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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조선(한국) 손님한테는 봉사 안 합니다.”
지난달 중순 북한인권 관련 취재를 어느 정도 마무리 한 이후 간단한 요기를 하러 들어간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시 소재 북한식당 ‘평양고려관’에서 취재진은 복무원에 의해 보기 좋게 쫓겨나고 말았다. 조선족 가이드를 따라 식당에 들어갈 때만 하더라도 웃으며 환영해주던 복무원들이었다. 그러나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인지한 후 그들의 반응은 돌연 냉담해졌다.
상황은 이러했다. 음식을 주문하는 과정에서 복무원은 낌새가 이상했는지 “남조선에서 오셨습니까”라고 수차례 질문을 던졌다. 대답을 회피하는 취재진을 향해 같은 질문을 반복하더니 결국 식당에서 나가 줄 것을 요구했다. 굳어진 그들의 표정에는 한국인을 향한 경계심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식당을 나서며 뒤돌아보니 복무원이 취재진을 한 차례 쳐다본 뒤 식당의 문을 굳게 닫고 있었다. 지난해 4월 중국 내 북한식당에서 일하던 여성 종업원 집단 탈북 사건 이후로 경색된 한국과 북한 사이의 분위기가 피부로 전해져왔다.
현지 가이드는 “이전에는 손님이 누구든 장사만 잘 되면 상관없다는 분위기였다”면서 “하지만 작년 13명 종업원이 남한으로 들어간 소식이 전해진 후 한국인을 바로 내쫓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린(吉林)성 옌볜조선족자치구에 위치한 OO식당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단둥에서 쫓겨난 경험 때문에 취재진의 행동은 보다 조심스러웠지만 이곳의 북한 복무원들은 크게 한국인을 경계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심지어 공연을 하기 위해 방에 들어온 복무원 3명은 스스럼없이 다가와 손을 잡고 노래를 불렀다. 또한 공연 중간에 취재진들을 앞으로 불러내 마이크를 건네며 함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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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의 분위기가 단둥과는 다르다는 점을 알고 나서야 긴장이 어느 정도 풀렸다. 방에서 음식 서빙을 담당하던 복무원도 다른 동료들의 공연이 끝나고 난 이후부터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저희 할아버지께서도 고향이 남쪽이었습니다”는 말과 함께 한국과 관련된 여러 가지 이야기도 언급했고, 중간중간 취재진과의 대화에서 나온 농담들을 받아치며 웃기도 했다.
왜 이렇게 분위기가 다른 걸까. 가이드의 말에서 이유가 어느 정도 짐작됐다. “북한 당국이 아무리 한국인들과 접촉을 금지해도 모든 곳을 감시·통제할 수는 없다.”
가이드는 이어 “북한 복무원 아이들이 이곳에 일을 하러 온 이상, 돈을 내고 밥을 먹는 손님들을 가려서 받을 수는 없다”면서 “임금도 넉넉하게 챙겨주니 자연스럽게 분위기도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