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이 함께 보는 영화 ‘왕후심청’

남북한이 함께 앉아서 한편의 영화를 본다는 것은 매우 감동적인 일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남북한이 힘을 모아 만든 영화라면 더욱 그렇다.

남북 공동제작에 남북 최초 동시개봉이라는 기록을 만들어낸 애니메이션 ’왕후심청’이 다음달 12일과 15일 각각 남북한 극장에 걸린다. 이 작품은 기획과 후반작업은 서울에서, 동화과정은 북한의 ’조선 4.26 아동영화 촬영소(SEK)’에서 이뤄졌다. 연출은 넬슨 신 감독이 맡았다.

원작은 고전 ’심청전’으로 줄거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심청전’과 같다. 음모에 휘말려 아내를 잃고 눈도 멀어버린 심학구는 외동딸 청이와 함께 살아간다. 청이는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려고 공양미 삼백석에 인당수 괴물의 제물이 된다. 청이는 목숨을 건지고 용왕은 커다란 연꽃에 청이를 실어 다시 세상으로 보낸다.

’심청전’을 통해 이미 알고 있는 캐릭터 외에도 귀여운 동물들이 등장한다. 단추 같은 까만 코를 가진 강아지 단추와 재치있는 거북이 터벙이, 수다쟁이 거위인 가희는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그러나 매끈하고 세련된 할리우드의 3D 애니메이션이나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재패니메이션, ’마리 이야기’나 ’오세암’의 서정성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이 작품은 조금 버겨울지도 모르겠다.

고전을 바탕으로 ’효’라는 전통사상을 전해준다는 의도는 바람직하다. 점점 더 자극적인 이야기로만 빠지는 애니메이션 중 국내에 이런 작품이 있다는 것도 좋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이야기라도 전달 방식이 서투르면 끌리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내용을 현대적으로 바꿨다고는 하지만 관객의 입장에서 별다른 차이점을 느끼지 못한다. 또 ’심청전’ 속의 심청이와는 다른 적극적인 심청이라지만 수많은 독립적인 여성 캐릭터를 만나고 있는 관객들에게 이 작품 속 심청이가 설득력을 지닐 수 있을까. 가는 개미허리로 사뿐 걸어가는 모습은 오히려 보호본능을 자극한다.

연출이나 그림에서 새로운 시도나 개성도 눈에 띄지 않고 작품 속 색감은 빛이 바랜듯 하다. 현대음악과 고전음악을 접목해 북한에서 제작했다는 배경음악은 아름답기보다 낯설다.

감독은 “남북 동시개봉 등의 의미를 빼고 작품 자체를 즐기고 평가해달라”고 했다. 이 작품의 사회적 의미를 빼고 본다면 평가는 박해진다. 작품 구석 구석에서 남과 북으로 갈라지기 이전의 모습을 볼 수 있고 북한의 손길을 느껴볼 수 있다는 점이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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