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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길 중도통합민주당 공동대표가 ‘제3지대 신당’ 합류를 위해 조만간 통합민주당을 탈당할 것으로 보인다.
‘제3지대 신당’ 합류 시기와 방식을 두고 박상천 공동대표와 불협화음을 보였던 김 대표는 24일 발족하는 ‘신당 창당준비위’에 합류하기 위해 중도개혁통합신당 출신 의원들과 동반 탈당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지난 2월 열린당 탈당→5월 중도개혁통합신당 창당→6월 중도통합민주당 합당→재탈당의 전철을 밟게 돼 범여권 대통합을 위한 편법 ‘갈아타기’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김 대표는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통합민주당이 제3지대 대통합에 참여한다면 공동대표로서의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박 대표가 유일한 통합민주당 대표 자격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기득권 포기’를 무기로 박 대표의 ‘신당 참여’를 압박하면서 신당 합류에 대한 명분 확보에도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제3지대에 열린당이 나와 있는 것도 아니고, 제3 지대에서 같이 만나자는 것도 아니고, 당대당 통합은 더욱 아니다”라며 “그런데 왜 우리가 제3지대 신당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지 잘 생각해봐야 한다”고 박 대표를 적극 설득했다.
정치권에서는 김 대표가 ‘탈당’을 공식화하지는 않고 있지만 그 동안 ‘열린당 배제론’과 ‘제3대신당 합류’를 두고 박 대표와의 ‘의견차’가 극명했던 만큼 조만간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 대표 측근 의원은 이날 “박 대표가 대통합에 참여할 수 없다는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현실적으로 탈당 외에는 방법이 없다”며 “15명 안팎의 통합신당 출신 의원이 공감대를 모았으며 결행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24일 탈당을 공언한 김효석 통합민주당 의원도 “김 대표는 우리와 함께 제3지대 신당에 동의하고 있어서 내일 창준위에 동참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날 김 의원은 김 대표 측과 열린당 추가탈당파와 접촉, 이미 탈당 일정을 맞췄다는 주장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 같은 움직임에 박상천 대표의 반발도 거세다. 박 대표는 “통합민주당이 처음부터 통합신당의 한 주체로 참여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그것은 안 된다”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제3지대 신당이 정식 등록하기 전이라도 중도개혁통합신당 창당을 위한 협상에 나설 것을 제안한다”며 “협상이 타결되면 통합민주당과 신당의 신설합당 형식으로 통합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박 대표를 계속 설득할 뜻을 밝히고 있어 범여권 신당이 창당되는 다음달 5일까지는 민주당에 남아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중도세력의 ‘대통합’을 탈당의 명분으로 밝혔던 김 대표가 열린당 추가탈당파와 민주당 ‘대통합 파’와 ‘동반 탈당’을 통해 ‘제3지대 신당’의 주도권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고 있다.
김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탈당을 결행, 제3지대 신당에 합류할 경우 신당은 단숨에 원내 제2당의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기존의 열린당 탈당세력(45명)과 열린당 추가탈당세력 15명+통합민주당 대통합파 4명(19명)과 결합하면 열린당 의석 수를 훨씬 상회하게 돼 ‘대통합’ 주도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탈당’, ‘재탈당’을 거듭하며 갈아타기를 일삼고 있는 김 대표에게는 당분간 ‘정치 철새’‘탈당 전문가’ 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닐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