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투표 거부 운동본부의 해괴한 투표 방해 논리

이글은 오는 24일 서울시에서 실시되는 주민투표의 ‘단계적 무상급식’ 혹은 ‘전면적 무상급식’ 중 어느 하나를 지지하는 것도 아니고, 나아가 ‘투표참가’나 ‘투표거부’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것도 아님을 밝힌다. 이글의 목적은 오로지 <부자아이, 가난한 아이 편 가르는 나쁜투표거부 시민운동본부>와 서울시 선관위의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해괴한 행위에 대한 비판이다.


I. 주민투표의 대상


서울시의회의 민주당의원들은 2010년 12월 1일 「서울특별시의회 친환경 무상급식 등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이 조례안의 부칙 제3조(경과조치) 2항에는 “의무교육기관에 대한 무상급식과 관련하여 초등학교는 2011년 내에, 중학교는 2012년 내에 시행한다”라고 되어 있다.


다른 한편 주민투표법 제7조(주민투표의 대상) 1항을 보면 “주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방자치단체의 주요결정사항으로서 그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사항은 주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다른 한편 이번 24일 실시되는 주민투표 투표지의 문안은 다음의 두 가지이다.


1) 소득 하위 50%의 학생을 대상으로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
2) 소득 구분없이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초등학교는 2011년부터, 중학교는 2012년부터 전면적으로 무상급식 실시


즉 이번 8월 24일 실시되는 주민투표는 2010년 12월 1일 서울시의회가 통과시킨 「서울특별시의회 친환경 무상급식 등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그 대상으로 삼고 있음이 내용과 문안 상으로 보아 명백하다.


II. 투표율이 1/3 미달이면 선거는 무효인가?


대부분의 서울시 유권자들은 주민투표 참여율이 1/3 미달이면 주민투표가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라고 믿고 있다. 즉 투표율이 1/3 미달일 경우, 위의 서울시 민주당의 무상급식 조례안이 계속 유효하다고 보는 것이고, 실제로 거리에 붙어 있는 투표거부 운동단체의 현수막에도 그런 내용들이 담겨 있다.


그러나 주민투표법 제24조(주민투표결과의 확정)에는 ‘전체 투표수가 주민투표권자 총수의 3분의 1에 미달되는 경우’에는 “양자택일의 대상이 되는 사항 모두를 선택하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것으로 본다”라고 되어 있다. 이점에 대해서는 이미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의 이헌 공동대표가 2011년 3월 23일 <서울신문>에 자세히 기고한 바 있으며, <기사내용 Click!> 지난 8월 17일 있었던 “반민주적 투표거부운동 중단촉구 지식인100인 선언”에서도 밝혀졌다.


바꿔 말해서 이번 24일 주민투표의 경우 투표율이 1/3 미만일 경우 주민투표가 무효가 되는 것이 아니라, ‘단계적 무상급식’이나 ‘전면적 무상급식’ 모두 거부된 것으로 봐야한다. 이점은 서울시 선관위도 잘 알고 있다고 봐야 한다.


서울시 선관위는 오세훈 시장의 투표 독려 1인 홍보를 ‘공무원의 투표운동’으로 간주하여 금지시켰고, 이점은 투표거부가 서울시 주민의 특정한 의사표시라는 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때 특정한 의사표시가 바로 두 개의 급식안 모두를 거부하는 것임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III. <나쁜투표거부 시민운동본부>는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


2011년 8월 3일 서울시 선관위는 “서울특별시주민투표 각 사항에 대한 찬성운동 대표단체 지정 공고”라는 제목의 공지사항을 발표하였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또, 서울시 선관위가 공개한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관련 법규안내자료> 5쪽을 보면 대표단체 신청자격, 선정방법과 대표단체의 권한 등이 나와 있다.


가. 신청권자
주민투표 찬성·반대(두 가지 사항중 하나를 선택하는 형식으로 실시하는 주민투표에 있어서는 각 사항에 대한 찬성을 말함. 이하 같음)운동 대표단체가 되고자 하는 단체(연합단체 포함)


나. 신청기한·방법 등
주민투표발의일의 다음날까지 대표단체가 되고자 하는 단체는 찬성 또는 반대별로 투표운동을 하고 있거나 할 것을 공표한 단체와 협의하여, 주민투표청구인 대표자는 하나의 단체 또는 투표운동을 할 수 있는 자 중에서 1인의 대표자를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 대표단체로 신청


다. 찬성·반대운동 대표단체의 지정·공고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가 주민투표발의일후 2일까지 찬성 또는 반대별로 신청한 단체가 각각 하나인 때에는 그 단체를, 2이상인 때에는 해당 단체들의 협의에 의하되, 협의가 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추첨에 의하여 대표단체를 지정·공고함.


요약하면, 이번 주민투표에서 대표단체가 될 수 있는 자격은 두 개의 급식안 중에서 어느 하나를 찬성하는 단체들 중에서 나와야 함은 명백하다. 그러나 <나쁜투표거부 시민운동본부>가 투표거부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전면적 무상급식’의 찬성이 아니다. 이 단체가 투표거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두 개의 급식안 모두의 거부이므로, 서울시 선관위가 제시한 대표단체의 등록요건을 충족하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정책 투표에서 어떤 정책을 찬성하는 단체란, 투표지지를 하든 투표거부를 하든, 이 단체가 투표운동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결과가 바로 그 정책의 지지에 있어야 함은 너무나 명백하기 때문이다.


라. 찬성·반대운동 대표단체의 권한
● 설명회·토론회의 설명·토론자로 참여할 자의 신고
● 주민투표공보에 게재할 주민투표안에 관한 의견 및 그 이유의 작성·제출
● 투표참관인 및 개표참관인 신고
● 투표용지 찬성·반대 란의 게재순서결정을 위한 추첨 참여


실제로 서울시 선관위의 공지사항을 보면 “이번 주민투표의 투표용지 게재순서는 양측 대표단체로 지정된 ‘복지포퓰리즘추방국민운동본부’와 ‘부자아이 가난한 아이 편가르는 나쁜투표 거부 시민운동본부’의 대리인이 참여한 가운데 추첨으로 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또 이미 서울시의 유권자 가정에 배달된 <주민투표공보>를 보면 위 두 단체가 “주민투표안에 관한 의견 및 그 이유의 작성·제출”을 하고 있음을 쉽게 확인 할 수 있다. 문제는 그 내용이다.


IV. <나쁜투표거부 시민운동본부>은 무엇을 원하는가?


<나쁜투표거부 시민운동본부>가 ‘단계적 무상급식’은 물론, ‘전면적 무상급식’도 동시에 부정하는 운동 즉 투표거부운동을 하고 있다. 한 마디로 ‘자기가 지지하는 정책을 스스로 부정하는 선거운동’을 공식적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 선관위는 이를 허용하고 있다.


심지어 서울시 선관위는 상식적으로 ‘전면적 무상급식’을 지지하는 의견과 그 이유가 게재되어야 할 <주민투표공보>에, “5면~7면의 내용은 『소득 구분없이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초등학교는 2011년부터, 중학교는 2012년부터 전면적으로 무상급식 실시』안에 대한 찬성운동 대표단체에서 제출한 것입니다”라는 소개 아래에, 곧바로 <나쁜투표거부 시민운동본부>의 투표거부독려로 가득 찬 내용을 싣도록 허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주민투표공보> 7쪽을 보면, “이번 주민투표는 참 ‘나쁜투표’입니다”라는 제목 하에, “투표소에 가도 찍을 문안이 없는 기만투표입니다. 투표하면 속는 겁니다”라는 구절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서울시 선관위의 공지사항을 통해, 투표용지의 문안의 게재순서를 <복지포퓰리즘추방국민운동본부>와 <나쁜투표거부 시민운동본부>가 추첨으로 결정하였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만일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책 문안(전면적 무상급식)’이 찍을 문안이 아니라면 애당초 대표단체 신청을 하지 말았어야 했고 또 게재 순서 결정에도 참가하지도 말았어야 했다.


<나쁜투표거부 시민운동본부>의 이런 행태는 단순히 선거운동 중의 일부내용이 허위라는 정도가 아니다. 이 단체의 행태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투표가 갖는 의미를 완전히 농락하는 것으로, 일반 공직자 선거에서 투표자의 학력위조 등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는 타락 그 자체이다.


모든 투표에는 투표자가 투표를 통해 선택하려는 대상이 있다. 일반 공직자선거에서는 투표의 대상이 ‘어떤 후보자에게 어떤 공직을 맡기자’는 것이고, 헌법개정에 필요한 국민투표의 경우에는 ‘특정한 내용의 헌법개정에 대한 찬성과 반대’이며, 이번 주민투표처럼 정책투표인 경우에는 ‘두 개의 정책 중의 양자택일(투표참가) 혹은 양자거부(투표거부)’이다.


그러나 투표에는 또 다른 요소가 있다. 즉 특정한 인물, 단체, 정당에 의해 시행되는 투표운동이 바로 그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투표운동의 중요성은 민주주의 자체의 중요성과도  같다. 공정한 투표운동 없이 공정한 투표가 없고, 공정한 투표 없이 진정한 민주주의는 불가능하다.


이처럼 중요한 투표운동에서 가장 핵심은 ‘투표자가 특정한 투표운동을 특정한 투표대상과 동일시 할 수 있음’에 있다. 왜 그럴까? 우리가 대리투표를 금지하는 이유가 한 개인의 투표권을 다른 개인이 행사하는 경우 주권의 침해가 일어나는 것처럼, 대리투표운동은 특정 투표대상을 지지해야 할 투표운동이 다른 투표대상을 지지함으로써 역시 주권의 침해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번 주민투표의 경우 ‘전면적 무상급식’을 지지해야 할 <나쁜투표거부 시민운동본부>는 투표거부운동을 통해서, ‘전면적 무상급식’을 지지하는 투표운동을 방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투표운동의 의미가 ‘이런 투표운동을 보고 이런 투표대상을 선택해 달라!’는 데에 있다면, 어떤 투표운동 단체가 원하는 투표대상이 모호하거나 모순될 경우, 이것은 투표자에게 무엇을 선택해야할 지를 호도하는 전면적 투표방해 행위와 다름이 없다.


지금 <나쁜투표거부 시민운동본부>는 대리투표운동과 함께 이 단체가 원하는 투표대상이 무엇인지를 완전히 호도함으로써 유권자의 투표행위를 방해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 단체는 선관위에 대표단체로 등록된 바에 의하면 ‘전면적 무상급식’을 찬성하고 있으나, 투표거부를 통해서는 ‘전면적 무상급식’과 ‘단계적 무상급식’ 모두를 반대하며, 현수막 등의 내용을 보면 ‘전면적 무상급식’을 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단체 등록부터 투표거부, 현수막의 문구 모두가 투표운동에 속한다는 점을 볼 때, 이 단체가 유권자에게 호소하는 투표대상은 도대체 무엇인가?


민주주의 사회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도, 또 해서도 안 되는 이런 해괴하고 뻔뻔스러운 투표운동이 21세기 한국의 수도 서울에서 횡횅하고 있다. 이번 주민투표는 아마도 2011년 8월 24일에 끝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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