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야겠다는 생각 뿐”…연평주민 인천으로 속속이동

북한의 해안포 사격을 피해 연평도에서 어선을 타고 대피한 주민들이 23일 오후 인천항으로 속속 들어왔다.


현지에서의 아찔한 기억 때문인지 하나같이 긴장된 표정의 이들은 인천항에 도착하고 나서야 비로소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북한의 해안포 사격이 있은 지 2시간 만인 오후 4시30분께부터 10~20명씩 어선에 나눠 타고 차례로 연평도를 떠나 3시간여 만에 인천 연안부두에 도착했다.


주민 대부분은 급하게 나오느라 별다른 짐 없이 평상복 차림으로 배에서 내렸으며, 외투 안에 어린 아이를 꼭 끌어안고 나오는 중년 남성도 눈에 띄었다.


주민과 선원 등 28명을 태우고 입항한 9.77t 신복호 선장 곽용근(50)씨는 김장을 하려고 집에 있다가 근처에서 들려오는 ‘쾅’하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 밖으로 뛰쳐나왔다고 했다.


곽씨는 “우리 군이 오늘 사격훈련을 한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그 소리가 평소와 달랐다”라며 “1차 폭격이 끝나고 가족, 동료 선원과 함께 대피소에 있으면서 이대로 있다가는 위험할 것 같아 대피를 결심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부두에는 배를 구하려는 사람들이 몰려 그야말로 북새통이었다”라며 “빠져나오지 못하고 섬에 남은 주민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씁쓸하다”라고 아쉬워했다.


곽씨와 같은 배를 타고 나온 어민 윤희중(48)씨는 자신의 SUV 차량을 이용해 여객선 선착장에 이웃들을 내려주고 마을로 돌아오다 포탄이 떨어지는 장면을 직접 목격했다고 말했다.


윤씨는 “산모퉁이를 돌아 마을이 보이자마자 차에서 15m 떨어진 앞에 포탄이 떨어졌는데, 충격 때문에 차가 들썩거릴 정도였다”라고 말했다.


그는 “바로 앞에서 포탄이 터지는 것을 보고 나서는 즉시 섬을 빠져나가야겠다는 생각밖에 안들더라”라며 당시의 다급한 심정을 전했다.


인천으로 대피한 연평도 주민들은 섬을 떠나올 때 현지 해양경찰과 군부대가 출항을 통제하면서 적지 않은 마찰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때문에 인천에 도착한 어선 대부분이 해경의 출항 허가를 받지 못해 해경은 예상 대피 인원과 출항 척수 파악에 애를 먹었다.


주민 박모(25)씨는 “부두에서 출항하려는데 해경이 못 나가게 막았다”라며 “여기서 포탄을 맞아 죽으라는 거냐고 따져도 막무가내였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못 나가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는데도 제대로 된 답변을 듣지 못했다”라며 “섬 주민을 안전하게 지켜주지도 못하면서 떠나는 것을 왜 막는지 이해가 안 간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으로 대피한 주민 가운데 노인 1명이 고통을 호소해 119구급대원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으나 대부분 주민은 건강에 별다른 이상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해경은 23일 오후 11시 현재까지 어선 13척이 264명의 주민을 태우고 연평도를 떠나 인천에 입항한 것으로 파악 중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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