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죽기 바라는 북한의 식수절

▲ 식수절 기간에 나무심는 모습 <출처:NK조선>

북한에도 남한의 식목일 같은 것이 있다. 식수절(植樹節)이라고 한다. 남한의 식목일은 4월 5일이고, 북한의 식수절은 4월 6일이었다. 1947년 4월 6일 김일성이 평양시에 있는 문수산에 올라 나무 심는 날을 지정한 것이다.

그런데 1999년에 식수절이 3월 2일로 바뀌었다. 김일성과 김정숙, 김정일이 평양시에 있는 모란봉에 올라 함께 나무를 심고 김일성이 나무를 많이 심을 데 대하여 교시한 날이라 하여 갑작스레 3월 2일로 바뀌었다. 김일성의 이미지에 김정일까지 합세하고자 하는 우상화 전략이다.

염불보다는 잿밥에만 관심있는 식수절

아무튼 이날에 북한의 기관, 기업소, 협동농장 근로자들과 학생들은 나무심기에 떨쳐 나선다. 각 군(郡)의 산림경영소에서는 봄철 식수절을 대비해 묘목(苗木)을 준비해 놓고 있다가 기관, 기업소, 협동농장에 나무를 심을 수 있는 임지(林地)를 구역별로 정해준다.

기관, 기업소, 협동농장의 관리일꾼들은 좋은 임지를 받기 위해 대단한 노력을 기울인다. 나무를 잘 키우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곳에 부업농사를 해서 곡물을 수확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80년대 후반부터 김정일의 지시에 의해 임지에 심은 묘목을 관리하는 조건으로 콩이나 팥 등 ‘키 낮은 작물’ 농사를 해서 종업원들이 나눠 먹도록 했다. 따라서 묘목 주위 30Cm 이내에는 곡물을 심을 수 있다. 작은 땅이지만 북한 주민들에게는 특별한 제재 없이 부업농사를 하는 유일한 기회나 마찬가지다.

나무를 심어 키우는 것보다 곡물을 재배하는 것이 주목적이니 비교적 경사가 완만한 지역이어야 하고 토질도 좋아야 할 것이다. 산림경영소에서 이런 지역을 배정받자면 권력 있고 돈 있는 직장들이 유리하다. 당, 보위부, 보안서, 행정위원회 등 권력기관과 5호관리부, 외화벌이 사업소, 식당, 상점들이 바로 그런 직장들이다. 산림경영소의 간부들도 당이나 권력기관에 의해 통제 받으니 일단 그들의 눈치를 보고, 뭐라도 좀 받아 챙기자면 돈 좀 만지는 직장들에 우선 배정을 한다.

나무가 어서 죽어주기를 기원하는 풍토

임지를 배정받는 직장에서는 종업원들을 동원, 식수절을 계기로 이깔나무, 잣나무, 아카시아나무 등의 묘목을 심는다. 일단 묘목을 심은 다음에는 관심이 없다. 종업원들에게 이익이 되는 콩 농사, 팥 농사에만 온통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문제의 본질은 임지에서 묘목이 죽어야 다음해에도 묘목을 다시 심는다는 핑계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야 다음 해에도 그 곳에서 부업농사를 할 수 있다. 국가적으로 수많은 자금을 들여 묘목을 키워 왔지만 이것을 잘 키운다고 본인들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사람에 의해 길들여진 생물은 그 정성에 따라 자란다. 정성 없이 내버려진 묘목들이 살아나면 얼마나 살겠는가. 어떤 임지에 가봐도 묘목은 10% 정도나 살아있을까 말까였다. 설사 묘목이 살아났다고 해도 어서 죽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손길에 못 이겨 1년 후에는 죽어버린다.

결국 수십 년간 묘목을 심어 왔지만 자라는 나무는 없다. 매해 뽑히는 묘목만 눈에 보일 뿐이다. 이렇게 해마다 묘목을 심고 뽑고 거기에 곡물을 심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자발성 없으니 학생들도 대충대충

식수절에는 학생들도 대대적으로 동원된다. 이른바 ‘학생 묘목’이다. 소학교, 중학교 별로 산림을 맡긴다. 이것이 ‘소년단 림’, ‘청년 림’이다. 또한 철길 주변에도 학생들이 왜싸리나무, 아카시아나무 등 ‘키 낮은 나무’ 심기를 담당하고 있다.

‘소년단 림’, ‘청년 림’에는 주로 잣나무, 호두나무, 기름 밤나무 등 기름나무(씨앗이나 열매에 기름이 많이 들어 있는 나무)를 심으라는 것이 김일성의 교시다. 그러나 이런 나무의 묘목은 흔치 않다. 잣나무 묘목이 고작이다.

식수절에 학생들은 일인당 80~100그루의 묘목을 안고 산에 올라 가을에 파놓았던 구덩이에 대충 심어버린다. 규정대로 묘목을 심자면 나무뿌리가 굽어지지 않도록 곧게 펴고 보드라운 흙으로 덮어준 다음, 주변의 거친 흙으로 묻고 다짐을 하여 뿌리가 뽑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험한 산을 헤치며 그 많은 나무를 규정대로 심자면 하루 시간이 모자란다. 그러나 교사들은 이것을 무조건 하루에 다 심도록 독촉한다. 그래서 ‘대충 대충’이 상책이다. 누가 심어놨다고 표시되는 것도 없고 일일이 따라 다니며 감시하지도 않는다. 다음 해에 가면 모두 죽은 묘목이다. 그러면 또다시 심는다. 역시 악순환이다.

김일성은 “나라의 나무 한 포기, 풀 한 포기라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진정한 애국자”라고 주민들에게 수년 동안 지시하고 교육해왔지만 산에는 나무가 자라지 않는다. 남한의 많은 사람들이 북한의 민둥산은 1970년대의 다락밭 건설이나 땔나무를 만들기 위해 나무를 마구 베어낸 데 원인이 있다고 알고 있지만, 그에 못지 않은 원인은 관리체계에 있고 주민들의 자발적인 의식이 없다는 데 있다.

명령주의적, 관료주의적 사고 방식에 젖어있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나무를 심는다는 것은 기대할 수 없다. 강압적인 복종의 원리로는 애국심을 발현시킬 수 없다. 진정한 애국심의 발현은 국민을 위한 올바른 민주적인 노선과 정책에서부터 비롯된다는 것을 남한의 식목일과 북한의 식목일을 비교해 보면 새삼 느끼게 된다.

이주일 논설위원(2000년 입국, 평남출신) leejuil@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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