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성린, 최홍재가 말하는 우파 재집권 전략

최근 서점에 가면 진보 혹은 좌파 진영의 주장을 담은 책들이 사회과학 분야 진열대를 뒤덮고 있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얼어붙어 있는 출판계에서 그나마 손해라도 보지 않으려면 책 제목으로 ‘진보’라는 두 글자쯤은 넣어줘야 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이렇듯 보수 논객들의 목소리가 독자들에게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상황에게 ‘우파 재집권 전략’이라는 이름을 용감하게(?) 내세운 책이 출간돼 눈길을 끈다 


우파 논객인 최홍재 시대정신 이사와 나성린 한나라당 국회의원은 ‘우파 재집권 전략: 대한민국을 부탁해(나남)’라는 대담집을 펴냈다.


이번 만남은 두 사람이 전혀 다른 이력을 가졌다는 점에서도 흥미를 끈다.


저자 중 한 명은 경실련 정책위의장, 경제정의연구소장을 역임한 시장주의 경제학자 출신 국회의원이고, 다른 한 명은 골수 주사파 학생운동권에서 북한민주화운동가로 사상전환을 한 사회 운동가다.


저자들이 걸어온 길은 다르지만 대한민국의 선진화를 위한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치열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더 많다. 이들은 대한민국 우파 정당이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우파 자신이 표 하나하나에 연연하지 않고 우파적 원칙을 고수하여 국민을 설득하고 민심을 얻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저자들은 “원칙 없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일 때 민심은 우파를 떠날 수밖에 없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나라당 등 우파 정당이 ‘가치정당’으로 거듭나야 하며, 반공 권위주의에서 탈피하는 등의 쇄신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가보안법 7조 ‘찬양고무죄’ 폐지까지도 전향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우파 재집권 전략에서 가장 치명적인 걸림돌로 20~40대의 지지율이 급락하는 현상을 지적했다. 


저자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좌파는 세계화를 반대만 하고 있고, 우파는 자본과 상품의 세계화에만 관심을 두는 것 같다”면서 “자유주의자들이 전 세계인의 인권과 존엄을 위해 싸워나간다면 다시 젊은이들과 지식인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답을 제시했다. 


책에서 저자들은 ‘보수-진보’라는 개념쌍 대신에 ‘좌-우파’라는 개념쌍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자신들을 ‘우파’로 규정했다. 이들이 ‘보수-진보’의 이분법을 거부하는 것은 몰락한 공산주의 국가에서 공산주의를 고집하는 것은 진보라기보다는 ‘수구, 보수’라고 부를 수 있듯이 ‘보수-진보’는 시대적, 역사적 상황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이러한 의미에서 현재 한국의 ‘좌-우파’가 ‘진보-보수’로 등치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저자들에 따르면 ‘우파’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믿는 사람들’, ‘좌파’는 ‘시장보다 정부의 역할을 더 신뢰하고 성장과 효율보다 분배와 평등을 믿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우파와 좌파 중 누가 대한민국의 정권을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하는 문제는, 현재 우리 사회에 절실한 정책 방향이 무엇인가, 장차 한국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하는 문제와 직결된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또 무상급식 등의 복지문제, 대북관계 문제, 교육문제, 한미 FTA 문제 등과 같이 좌우가 첨예한 대립을 하는 문제들에 대해서도 우파적 대안을 제시했다.


무상급식의 경우, 좌파는 빈곤층 아동들이 무상급식을 타기 위해서는 빈곤층임을 ‘증명’해야 하기에 낙인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이유로 보편적·전면적 무상급식을 주장하지만, 두 저자는 “만약 급식의 질에 만족하지 못한 부유층 아동들이 따로 도시락을 싸오거나 학교 밖으로 나가 식사를 해결하게 되면 빈곤층 아동의 소외감과 계층 간 위화감은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또한 전면적 무상급식에 들어갈 예산을 빈곤층 아동의 교육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더 정의로운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최홍재 시대정신 이사(左)와 나성린 한나라당 의원(右). 사진제공=나남 출판사


두 저자는 또 곧 고령화사회로 접어들 한국사회에서 좌파의 집권이나 좌파적 정책 추진은 시기상조라고 못 박았다. 경제인구의 감소와 피부양인구의 증가로 심각한 경제적 위기가 예고되는 상황에서 과도한 복지 등 ‘좌파 사회주의 실험’을 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경제성장을 지속하면서 복지도 추진하기 위해서는 우파가 정권을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두 저자는 주장한다.


북한인권과 3대세습에 침묵하고 있는 좌파정당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최 이사는 ‘민노당에게 침묵할 자유가 없다’고 전제한 뒤 “진보의 핵심적 가치가 인권인데, 인권을 유린하는 국가를 두둔하는 것은 결코 진보가 될 수 없다”면서 “북한의 인권, 리비아의 인권에 대해 침묵하는 민노당도 결코 진보라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럼에도 현실에서의 민노당은 스스로를 진보라고 부르고 있다”며 “결국 한국에서 보수와 진보라는 개념은 이념적 성향이나 지향점 등을 표현하기엔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나 의원 역시 “북한은 천안함을 자신들이 폭파했다는 포스터까지 만들어 붙이고 있는 마당에, 남한의 좌파는 여전히 북한의 소행이란 걸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면서 “좌파는 종종 가해자의 행위를 사회구조의 탓으로 돌려버린다”고 지적했다.


두 저자가 좌파를 비판하고 우파의 우월성을 강조한다고 해서 좌파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종북 좌파는 인정할 수 없지만, 합리적 좌파라면 우리 사회의 건전성을 위해서라도 건재해야 한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한편, 저자들은 얼마 전 서울시장 후보 출마를 둘러싸고 벌어진 ‘안철수 신드롬’에 대해 “국민들이 기존의 좌우파 정치세력과 이들의 소모적인 정쟁에 얼마나 식상해 있으며, 변화를 갈망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면서 좌우파 모두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정치세력의 쇄신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좌우파 양측이 서로에게 ‘수구꼴통’, ‘빨갱이’라는 이름표를 붙이고 싸잡아 비난하는 그릇된 분위기부터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양측의 쇄신과 합리성에 근거한 상호인정이 이루어진다면, 좌우파의 ‘우정적 경쟁관계’가 성립하고 양자의 정책대결을 통해 보다 건강한 사회발전이 이루어지게 될 것으로 저자들은 내다봤다.









▲두 저자는 ‘안철수 신드롬’에서 보듯 국민들은 변화를 갈망했다며, 좌·우 모두 혁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나남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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