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1일 남북대화의 선결조건과 관련, “특별한 조건은 없다”면서도 “그러나 (나에게) ‘역도(逆徒)’라고 하면서 만나는 것은 불편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이날 오후 일본 민영방송인 TBS의 특별 프로그램 ‘일본 국민 100인과의 대화’에 출연, 최근 남북관계의 경색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같이 밝히며 “한국은 대북 강경자세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다”며 “한국은 더욱 진실하고 성실한 자세로 대할 것이다. 나는 진실한 대화를 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특히 남한의 강경한 태도가 북한의 태도를 나쁘게 한다는 지적에는 “원칙적으로 한반도에는 핵이 없어야 한다. 우리는 강경하지 않다”고 강조하면서 “다만 가져오라고 해서 갖다 바치는 협조는 없다. 서로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통일이 10년 이내에 이뤄질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그러면 얼마나 좋겠냐. 10년 안에는 힘들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통일보다 남북이 가깝게 지내면서 북한 사람들이 잘 사는 관계를 유지했으면 좋겠는데 사람들이 예측하지 못하는 통일이 언젠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새 정부의 대북정책이 과거 햇볕정책과는 많이 다르고 남북관계가 경색된 것 같다는 지적에는 “누구보다 남북한 화해를 원한다”면서도 “북한이 어려우면 가장 가슴 아픈 이들은 우리 국민이다. 과거 정책이 나름의 이유가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핵무장을 불렀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인도주의적으로 도울 마음을 갖고 있다”면서 “북한 당국도 시간이 지나면 이해할 것으로 본다”고 이 대통령은 말했다.
이와 함께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해 이 대통령은 “일본 입장에서 납치 문제는 대단히 중요하다. 우리에게도 납치자가 많다. 어부, 국군포로, 1천만명의 이산가족이 있으며 이들의 나이는 70~80세가 됐다”고 안타까워 했다.
이어 “일본의 납치자 문제가 핵문제와 따로 떼어서 해결되긴 어렵다. 남북 대화시 일본의 관심을 전할 것이다. 이 문제가 빨리 해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친미노선을 계속 견지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이 대통령은 “저는 친미다, 반미다 구분해서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면서 “우리가 50년 전 전쟁을 겪었을 때 참전한 미군 가운데 3만7천명이 죽었다. 어느 나라가 조그만 나라를 위해 그만큼 희생을 감수했는가. 한국 국민은 미국에 대해 특별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 일본 정치인들의 과거사 관련 망언에 대해선, “수많은 정치인들의 얘기에 다 관심을 갖고 대응하면 어떤 나라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며 “일본 정치가들은 아시아 국가가 무엇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배려하는 것이 좋겠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용어를 사용하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베이징 올림픽 참가 문제와 관련해선, “올림픽은 평화를 상징하는 것이다. 많은 젊은이들이 4년간 노력해서 참여하게 되는 것이고, 이웃 나라에서 열리는 스포츠 행사인 만큼 정치적으로 해석하기 보다는 그대로 축하해 주는 것이 좋겠다고 본다”며 “개막식에 참여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