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녘 딸 머리카락 잘라 북녘 아버지에게

제1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참가한 남북 이산가족 530여명은 31일 금강산호텔에서 작별상봉을 하고 또다시 기약없는 이별을 했다.

0…세살 때 헤어진 북측 아버지 김기수(78)씨를 만난 남쪽 딸 정혜(58)씨는 아버지 없이 자란 50여년간의 한이 많이 풀렸다며 흡족해 했다.

정혜씨는 마지막 상봉에서 “어차피 헤어져야 하니 울지 않고 의연히 헤어지려 한다”며 자신의 머리카락 한 움큼을 직접 자른 뒤 이를 종이에 넣어 아버지 김씨에게 건넸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행방불명된 지 2년후 수원지법에서 날아온 아버지의 사법고시 합격증뿐이라는 정혜씨는 첫 단체상봉때 “아부지 나 알아? 난 몰라. 아부지 맞아?”라고 오열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기도 했다.

=“북에 있는 큰 며느리 보아라”=

0…남쪽의 유말남(93) 할머니는 북에 있는 큰 며느리에게 전하는 편지를 북녘 아들 고시구(71)씨에게 직접 읽어줬다.

할머니는 “큰 며느리 받아보거라. 사진을 보니 얼굴이 곱구나. 그동안 시집 와서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 싶기도 하고 손자.손녀 이야기도 듣고 싶지만 살아 생전에 만나 볼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라고 읊었다.

이어 “내 나이 93세라 너무 노쇠해 더 늙기 전에 빨리 한 번 보기를 바란다”며“시어머니로서 도와준 것이 없다”면서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도록 했다.

북측의 아들은 어머니를 위해 노래를 부르고 눈물을 닦아준 뒤 큰 절을 올리고 헤어졌다.

=북측 칠순노인, 상봉 종료전에 돌아가=

0…북측의 리원영(73)씨는 작별상봉이 종료되기도 전에 버스로 돌아가야 한다며 다른 이산가족보다 10분 일찍 상봉장을 빠져나가 동생 이유영(69)씨 등 남측가족들을 안타깝게 했다.

유영씨는 “형님이 작별상봉에 앞서 이날 낮 12시까지 버스로 돌아오라는 지침을 북측 지도원들로부터 받은 것 같다”면서 형님을 북측 이산가족이 타고 온 버스까지 안내하며 작별의 정을 나눴다.

=“언니가 좋아하길래 입던 옷 드렸어요”=

0…남측의 여동생 안금실(61)씨는 개별상봉때 북측의 언니 경순(75)씨가 자신이 입고 있던 옷이 예쁘다고 말한 사실이 기억나 그 옷을 선물로 주었다.

금실씨는 “이 선물이 언니에게 준 가장 값진 것”이라고 말했으며, 북측의 언니 경순씨는 “너무 고맙다”면서 동생을 보며 눈물을 지었다./금강산=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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