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녘 누나의 ‘마지막 소원풀이’

김석웅(62)씨는 27일 서울 대한적십자사에 마련된 화상상봉장에서 어머니 박점순(84) 할머니를 부축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박 할머니는 이날 북녘에 사는 동생 박성근(82) 할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충청북도 제천에서 올라왔다.

남측 상봉장에는 여동생 춘자(62)씨와 제부 정태영(71)씨, 조카 병섭(52)씨 등이 나왔고 북측 상봉장에는 성철(40)씨가 아버지를 모시고 나왔다.

김씨가 어머니의 ’마지막 소원’이라고 한 것은 박 할머니가 한 달 전 위암 말기(4기)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가족들은 병원에서 3개월을 더 살 수 있다는 말을 들었지만 본인에게는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김씨는 “어머니가 평소 말도 못하시고 이제 귀도 어둡지만 언제나 전쟁 중에 행방불명된 동생을 그리워했다”면서 “모두 외삼촌이 돌아가신 줄로만 알았다”고 말했다.

또 “어머니가 통증이 심했는데 며칠 전부터는 외삼촌을 만난다는 생각에 흥분해서 아픔도 못 느끼신다”고 전했다.

연두빛 한복을 입은 박 할머니는 상봉이 시작되자 아무 말도 없이 동생을 지그시 바라봤다. 다른 가족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궁금한 점을 묻고 답할 때도 조용히 스크린만 응시했다.

그러나 손수건으로 눈을 이따금 훔쳐낼 때는 이별의 한(恨)과 재회의 기쁨이 교차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남측 가족은 가족사진과 함께 박 할아버지가 1942년 졸업한 제천동명초등학교 30회 동창회 사진을 갖고 나와 친지의 근황을 자세히 전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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