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선서 ‘김일성·김정일영예상’ 가격 상승…이유가?

지난해 비해 1500달러 올라…소식통 "권력 있어야 미래 담보할 수 있다 생각"

김일성김정일영예상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일성소년영예상 휘장, 김일성청년영예상 메달, 김정일청년영예상 메달, 김정일소년영예상 휘장. /사진=연합

최근 북한 나선(나진-선봉)에서 김일성·김정일 영예상 4종의 뒷거래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위 돈 있는 부모들이 자식의 출세를 위해 영예상을 확보하려 앞 다퉈 달려들면서 거래가격이 크게 올랐다는 전언이다.

김일성소년영예상·김일성청년영예상·김정일소년영예상·김정일청년영예상 등 4종류의 영예상은 사회적으로 뛰어난 공적을 쌓거나 조직생활 등에서 모범을 보인 조선소년단원(8~12세)과 청년동맹원(13세 이상)에게 주어지는 상으로, 북한에서는 출세의 지름길이 되는 최고의 훈장으로 여겨진다.

18일 데일리NK 나선시 소식통에 따르면 올해 4종 영예상의 거래 가격은 작년과 비교해 1500달러가 올랐다. 지난해 나선에서 암암리에 거래된 소년영예상의 가격은 2000달러(한화 약 247만원), 청년영예상 가격은 3500달러(약 433만원)였으나, 올해는 각각 3500달러, 5000달러(약 619만원)에 거래됐다는 것.

이처럼 거래가격이 상승한 배경은 권력이 뒷받침돼야만 한다는 인식이 부유층들 사이에서 점차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그는 “1~2명의 자식들을 낳아 귀하게 키우고 장차 간부로 성장시키려는 돈 있는 부모들이 많아지고 있다”면서 “그만큼 영예상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니 뒷거래 가격도 자연스레 올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돈 많은 사람들은 자식을 권력가로 성장시켜야만 불확실한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자식이 당 간부가 돼 권력을 쥐게 만들고 안전하게 부를 대물림하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원칙적으로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는 북한 체제 특성상 부유층은 아무리 돈이 많아도 권력기관의 검열 한 번이면 언제든 재산을 빼앗길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재산을 지킬 권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절실히 느끼고 있기 때문에 자식을 권력가로 만드는 사전 작업의 일환으로 영예상 확보에 발 벗고 나선다는 설명이다.

결국 최고지도자에 대한 충성심과 체제 결속을 유도하기 위해 생겨난 4종의 영예상은 재력에 권력을 더하기 위한 일종의 발판이 되고 있는 셈이다.

실제 소식통은 “4가지 영예상 중에 한 개만 받아도 앞길이 열리기 때문에 수상자가 되기 위한 기준이 예전에는 굉장히 엄격했는데 이제는 이것도 옛말이 됐다”며 “3년 전부터는 돈으로 영예상도 살 수 있는데다가 그 비밀도 철저히 보장돼 앞으로도 거래가격이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만 뒷거래가 이뤄지는 지금도 영예상 수상 자격을 얻으려면 일정의 공적은 쌓아야 한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김일성·김정일 동상을 관리하는 정성사업 혹은 사적비·사적관 청소사업을 하루도 빠짐없이 3년 이상 하거나, 인민군대를 100차례 이상 지원하거나, 최고지도자에게 산삼 등의 선물(5kg) 10차례 이상 올리거나, 북한 돈 100만 원을 김일성-김정일기금으로 최소 2차례 내고 증서를 받거나 하는 등의 조건을 갖추면 수상이 가능한 4종의 영예상 중 하나를 뒷거래할 수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