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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이 산림보호 명분으로 겨울철 땔감을 얻기 위해 산에서 풀을 베거나 나무를 줍는 어린이나 노인들을 집중 단속해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북한 당국은 올해 이른 봄에 민둥산이 된 산림을 다시 조성하기 위해 뙈기밭(산에 조성한 밭)을 철수시키고 그 자리에 나무 묘목을 심었다. 겨울을 앞두고 주민들이 땔감용으로 나무를 베거나 묘목을 훼손하자 당국이 단속에 나선 것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뙈기밭 주인들이 묘목을 뽑아 버리는 행위까지 나오자 보안원들이 이들을 색출하고 있다고 내부 소식통이 28일 알려왔다.
데일리NK와 통화한 양강도 소식통은 “혜산시 성후동 산에서 마른 풀을 베어가지고 내려오던 예순 살의 노인이 단속을 하는 산림보호원에게 낫을 휘두르는 사건이 발생했다”면서 “산림보호원은 팔에 상처를 입었고 노인도 공격을 받아 머리를 크게 다쳤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의하면 지난달 22일 혜산시 성후동에 살고 있는 임정군(62) 씨가 성후동 뒷산에 올라 쑥대를 비롯한 풀을 베어가지고 내려오던 중 관할지역 산림보호원의 단속을 받았다.
임씨는 집안이 가난해 땔감을 살 돈이 없어 몇 년째 가을이면 버려진 옥수수대와 풀을 베어 간신히 겨울을 나곤 했다.
이날도 산에서 풀을 베어 내려오던 임 씨는 담당 산림보호원의 단속에 응해 풀단 검열을 마쳤다. 그런데 산림보호원이 힘들게 묶어놓은 풀단을 모두 헤쳐놓자 “이렇게까지 검열을 해야 하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임씨의 항의에 앙심을 품은 산림보호원은 풀단 안에서 솔나무 가지를 발견하고 이를 트집 잡아 1500원의 벌금조서를 쓰고 사인을 요구했다.
당장 먹을 것도 없는 처지인 임 씨는 “눈이 잘 보이지 않아 그런 실수를 했다, 의식적인 것이 아니었다”고 통사정을 했지만 산림보호원은 끝까지 책임을 따졌다.
이에 격분한 임 씨는 “너도 사람이냐 너 죽고 나 죽고 해보자”며 풀을 베던 낫을 휘둘러 산림보호원 어깨에 가벼운 상처를 입혔다.
분한 마음에 낫을 휘둘렀던 임 씨는 상대가 팔을 베었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 낫을 땅바닥에 떨어뜨리고 황급히 산림보호원에게 다가가 상처를 보살피려 했다.
그러나 일은 그 다음 순간에 일어났다. 팔에 상처를 입은 젊은 산림보호원이 앞뒤를 가리지 않고 임씨를 사정없이 두들겨 팼던 것.
산림보호원은 임 씨를 사정없이 짓밟고 주변 살림집 울타리에 그의 머리를 마구 짓이겼다. 근처에서 사건을 목격한 성후동 주민들이 산림보호원을 제지시켰으나 그는 사정을 보지 않고 계속 폭행, 결국 주변 젊은이들이 모여들어 산림보호원을 말리면서 싸움은 종결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임씨는 머리를 크게 다쳐 의식을 잃었고 혜산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아직까지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이번 사건과 관련 임씨의 아내와 딸은 도당 신소과에 제소했으나 도당에서는 오히려 임 씨의 잘못을 따졌다. 여기에 시 산림경영소를 찾아가 담당산림보안원을 찾으며 난동을 부린 죄로 임씨의 아들마저 보안서에 연행됐다.
소식통은 이러한 사실들을 전하면서 “산에서 풀을 베는 주민들과 산림보호원들이 치열한 전쟁을 벌리고 있다”며 “올해 ‘땔나무림 조성’으로 산에 묘목들을 많이 심었는데 풀을 베는 사람들이 일부러 묘목들을 베어내 큰 물의를 빚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행위에 대해 “봄에 개인들의 부업지를 회수해서 묘목들을 심었는데 땅을 빼앗긴 사람들이 자기 땅을 찾기 위해 묘목들을 베어내는 일들까지 벌어지고 있다”며 “해당 임지의 묘목들이 사라지면 담당 산림보호원들도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매일 같이 싸움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북한 당국은 도시 주변뿐만 아니라 멀리 자동차를 가지고 도벌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 보안원(경찰)들까지 동원해 나무단속에 나서고 있다.
소식통은 “아무리 산림경영소 송장(허가증)이 있다고 해도 허용도장(나무에 찍은 도장)이 없으면 무조건 회수한다”며 “겨울이 가까워 오면서 도벌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조치들을 취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끝으로 “현재 혜산시장에서 나무 1입방(가로세로높이 1m)의 가격은 3만원인데 보통 한 집에서 겨울을 나려면 나무 8입방 정도 들고 따뜻하게 지내려면 12입방 정도가 있어야 한다”면서 “최근 몇 년 동안 양강도에서는 겨울에 집에서 얼어 죽는 늙은이들도 생겼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