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중 통일장관, ‘햇볕정책’ 과 확실히 결별해야

10일 김하중 통일부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이 날 청문회는 최근 새 정부의 내각 구성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여야 간 ‘벼랑 끝 기 싸움’이 무색하게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김용갑 한나라당 의원이 이날 청문회 자리에서 “오늘 이 청문회 분위기를 보니까 민주당이 여당인지 한나라당이 여당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로 분위기가 좋다”고 평할 정도로 김 후보자에 대한 날카로운 공세는 어느 쪽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러한 청문회장 분위기는 김 후보자의 남다른 이력 때문이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냈고, 노무현 정부의 전 임기에 걸쳐 주중대사를 역임한 김 후보자가 이명박 정부 하에서도 남북관계 전반을 관장하는 통일부 장관에 또다시 발탁됐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공세적 입장이 되어야 할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과거 김대중 정부 하에서 한솥밥을 먹은 사이였다”는 인사말에서부터 “아주 잘 된 인사”라는 평가까지 나온 반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지난 10년간의 대북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야당식 검증론을 들고 나왔다.

김 후보자는 이에 대해 “햇볕정책이 남북관계를 촉진시키고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보지만, 지난 10년간의 대북정책은 남북관계를 추진하는 방법과 속도 폭에 있어서 국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다”는 양비론적 답변으로 공세를 피해갔다.

‘햇볕정책’의 긍정성과 한계를 동시에 인정한 그의 답변은 민주당 측에서는 “햇볕정책의 성과를 평가했다”, 한나라당에서는 “햇볕정책의 실패를 인정했다”는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놔 보는 이로 하여금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김 후보자는 탈북자 문제나 인도적 지원 등에 관한 질의에서도 “관계부처와 협의 하겠다”고 답하거나, 북한 인권과 관련해서는 “국제사회의 우려 수준만 전달하겠다”는 등 실제 북한을 둘러싼 최대 쟁점 사안들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하지만 북한인권 문제와 관련, 기존의 통일부 장관들과 비교해 나름 진전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 이명박 대통령은 한미관계를 중심으로 하고 있으며, 인류 보편의 가치인 인권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 김대중-노무현 정권과 차별되는 점으로 답변한 것이나 “탈북자와 국군포로, 납북자 문제를 국가적 책무로 인식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발언이 바로 그렇다.

또한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그동안은) 남북관계를 고려해서 자제해 왔다”며 “새 정부가 인류 보편적 가치의 측면에서 이(북한인권) 문제를 제기해야겠다고 방침을 정한 이상 북한과의 회담이나 채널을 통해 제기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이전 통일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답변이다.

그러나 북한인권 문제나 국군포로·납북자 문제와 관련, 여야 의원들의 공세를 피해가기 위해 두리뭉술한 답변으로 넘어간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북한인권 문제와 관련한 후보자의 소신과 철학을 듣고자 했던 국민들에게는 만족스럽지 못한 답변일 수 있다.

35년간 직업 외교관의 길을 걸어온 이력을 감안하더라도 오늘 보여준 김 후보자의 모습은 지난 정부와 새 정부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국회 안팎에서는 남주홍 교수가 통일부 장관에서 낙마한 후 야권과 적당히 타협할 수 있는 인물로 김 후보자를 내세운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자신의 질문이 끝난 직후 자리를 뜬 의원들과는 달리, 청문회 자리를 끝까지 지킨 김용갑 의원은 “오늘 답변을 보니 잘할 것 같기도 어려운 문제는 피할 것 같기도 하고, 기대 반 우려 반의 마음”이라며 김 후보자에 대해 총평했다.

일단 이날 청문회는 혹독한 검증 과정이나 큰 잡음 없이 마무리됐다. 김 후보자로선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도 있다. 청문회는 끝났지만 통일부 장관에 임명된 이후 그 자리에서 내려올 때까지 국민들의 검증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특히 지난 10년간 북한 독재정권의 수명을 연장시켰던 ‘햇볕정책’과의 고리를 확실히 끊는 것이 급선무다. 김정일 정권에만 햇볕이 된 대북 포용정책과 확실히 결별하고 북한 주민들에 희망이 될 수 있는 ‘통일부’로의 재탄생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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