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5월 방중 이후에도 이명박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북한의 진정성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을 당분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김황식 국무총리와 현인택 장관은 28일 각기 다른 장소이지만 한 목소리로 북한이 천안함, 연평도 문제에 대한 분명한 조치를 취해야 본격적인 남북관계가 복원될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김 총리는 이날 오전 제주도 서귀포시 해비치호텔에서 열리는 ‘제6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기조연설에서 “우리는 언제든 북한과 열린 마음으로 대화할 용의가 있으며 6자회담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에 관한 생산적인 협의가 이뤄지기를 진정으로 바라고 있다”면서도 “우선 남북간 대화를 통해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북한 핵포기 의지에도 강한 불신을 표출했다. 김 총리는 “북한은 경제 실패와 만성적인 식량난, 국제사회의 제재 등의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군사모험주의와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일이 중국 방문 자리에서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제안했지만 이 말을 곧이 곧대로 듣지 않겠다는 의사이다.
이어 “지난해에는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을 자행했을 뿐 아니라, 두 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감행했으며 최근에도 우라늄 농축 시설을 공개하는 등 핵개발 의지를 전혀 굽히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보다 분명하게 정부 입장을 설명했다. 현 장관은 “정부는 남북대화에 앞서 천안함ㆍ연평도 사태에 대한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하는 원칙을 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 장관은 이날 대중 외교 관련 국제회의 기조연설을 통해 “한반도의 미래에 관한 모든 논의는 북한의 진정성에 기반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북한이 천안함, 연평도에 대해 납득할만 한 조치를 먼저 내놓지 않으면 북한의 요구사항을 들어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의 도발을 간과하거나 비핵화 관련 논의가 빠진 대화는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서 “우리는 그런 대화는 거부하겠다”고 강조했다.
현 장관은 또 “지난 2, 3년간 북한의 군사적 모험은 최고조에 달했지만 핵무기는 북한의 미래를 보장하지 못한다”면서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북한은 점점 더 고립될 뿐이며 이는 북한의 경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친북 민노당을 포함한 야당과 진보 좌파, 일부 여당 관계자들까지 대북정책 수정을 요구하고 있음에도 핵심 당국자들이 한결 같이 원칙 유지를 강조한 것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그 만큼 단단하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청와대 내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포함한 대북정책 반전(反轉) 시나리오까지 흘러나오는 마당에 두 관료의 대북정책 유지 소신이 오히려 신선하다는 반응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