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중 체제 출범..대북정책 향방은

고위급 외교관 출신인 김하중 통일부 장관이 11일 오후 취임식을 갖고 공식 업무를 시작함에 따라 그가 추진할 정부의 대북 정책 전개 방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물론 남북문제가 국가 수반이 꾸려갈 이슈라는 점에서 장관의 정책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고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고 아직 두드러진 남북관계 현안이 나오지 않고 있어 구체적인 방향을 짚기도 이른 감이 없지 않지만 김 장관이 추구하는 남북정책의 틀 만큼은 전날 인사청문회를 통해 일단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은 이날 북한이 비핵화하고 개방하면 1인당 국민소득 3천달러가 되도록 하겠다는 `비핵.개방.3000′ 구상에 대해 “남북관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 핵심 전략”이라며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의 이 발언은 북핵 문제의 진전을 남북관계 발전의 전제로 삼는 현 정부의 기조를 충실히 이행하면서 `개방’으로 상징되는 북한의 호응 정도와 보조를 맞춰서 대북 경협 등을 추진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다.

김 장관은 또 작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 합의 이행 문제에 대해 “정권이 교체돼 이명박 정부가 출범했는데 전 정권이 한 합의사항을 무조건 100% 이행한다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할 것과 못할 것, 나중에 할 것’ 등을 구분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입장을 뒷받침했다.

특히 북한 인권문제에 언급, “현 정부는 인류보편적 가치라는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한다는 방침을 세운 이상 기회가 나는 대로 북한과의 회담 채널을 통해 제기할 생각”이라고 말해 역시 북한에 할말은 하자는 현 정부의 기조를 견지할 것임을 시사하는 한편 인권과 관련된 문제인 국군포로.납북자.탈북자 등 문제에 대해 종전보다 한층 적극적으로 해법을 모색할 것임을 짐작케 했다.

다만 대북 인도적 지원을 국군포로.납북자.북한 인권 등 다른 인도적 사안과 연계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지만 “(인도적 지원의) 규모가 크면 북핵 및 남북관계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일정 규모 이상의 지원의 경우 모종의 조건과 연계할 수 있다는 시각을 내 비쳤다.

김 장관은 또 11일 취임식 후 기자 간담회에서 “통일장관이지만 사진찍기 등에 연연하지 않고, 의연하고 당당하게 때를 기다릴 것”이라고 말해 북 측과 `회담을 위한 회담’은 하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또 취임사를 통해서는 “앞으로 남북관계는 6자회담에서의 다자적 협력과 우방국과의 긴밀한 공조라는 국제적 틀과 조화를 이루면서 발전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국제공조 필요성을 언급하는 한편으로 “끊임없이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고 호흡을 같이 해야 한다”며 한반도 상황과 여론을 감안한 남북관계의 속도조절 필요성도 강조했다.

통일부 당국자들과 전문가들은 김 장관이 청문회 발언과 취임사 등을 통해 `친정’이자 북핵 문제 전담 부처인 외교부와의 긴밀한 공조 속에 대통령의 정책 목표를 구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다만 현 정부 외교안보라인이 `외교부 원톱’ 체제로 꾸려질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관계와 국제관계가 상충할 경우, 외교부 출신의 김 장관이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한 통일부 만의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주중 대사로 6년5개월 근무하면서 외교관으로서는 누구 못지 않게 남북문제에 깊이 관여한 김 장관의 전문성과 3대 정권에 걸쳐 고위직을 맡게 된 관료로서의 역량에 비춰 통일부 장관으로서 중심을 잡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다.

김 장관 역시 청문회에서 `통일장관으로서 정책적 독립성을 유지할 것이냐’는 물음에 “그렇게 할 것”이라며 “(대통령에게) 소신있게 드릴 말씀은 정확히 드릴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외교부 원톱’ 체제에서 외교부 출신인 그가 통일부의 입장을 적극 반영하기란 구조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동국대 고유환 교수는 “김 장관이 6자회담, 탈북자 문제 등에 관여하면서 북한 문제와 한반도 정세에 대해 비교적 일관성을 갖고 추적해왔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외교부의 입지가 강화될 현 정부에서 그가 얼마나 자율성을 갖고 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