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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남조선에 가고 싶다…”
국내 입국 탈북자가 급증하면서 현재 한국행을 부러워하는 북한주민들이 늘고있다.
서울 거주 탈북자 김영식(37세)씨는 최근 청진에 살고 있는 가족과의 전화통화에서 “북한 사람들이 한국 가는 것을 이젠 별로 두려워하지 않는다. 한국에 가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고 22일 전했다.
김씨는 “동네에 ‘행불자’가 생기면 남조선에 간 것 아니냐는 말이 나돌고, 아는 사람끼리 삼삼오오 모이면 남조선에 가겠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남조선에 갔다’고 소문나면 ‘민족반역죄’로 몰릴까 전전긍긍 하던 때에 비하면 놀라운 현상이다.
국내입국 탈북자 수는 6월 현재 8,500여 명으로, 곧 1만 명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탈북자들의 한국입국 소문이 북한땅에 퍼지면서 주민들의 한국행은 과거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로 의식이 바뀐 것이다.
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탈북자 이춘식(60세, 가명)씨는 “우리 동네에 우리고향(함경북도 새별군) 사람만 100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함경북도 무산, 회령 등 국경지역의 어떤 마을은 ‘온 동네가 한국으로 이사했다’는 소문이 났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생계형 탈북자들이 줄어들고 남한과 연줄이 있는 가족 단위의 탈출이 늘고 있다. 북에 있는 가족들은 당국의 감시와 압박이 심해지면 언제든 두만강을 넘을 태세다.
보위원, “돈 좀 나눠 쓰자”
먼저 입국한 딸의 도움으로 한국에 온 김명자(56세, 가명)씨는 최근 ‘하나원'(탈북자 정착교육원)을 졸업했다.
편지 한 장 써놓고 사라졌던 딸과 김씨가 서로 연락이 된 것은 그로부터 2년 뒤. 이후 남한에 입국한 딸이 부쳐주는 돈으로 김씨는 그럭저럭 살았다.
김씨가 돈이 좀 있다는 기미를 알아차린 보위원은 김씨를 감시하기보다는 도리어 뻔질나게 집에 찾아와 돈을 요구했다고 한다.
몇년 전만 해도 입국 탈북자들은 북에 남은 가족을 우려해 남한입국 사실을 숨기고, 가족에게 중국 모처에 있다고 전달했다. 그러나 가족이 혹시 남한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미를 조사를 마치고 집으로 찾아오는 법관(보위원, 안전원)들로부터 먼저 안다는 것이 김씨의 말이다.
이러한 현상이 심해지자 국경통행 검열은 한층 강화된 것으로 알려진다.
북한당국은 청진-회령 구간 보위부 10호 초소(국경봉쇄를 위한 보위부 초소)를 2개에서 3개로 늘리고 국경을 통과하는 주민들의 얼굴과 신분증을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 특히 평양 등 말씨가 다른 지방 사람들은 특별검열 대상이라고 한다.
탈북자 K씨는 “초소의 단속이 매우 심하다”며 “요즘은 산을 타고 몰래 돌아가며 국경에 접근하는 사람들까지 다 붙잡는다”고 말했다.
한영진 기자(평양출신, 2002년 입국)hyj@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