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1차 상봉’에 나선 남북 이산가족들 가운데 최고령인 김례정(96)씨는 북한의 딸 우정혜(71)를 만나자 “너를 어떻게…. 꿈에만 보던 너를 어떻게….”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상봉 직전까지만 해도 “딸을 만나게 돼 좋기만 하다”며 연방 웃음을 보였던 김씨였지만 막상 60년 동안 헤어져 있던 딸이 눈 앞에 나나타자 할 말을 잊은 채 눈물범벅인 딸의 얼굴만 어루만졌다.
딸 정혜씨는 “저는 잘 있습니다”라며 어머니를 품에 안고 있다가 북측의 가족 사진과 훈장 20여 개를 김씨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고령인 김씨는 휠체어에 의지해야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기력이 떨어졌지만 무리를 해서라도 딸을 만나겠다는 의지로 금강산까지 먼 길을 왔다.
우원식 전 민주당 의원의 누나이기도 한 정혜씨는 6.25전쟁 당시 서울이 인민군에 점령당하자, 이날 어머니를 모시고 상봉장에 나온 오빠 우영식씨와 함께 할아버지가 계시던 황해도 연백의 고향집으로 피신했다.
그 후 1.4후퇴 때 오빠와 남자 친척들이 정혜씨를 할아버지 댁에 남기고 떠난 뒤로 다시는 가족들을 만나지 못했다.
남쪽 가족들은 정혜씨를 만나기 위해 15년 전부터 상봉 신청을 해놓고 애타게 기다렸지만 번번이 기회가 돌아오지 않았다.
가족들은 혹시 정혜씨에게 나쁜 일이 생길까봐 남들처럼 중국을 통해 생사를 알아보는 것도 포기한 채 속만 태웠다.
정혜씨는 고령인 어머니가 돌아가셨으리라 짐작하고 남측에 형제.자매들의 생사 확인만 의뢰했다가 뒤늦게 어머니의 생존 사실을 전해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