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희 “KAL기 폭파사건은 北의 테러”

대한항공 858기 폭파범인 김현희 씨는 11일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사건 조작의혹에 대해 “KAL기 폭파 사건은 북한의 테러이며, 나는 가짜가 아니다”고 심경을 밝혔다.

김 씨는 이날 오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BEXCO)에서 일본인 납치 피해자 다구치 아에코 씨의 장남인 이즈카 고이치로(飯塚耕一郞)씨, 오빠인 일본인 납치피해자가족회 대표 이즈카 시게오(飯塚繁雄)씨와 면담을 가진 후 기자 회견에서 “아직까지 유가족 일부가 조작의혹을 말 하는데, 20년 지난 사건을 아직도 누가 했는지 모른다는 것이 안타깝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씨는 1987년 KAL기 폭파사건 이후 체포돼 국내에서 사형선고를 받았지만 1990년 사면됐다. 1997년 결혼 때 잠시 모습을 드러내기는 했지만 공식적으로 대중 앞에 서는 것은 1991년 기자회견이후 18년만이다.

‘언론 인터뷰에서 참여정부와 국가정보원이 본인을 가만두지 않았다고 주장했다는데 사실이냐’는 질문에는 “이 자리에서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기는 그렇고, 현 정부가 지난 정부에서 있었던 일을 조사하고 있다고 하니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만 답했다.

이어 “97년 결혼 이후 사회와 거리를 둔 채 돌아가신 분들과 유가족의 아픈 마음을 헤아리며 조용히 살려고 했다”면서 “유가족들이 KAL기 사건을 북한이 한 테러임을 인정하고, 다른 목적이 없다면 그들의 (조사) 요구에 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 날 만남에 대해 “며칠 전부터 잠을 잘 못 이뤘다”며 “아에코 씨 생각이 난다. 아들이 어머니를 닮아 핸섬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구치 씨가 내가 아들을 보게 된 것을 안다면 얼마나 기뻐할까. 이 자리에 다구치 씨가 같이 있었으면 좋았겠다”고 덧붙였다.

공작원 훈련 당시 자신의 일본어 교사였던 다구치 씨에 대해서는 “제가 87년 1월부터 10월까지 북한 초대소에서 생활하며 들은 것은 ‘다구치 씨를 어디로 데려갔는데 어디 갔는지는 모르겠다’는 것이었다”며 “사망한 게 아니라 다른 곳으로 간 것으로 생각했고, 86년에 결혼시켰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일본인 납치 피해자 요코다 메구미 씨와 관련, “저의 공작원 동지인 김숙희에게 일본어를 가르쳤고, 87년에 남조선 사람과 결혼해 딸을 낳았다는 얘기도 들었다”며 “메구미 씨가 사망했다는 것은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씨는 또한 “북한이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됐을 때 환영의 뜻을 표한 것은 간접적으로 KAL기 사건을 인정한 것”이라면서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해 북한은 죽었다고만 말하지 말고 고향으로 돌려보내주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납치 문제의 해결방안에 대해 “일본 정부가 북한의 자존심을 살려주면서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지난 2002년 일본 납북 피해자 5명이 돌아온 적이 있기 때문에 서로 노력하면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다구치 씨의 아들인 이즈카 고이치로 씨는 “어머니가 확실히 생존해 있다는 증거를 받았다. 구출활동에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며 “김 씨가 한국의 따뜻한 엄마가 되겠다고 해 기쁜 마음”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기자회견이 끝나자 마자 이즈카 고이치로 씨의 손을 잡고 계속 눈시울을 붉히며 작별인사를 나눴고, 오빠인 이즈카 시게오 씨에게는 90도로 인사를 한 뒤 먼저 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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