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통신은 27일, 쿠바 지도자였던 피델 카스트로가 25일(현지시간) 90세 나이로 사망한 것과 관련해 김정은이 조전을 보냈다고 전했습니다. 피델 카스트로 하면 북한 주민들도 잘 아는 사람입니다. 1959년 1월 바티스타의 정권을 무너뜨린 뒤 2008년 공식 직위에서 물러날 때까지 49년 동안 권력의 자리에 앉아 사회주의 국가건설을 표방했던 쿠바의 지도자였습니다.
그는 무상교육과 무상의료를 도입하는 등 여러 가지 사회주의 시책을 시행했으나 역시 인권을 탄압하는 독재자였습니다. 바티스타 정권에 근무했었다는 죄목으로 500명을 처형한 것을 비롯해 가혹한 인권탄압을 자행해 수많은 꾸바인민들이 자유를 찾아 탈출하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생전에 카스트로와 김일성은 가깝게 지냈습니다. 카스트로가 1986년에 북한을 방문했을 때 김일성은 자동보총 10만 정과 탄약을 무상으로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카스트로는 김일성과 달랐습니다. 권력을 세습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개인 우상화도 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미국의 코앞에 있은 까닭에 혹심한 경제 봉쇄에 따른 경제위기의 고통을 받을 때 인민들과 똑같이 그 고통을 나눴습니다. 지도자라고, 간부들이라고 일반 인민들과 별반 다른 특별대우를 받지 않았습니다. 북한처럼 간부들에 대한 특별 공급도 하지 않았고 명절 때마다 선물을 주면서 아첨꾼들을 만드는 일도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1990년대부터는 외국인의 직접투자를 확대하고, 비효율적인 국영기업을 개혁하는가 하면, 소상인들을 지원하는 등 제한적인 개방 조치를 단행했습니다. 그리고 2008년 2월 동생인 라울에게 물려주고 쿠바를 개혁 개방하도록 암묵적으로 밀어도 줬습니다. 이에 힘입어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는 미국과 2014년 12월 오랜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국교 정상화를 선언하기에 이르렀고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올해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88년 만에 쿠바를 방문해 정상회담까지 열었습니다.
물론 한참 지나서야 현실을 깨닫고 개혁개방의 길에 들어서긴 했지만 김일성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을 보여 준 피델 카스트로였습니다. 먼 훗날 역사가 피델 카스트로에게 어떤 평가를 내릴지는 모르겠지만 김정은은 이쯤 되면 고민을 해 봐야 합니다. 한평생 사회주의, 공산주의를 목표로 삼아 내달렸던 카스트로가 어째서 말년에 개혁개방을 결심했는지, 미국과 관계개선에 힘을 넣었는지 깊이 생각하고 고민해 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