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동산’ – 가슴 아픈 북녘의 오늘

여기, ‘사람들’이 있습니다.

길에서 썩어가는 밥알 찌꺼기, 국수오라기, 김치찌꺼기를 주워 먹어야 했고, 심지어는 화장실의 똥오줌이 배어있는 음식도 씻어 먹어야 했으며, 겨울에는 누렇게 썩어 코처럼 늘어지는 그런 것도 주워먹어야 했다는, 그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린 여자로서 할 수 없는 일을 하면서 살아왔다고, 나 자신도 내 처지가 죽도록 미워, 내가 왜 이런 세상에서 태어났는지 억울하다며 끝내 울음을 터트리는 그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국 땅 낯선 남자에게 인민폐 3만 7천원(한화 465만원 정도)에 팔려가 오십 대 남자와 그 일곱 아들의 성(性) 노리개로 살아가야 했다는 슬픈 사람들이 있습니다.

땅바닥에 떨어진 빵 부스러기를 재빨리 주워먹고, 옷이 없어 보자기를 뒤집어 쓰고, 동상에 걸려 팔다리가 썩어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영문도 모른 채 수용소에 끌려가 평생을 짐승처럼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있고, 항변의 권리도 없이 총살을 당하는 사람들이 있으며, 심지어 내가 사람인 줄도 모르고 살아가는, 그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나와는 상관없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 아버지, 어머니, 형, 동생, 누이, 조카, 삼촌, 이모……. 피를 나눈 ‘동포’들의 이야기입니다. 같은 시간대를 살아가는 똑같은 ‘인간’의 이야기입니다.

나와 멀리 떨어진 곳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금 당신이 앉아 있는 곳에서 차를 타고 두세 시간, 혹은 너댓 시간, 그곳에서 끔찍하게 들려오는 비명소리, 핏빛 통곡입니다. 바로 우리 옆집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일어나고 있는 일들입니다.

그곳을, 그곳 사람들이 ‘꽃동산’이라고 한답니다.

사람이 죽어 묻을 때 봉분을 높이지 못해 평지에 살짝 흙만 돋운다고 합니다. 그러한 무덤들이 볼록볼록 ‘꽃동산’을 이룬다고 합니다. 관도 없이 묘비도 없이 누운 주검들……. 사실 북녘 전체가 꽃동산 – ‘죽은 사람들의 사회’입니다.

감독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가족이 가족을 두려워하고, 이웃이 이웃을 의심하며, 친구가 친구를 감시하지 않으면 그나마 목숨조차 부지하지 못하는 곳! 김정일의 화려한 집무실과 별장을 제외하고 북한 그 어느 곳에도 자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북한은 거대한 감옥,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스물 여덟 살 젊은 감독이 그 ‘거대한 감옥’의 이야기를 15분짜리 다큐멘터리 ‘꽃동산’에 담았습니다.

그것이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바로 내 이웃, 내 형제의 이야기라 우리를 눈물짓게 합니다. 절규하게 합니다.

그리고 부끄럽게 합니다. 따뜻한 방에서 깨끗한 옷을 입고 푸짐한 밥과 국을 떠넘기는, 우리의 새하얀 손, 사치스런 혀와 입술을 부끄럽게 합니다. 그러고도 춥다고, 낡았다고, 맛이 없다고 투정부리는 우리의 과욕과 비만을 부끄럽게 합니다.

스물 여덟 살 감독이 “내가 가진 재능이 이것 뿐이라, 북한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밖에 없었다”고 부끄럽게 내놓은, 2년 동안 뛰어다니며 만들었다는 이 짧은 다큐멘터리가 우리를 한 없이 부끄럽게 합니다.

그럼 나는, 그리고 당신은, 북한을 위해 무엇을 했던가요? 죽어가는 동포를 위해, 그들의 참혹한 실상을 알리기 위해, 내가 가진 어떤 재능을 바칠 생각을 해봤던가요?

감독은 말합니다.

“우리가 숨쉬는 이 순간에도, 우리의 무관심 속에, 북녘의 꽃동산은 소리 없이 번창한다.”

청년 영화감독 권순도(權純道) 씨가 ‘북한인권국제대회’에 상영해 참석자들의 눈시울을 적셨던 다큐멘터리 ‘꽃동산’을 민들레 홀씨처럼 인터넷에 옮깁니다. 우리 모두 하나씩의 홀씨가 되어 여기저기 옮겨 나르며 북녘의 현실을 알립시다.

홀씨에 싹이 돋고 줄기가 뻗어, 머지 않아 ‘주검의 꽃동산’이 진정한 ‘희망의 꽃동산’으로 피어나리니, 그때, ‘나도 북녘의 동포들의 위해 작은 일이나마 하나 했노라’고 말할 수 있는 우리가 됩시다.

‘꽃동산’ – 가슴 아픈 북녘의 오늘입니다.

다큐멘터리 ‘꽃동산’ 파일로 내려받기

DailyNK 편집국 dailynk@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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