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제비에 대한 추억

장마당에서 걸식하는 어린이

1997년 2월 추운 겨울날 내가 북한에 있을 때의 일이다.

하루는 부대에서 임무를 받고 신의주로 가던 중 신안주 역전에서 기차를 갈아타게 되었는데 차에서 내릴 때는 이미 어둠이 깃들고 역전청사에는 전등불만이 희미하게 비치고 있었다. 가지고 가던 밥이나 먹자고 바닥에 앉아 밥을 펴놓을 때였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3~10살가량의 새까만 아이들 여러 명이 우르르 몰려와 고사리 같은 두 손을 펴들고 “아저씨, 밥 좀 주세요!……” 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불쌍하게 생각되어 밥을 나누어 주려고 하는데 기미를 챈 큰“꽃제비”들이 몰려와 그만 장사진을 친 그들 속에 포로가 되고 말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세수는 어느 옛적에나 했는지 머리칼은 먼지에 가시시하고 얼굴엔 두 눈만이 반짝이고 있었다. 한 두끼 구제로 해결될 수 있으면 도와줄 수도 있겠지만 만성적인 기근으로 초래된 전도가 없는 북한 땅에서 이 많은 아이들을 구제한다는 것은 나 혼자로선 역부족이었다. “야. 이놈아, 세수라도 하고 동냥을 해라!” 라고 하니까 세수를 하면 다른 사람들이 동정을 안 해준다고 한다.

제대로 성장발육이 안돼 키는 17살에 1.4미터가량의 난장이로 되고 학교가 폐쇄되었기 때문에 한창 배워야할 나이에 배우지 못하고 문맹자가 되어버렸다. 길가에 쓰러진 꽃제비는 팬티도 입지 못하고 엉덩이는 살이 다 빠져 항문이 벌어지고 그 몰골은 썩다 남은 그루터기 같았다. 주먹만한 밥주머니를 채우려고 하루 종일 땅에 떨어진 음식을 주어먹고 군대들이 밥을 먹는 곳에 가서 밥을 구걸하다가 매를 맞고 빵 하나를 훔쳐 먹으려다가 장사꾼에게 매를 맞는 아이들, 그 모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비참하고 가슴이 아프다.

이것이 바로 북한의 미래를 떠메고 나갈 아이들의 모습이다.

시들어 가는 미래들

교육은 나라의 미래를 약속하는 만년투자라고 하지만 한 세대를 잃은 북한은 미래를 떠메고 나가야할 어린이들이 생활고에 시달려 배워야할 나이에 배우지 못하고 거리를 헤매고 참다운 내일에 대한 전도가 없다.

대체로 꽃제비들은 집에서 부모님들이 돌아가시거나 아니면 부모님들이 생계를 이을 수 없어 집을 나가버리기 때문에 가정이 해체된 아이들이 태반이다.

낮에는 장마당이나, 식당 같은데서 생활을 하고 밤에는 역전대합실에 들어가 쪽잠을 자다가도 쫓겨나기가 일쑤인데 이런 비위생적인 생활이 연장되다 보니 여러가지 전염병에 걸려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다. 시들어가는 ‘미래’들……
그것도 1년, 2년도 아닌 근 10여 년간을 지속되어온 기아와 굶주림의 모진 바람은 북한의 한 세대를 완전히 소멸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제 아버지의 시체를 거두는데 8억9000만 달러라는 돈을 탕진하는 ‘위대한 영도자님’이 길가에 돌아다니다 쓰러진 어린이들을 본 적이 있고 그 고사리 같은 손에 빵 한 조각 쥐어줄만한 자비심도 없단 말인가?

김정일은 “미제를 비롯한 제국주의 연합세력이 공화국을 고립 압살하려고 경제봉쇄정책 때문에 일시적인 고난을 겪는다”라고 인민들을 기만하고 있다.

더욱이 안타까운 것은 자신들이 못살고 못 먹는 것을 김정일과 김정일의 녹을 먹고사는 당 간부들의 탓으로 여기지 못하고 미제와 남한괴뢰들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순진한 북한어린이들을 생각하면 안쓰러움을 금할 수 없다.

한영진 기자 (평양출신, 2002년 입국) hyj@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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