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親北이 자랑스럽다

민족문제연구소와 관계자들이 보수성향의 매체와 인사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들의 주장인즉, 자신들을 ‘친북’이나 ‘좌익’이라고 표현한 것이 명예훼손이란다.

이해할 수 없다. ‘친북’이나 ‘좌익’이 나쁜 말인가? 어떤 사람을 ‘친북’이나 ‘좌익’이라 하는 것은 그를 헐뜯는 언행인가?

더구나 북한정권과 화해하자고 줄곧 말하고 연방제 통일까지 주장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친북’을 명예훼손 감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지막지한 자기모순이다. ‘친북’하지 않고서 어떻게 북한 정권과 화해한단 말인지 알 수 없다. ‘친북’하지 않고서 어떻게 연방제 통일을 하겠다고 하는지 도무지 상상할 수도 없다.

‘친북’이면 사회적으로 매장되나?

만약 보수성향의 매체와 인사들이 민족문제연구소를 표현하면서, 김정일과 북한정권을 따른다는 뜻에서 ‘종김(從金)’이나 ‘종북(從北)’이라고 했다면 명예훼손 감으로 생각해 볼만 하다.

극악무도한 김정일과 그 정권을 추종하는 사람들이니, 세상에 그런 험악한 욕이 어디 있겠는가. 스웨덴의 예란 페르손 총리는 2001년 김정일, 쿠바 카스트로와 자신의 사진을 나란히 배치해 광고를 낸 제약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다. 당시 제약회사의 광고는 정부의 의약품 독점판매에 항의하는 내용이었고 페르손 총리는 본인의 허락 없이 사진을 무단 사용한 데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아무리 정부 정책에 불만에 있기로 김정일과 자기나라 총리를 비교하다니, 그 회사 너무 심했다. 필자는 세상에서 제일 험한 욕이 ‘김정일 같은 녀석’이라고 생각한다.

어찌되었든, 이번에 소송을 제기한 민족문제연구소의 관계자들은 김정일을 극악무도한 지도자라고 생각지도 않을 것이다. 따라서 ‘종김’이나 ‘종북’이라는 말을 들었다 해도, 김정일과 북한 정권을 어느 정도 추종하고 있느냐 하는 정도의 문제를 따질 수는 있겠지만, 그 말 자체를 특별히 나쁘게 생각할 사람들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고작(!) ‘친북’을 갖고 명예훼손이라니, 이들의 사고구조가 이해되지 않아 머리가 혼란스러울 지경이다. 이들이 명예훼손 소송을 분명히 하자면, ‘친북’이라는 말이 대단히 나쁜 말이고 명예까지 실추될 만한 표현이라는 것을 먼저 증명하여야 한다. 이들의 소송장을 보니 이렇다.

“친북(親北)이나 좌파(左派)라는 등의 평론 또는 의견표명은 남북분단과 관련한 역사적 경험과 그로 인한 국가보안법의 존재, 국민정서, 정치상황 등에 비추어 상대방의 사상성(이른바 색깔)을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방향으로 흘러 그 상대방을 사회적으로 매장시킬 뿐 아니라 그 상대방의 견해나 입장에 대한 합리적 여론형성을 방해하는 결론에 이를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

헉, 이 정도면 피해망상이다. ‘친북’이라는 말을 들으면 “사회적으로 매장”되는가? ‘친북’이라고 평가 받으면 “견해나 입장에 대한 합리적 여론형성에 방해”가 되는가? 필자는 전혀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당당하게 “우리는 친북”이라고 내세우며 “친북은 아름다운 것”이라고 주장하고 다녀야 할 사람들이 스스로 그것을 ‘나쁜 것’으로 되돌려버리면서 명예훼손 소송까지 하다니 이런 시대착오가 어디 있나.

北 인민 외면하는 사람들이 친북?

필자는 일부 보수성향의 매체와 인사들이 민족문제연구소와 관계자들을 친북, 좌익이라고 한 것은 ‘명예훼손’의 잘못이 아니라 ‘사실착오’의 잘못이라 생각한다.

어찌 그들에게 ‘친북’이라는 아름답고 숭고한 이름을 붙여줄 수 있나.

우리가 친북, 친중, 친미, 친일이라고 국가의 이름 앞에 ‘친(親)-’을 붙여 이야기할 때는 그 나라의 특정한 정권과 친하다는 표현보다는 ‘그 나라 일반’과 친하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예컨대 그 나라의 풍물을 사랑하고, 역사와 전통을 존중하며, 그 나라의 인민들을 사랑하고, 그들의 미래와 함께 하고 싶은 경향과 태도이다.

따라서 ‘친북’이라고 하면 북한 인민을 사랑하고, 그들의 처지와 조건을 이해하며, 그들의 미래와 함께 하려는 자세가 기본이다. 이번에 소송을 제기한 사람들이 북한 인민의 처지와 조건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일까? 북한 인민의 인간적 권리와 자유, 해방, 민주주의를 향한 움직임에 관심이 있으며, 그것을 위해 힘을 합할 의향이 과연 있는 사람들일까?

필자의 눈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데 친북이라니, 그것은 민족문제연구소와 관계자들에 대한 당치 않는 미화(美化)이자 분명한 오기(誤記)다.

진정한 친북, 좌파는 북한인권운동

덧붙여 그들은 ‘좌파’와도 거리가 멀다. 현실에서의 과오가 씻을 수 없이 많긴 하지만, ‘좌파’의 초심(初心)은 인민의 편에서 억압과 착취, 차별, 불평등에 반대해 결연히 싸우는 데 있었다. 그런데 지구상 최악의 억압과 착취, 차별, 불평등에 신음하는 북한 인민을 외면하면서 그 위에 군림하는 독재정권과 화해하려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좌파’라는 역사적 이름을 붙여줄 수 있단 말인가?

좌파적 성향으로 분류되는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이 ‘북한에 대한 침묵을 깨자’는 성명을 싣고, 프랑스 공산당 인사들이 기관지 <뤼마니떼>에 북한인권실태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유럽의 어느 좌파정당 인사는 “북한을 공산주의라고 하는 것은 공산주의에 대한 모독”이라는 말로 자신의 ‘좌파적’ 입장을 정리해서 말했다. 이들이 진정한 좌파요, 한국의 자칭 타칭 좌파들은 왼쪽 문턱에도 못 미치는 그냥 ‘얼치기’일 뿐이다.

단언컨대 ‘친북’은 북한인권운동을 하는 단체와 관계자들에게 자랑스럽게 얹어줄 월계관이지 이런 얼치기들에게 헤프게 입혀줄 꽃무늬 옷이 아니다.

나는 누가 나에게 ‘친북’이라 부른다면 자자손손 대단한 영광으로 여기겠다. 소송 걸지 않을 테니 누구든 주저 없이 ‘친북’이라 불러달라.

곽대중 논설위원 big@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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