것으로 보는 것이다.

특히 외부적으로는 6개국 간 ’9.19 공동성명’이 상황 악화를 방지할 수 있는 도구가 되고 있고 현실적으로 북측도 우리측에 대해 대문을 걸어잠그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는 점에서 남북관계의 이상기류로 보기 힘들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더라도 이종석 장관에게는 빠르고 정확한 판단이 요구되는 곤혹스러운 상황이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최근의 상황은 북측 대남라인의 카운터파트인 신임 통일부 장관을 흔들거나 스탠스를 시험하기에는 충분했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 장관은 호흡을 길게 갖고 가겠다는 입장이다.

장관급회담 데뷔 시기를 일단 4월로 미룬 상황이지만 지켜야 할 원칙은 확고히 견지하면서 실효성을 확보해 나가겠다는 게 그의 입장이어서 향후 남북관계가 악재를 거름으로 삼아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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