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로운 눈빛으로 상봉자들 응시하는 이들은 누구?

20일 3년 4개월 만에 금강산에서 열린 이산가족 상봉 행사장. 남북 상봉자들은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며 재회했다. 이러한 이산가족들과 달리 행사장에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이들을 응시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바로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원들이다. 물론 이들은 상봉행사 진행요원 등으로 위장한다.


이들의 주요 임무는 이산가족들에 대한 감시다. 북한이 평소 주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것처럼 이산가족들이 남한 가족을 만나서 어떠한 말을 하는지 감시하는 것이다. 북한이 반백년 이산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가족들의 상봉을 극구 꺼리는 이유는 상봉행사를 통해 체제 약점이 남한에 알려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은 남한 사람들과 직접 만나는 것을 대적(對敵) 개념으로 보고 보위부 반탐 부서에서 상봉행사에 요원들을 파견한다. 북측 상봉 장소에 출입할 수 있는 사진 기자는 물론 안내원, 각 식탁마다 서비스 해주는 봉사원까지 모두 보위부원이다.


보위부원들은 특히 남북 가족들의 대화를 도청한다. 행사장 탁자를 비롯해 개별 상봉이 이뤄지는 숙소 등에도 도청 장치를 설치한다. 이에 앞서 보위부원들은 상봉 대상자들을 모아놓고 행동거지와 어투 등에 주의사항에 대해 사전 교양을 강도 높게 실시하기도 한다.
 
상봉행사가 시작되면 보위부원들은 상봉장 곳곳에 배치돼 북측 상봉자들이 사전 교양에 따라 행동하는지, 허용되지 않는 행동을 하지는 등에 대해 면밀히 감시한다. 또한 남측 상봉자들이 북측에 전화번호가 들어있는 쪽지나 물건 등을 전달해주는 행동 여부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살펴본다.   


특히 상봉 행사가 끝난 이후 보위부원들은 따로 북측 상봉자와 일대 일로 ‘잘한 점과 못한 점’ 등을 평가하는 ‘총화’ 시간을 갖는다. 이때 사전 교양에 따라 장군님과 체제 선전에 대한 언행을 잘 이행한 사람은 칭찬을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생활총화(자아비판)를 해야 한다.


북한에서 보위기관 업무를 담당했던 한 고위 탈북자는 21일 데일리NK에 “도청장치는 탁자마다 다 설치하고 사전에 북한 주민들에게 ‘우리가 다 듣게 될 수 있으니 이상한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교양을 실시한다”면서 “그런 엄포로 북한 측 상봉자들은 말을 조심스럽게 하고 체제 선전만 구구절절 늘어놓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상봉행사가 끝나면 보위부원들은 ‘남조선 사람들과 접촉했기 때문에 안 좋은 균들이 묻어 올 수 있다’면서 목욕탕에 들어가게 해놓고 옷을 다 뒤지면서 이상한 물건이 없는지 검사한다”면서 “이런 와중에서 주머니에 돈이나 쓸만한 물건들을 챙기기 때문에 이산상봉에 파견 나오려고 간부들에게 뇌물을 바치는 보위부원들도 많이 있다”고 덧붙였다.


탈북자 김미순(52·가명) 씨는 “이산가족 상봉을 다녀온 이웃에게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보위부원들이 사회주의와 체제 선전에 대한 부분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상봉 때 계속 말했는데, 부족하다는 비난만 쏟아졌다고 하더라”면서 “보위부원들은 또 ‘얼마의 물건은 눈감아 줄 수 있으니 알아서 하면 된다’는 말을 하면서 남한 가족들에게 도와달라는 요구를 하게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