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잃은 ‘슬픈 짐승’이여…그대 이름 탈북자!

최근 중국 당국이 한국 국적 탈북자들을 체포 구속하는 일이 많아졌다. 한국과의 외교 분쟁을 초래할 수도 있는 강공책을 중국당국이 펴고 있는 것이다.

이에 우리 정부 당국은 “한국 국적이라 해도 중국에서 범법행위를 하면 구속된다”며 “내용을 알아보고 정부에서 조치할 것이 있으면 조치하겠다”는 입장이다. 외교부 입장에서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국국적 탈북자와 관련됐다면 그 ‘내용’이란 것이 뻔하다. 대부분 북한을 탈출한 주민들과 관련된 것이다. 중국은 탈북자를 붙잡아 북송해준다. 중국은 탈북자를 도와주는 것도 범법행위라는 입장이다.

21일 중국 옌지(延吉) 감옥에 30여 명의 한국국적 탈북여성이 구금돼 있다는 정보가 입수되었다(본보 21일 오후 보도). 30여 명이라면 적지 않은 숫자다.

만약 이들 30여명이 일시에 체포 구금되었다면 충격적인 일이다. 외교부는 먼저 선양의 영사관 차원에서 진상을 알아보고 불법구금의 혐의가 있다면 적극 나서야 한다.

中, 올림픽 성공위해 탈북자 인간 취급도 안해

중국이 이처럼 강공책을 펴는 데는 이유가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치안문제를 엄격히 다스린다는 것이다. 중국은 근본적으로 탈북자 문제를 인도주의 관점에서 다루는 것이 아니라, 동북 변경지역의 ‘치안문제’로 본다.

옌지 현지 소식통은 “베이징 올림픽을 대비해 지린(吉林)성 옌벤지구 공안국에 사회질서, 치안단속을 강화할 데 대한 중앙의 지시가 내려간 것으로 안다”며 “북-중 국경지역의 치안을 위해 탈북 브로커를 없애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전한다.

이번 한국국적 탈북여성 30여 명 중에도 탈북 도우미(속칭 브로커)가 섞여 있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이 탈북 도우미들을 치안을 해치는 범법자로 보고 중죄로 다스리고 있다. 이래저래 탈북자 문제는 베이징 올림픽이라는 그늘 아래서 찍소리 못하고 국제사회 관심의 뒷전으로 사라지고 있다. 이것이 있는 그대로의 현실이다. 한편에서는 ‘사람을 살려달라’고 외치는데, 한편에서는 ‘우리 잔치에 재 뿌리지 말라’고 몽둥이 찜질을 해대는 형국이다.

그래서 탈북자는 ‘짐승만도 못한’ 것이다. 고향으로 돌아가자니 김정일 정권의 개(보위부, 보안성)들이 이빨을 드러내고, 한국으로 가자니 어떻게 가야할지, 돈도 없는데, 그림의 떡인 한국행은 ‘머나먼 파촉(巴蜀) 삼만리’나 마찬가지다. 이렇게 해서 탈북자들은 오도가도 못하고 나라를 잃은 ‘슬픈 짐승’이 된다. 이것이 재중 탈북자의 있는 그대로의 현주소다.

그동안 한국정부가 재중 탈북자 문제를 무조건 간과했다는 것은 아니다. 이른바 ‘조용한 외교’의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제는 정말 근본적인 해결책을 수립해서 밀고 나가야 한다. 해결책은 탈북자 ‘난민 인정’과 한국으로의 적극적인 수용뿐이다. 여기에 그 무슨 절충주의나 중국과의 ‘조용한, 그리고 더 조용한 외교’란 있을 수 없다. 문제를 정직하게 보고 정공법으로 가야 한다.

이 문제는 한국 단독의 힘으로 풀기 힘들기 때문에 미국, 일본, 유럽과 손잡고 중국을 압박해서 난민지위를 인정하도록 해야 한다. 탈북자 문제는 북한 핵문제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핵무기는 ‘물질’ 문제이고, 탈북자는 ‘사람’ 문제이다. 물질문제는 물질적 방법으로 풀고 ‘사람’문제는 철저히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풀어가면 된다.

근본문제는 총대를 매야 할 우리 정부가 마치 제3자처럼 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총대를 매지 않는데 미국, 일본, 유럽이 대신 총대를 매줄 리가 없다. 특히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이라는 국가적 명운이 걸려 있으니 한국이 정말로 총대를 매고 미국, 일본, 유럽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끌어낸다면 난민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 외교적 총력을 기울이지 않아서 그렇지, 총력을 기울이면 불가능한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노무현 정부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성공시키듯이 ‘제대 말년’에 정말 재중 탈북자 문제 한번 해결해봐라. 그러면 누가 또 아는가? 노무현 지지가 말년에 30%에서 50%로 껑충 뛸지… 정부, 잘 한번 생각해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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