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중 장관은 하라는 일이나 열심히 하면 좋겠다

통일부가 현행 고교 교과서에서 ‘햇볕정책’을 ‘화해협력정책’으로 바꿔서 표기하자는 의견을 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세간에는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20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권영진 의원에게 제출한 ‘고교 교과서 한국 근·현대사 개선요구’ 자료에 따르면 통일부는 김대중 정부에서 대북 ‘화해협력정책’의 별칭으로 통용된 ‘햇볕정책’이라는 용어 대신 ‘화해협력정책’을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어느 출판사의 고등학교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에서 “김대중 정부는 햇볕정책을 추진하면서..”라는 대목을 “김대중 정부는 화해협력정책을 추진하면서..”로 수정하자는 의견을 낸 것이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햇볕정책은 국민의 정부 당시 대북정책인 화해협력정책의 별칭인 만큼 정식 명칭으로 바꾸는 것이 옳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즉 DJ정부 대북정책에 애칭 대신 공식 용어를 찾아 주려는 취지라는 것이다.

하지만 햇볕정책은 이미 ‘Sunshine Policy'(영어권)나 ‘陽光정책'(중국어권)으로 국제적으로도 그 표기가 널리 알려져 있고, DJ 정부시절 도입돼 참여정부에서 그 기조가 계승되었다는 것은 다 아는 일이다.

물론 공식명칭이 ‘화해협력정책’이었기 때문에, 원래 이름을 찾아주자는 의견이 나쁠 거야 없지만, 사람들은 ‘화해협력정책’이라는 두리뭉실한 표현보다는 똑 부러지는 ‘햇볕정책’이란 표현에 익숙해져 있음을 감안하면 굳이 ‘햇볕정책’이라는 표현을 빼려 한 것은 뭔가 자연스럽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이 대목이 논란이 되자 통일부는 “햇볕정책이라는 용어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사용해와 널리 알려져 있고, 상징성이 있기 때문에 국민의 정부의 대북화해협력 정책이 햇볕정책이라고 불려 왔음을 기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며 문맥에 따라서는 화해협력정책과 햇볕정책을 병행해 사용할 수 있다”며 한발 물러섰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일 “옷을 벗어야 하는데 옷을 벗기려는 사람이 옷을 벗었다”며 햇볕정책을 사실상 비판했기 때문에 통일부가 표기 수정요청을 낸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사실이 그럴지는 좀 의문이다. 햇볕정책은 국내외적으로 이미 ‘실패한 정책’으로 판명되었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해 대통령 경선 때부터 ‘햇볕정책은 실패한 대북정책’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김정일 정권에 아무리 퍼주어도, 즉 아무리 ‘햇볕을 쬐어도’, 북한은 개혁개방은 커녕 핵실험에, 미사일 발사에, 탈북자 강제압송에, 주민 공개 · 비공개 총살에, 지속적인 간첩 남파에, 15년이 넘은 만성적 식량난에… 지난 햇볕 10년 동안 어느 한 분야라도 나아진 것이 없었다. 따라서 햇볕정책이 실패했다는 것은 삼척동자라도 다 알고 있다. 더욱이 통일부 관료들이 이런 사실을 모를 리 만무할 것이다.

따라서 햇볕정책이 역사적으로 실패한 정책임이 확증되었으니, 햇볕정책 추진 주무부서였던 통일부는 ‘그런 실패한 정책으로 확증된 이름을 쓰기 싫은 것’이다. 또 실패한 햇볕정책 보다는 ‘화해협력 정책’이 이명박 정부의 ‘상생 공영정책’과도 혹시 맥을 이어갈 수도 있으니, 더욱 ‘화해협력 정책’으로 표기하고 싶을 것이다.

또 김하중 장관부터 이미 실패한 대북정책에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인물이다. 이들은 햇볕정책이 주는 ‘실패한 대북정책’의 관련자로 평가받기 싫다는 점을 이번에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논리적으로는 ‘교과서에는 공식용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겠지만, 이면에는 실패한 햇벝정책에 간접적으로도 관련되었다는 사실이 교과서에 언급되기 싫을 것이다.

우리가 주목하고 싶은 것은 ‘김하중 통일부’는 그런 대목에 신경쓰지 말고 일이나 열심히 잘 하라는 것이다. 통일부가 어떻게 평가받을지는 객관적인 역사 연구가에 맡기면 된다. 왜 당사자가 햇볕정책 용어 고치자고 나서는가 말이다.

김하중 장관 취임후 통일부는 사실 제대로 한 게 없다. 금강산 민간인 피격사건도 북한에 진상조사 요구만 해놓고 후속조치가 없다. 남한이 진상조사 요구한다고 해서 북이 들어줄 리 만무한 만큼 다른 경로를 통해 강하게 압박을 하든지, 다른 방법을 찾아내야 함에도 불구하고 도무지 움직이지 않는다. 김하중 장관이 국회에서 하는 발언 등을 보면 전형적인 ‘복지안동'(伏地眼動)에 미끈미끈한 구태(舊態) 외교관리 스타일을 그대로 연상시킨다. 결국 ‘일을 안 하겠다’는 표현을 여러가지 다른 표현으로 우회해서 빠져 나간다.

하라는 일은 제대로 안 하고 쓸데 없는 데 신경 쓰면서 시간 낭비나 하는 것이 지금의 ‘김하중 통일부’다.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인권 문제는 인류 보편적 가치 차원에서 다루라’고 했고, 부시 미 대통령과 함께 북한인권 문제를 중시하는 발표를 한 지 오래다. 더 나아가 중국 입장에서는 대단히 민감한 문제라 할 수 있는 탈북자 문제까지 얼마전 후진타오 중국 주석과의 회견에서 언급할 정도다. 그런데도 김하중 통일부는 관련 조치를 점검하기는커녕 뭉개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이 말렸는데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6.15 행사에는 굳이 참석했다.

이 처럼 김하중 장관은 스스로 햇볕정책의 마지막 패잔병으로 남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대북정책을 펼치고 싶은 것인지 도무지 분명치 않은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이 잘 모를 것 같지만 사실은 다 알고 있다. 김하중 장관이 일을 열심히 하는지, 하는 척 하면서 사실은 하나도 안 하는지 다 알고 있다. 국민의 혈세로 월급받고 나중에 공무원 연금도 받을 사람이 일은 안 하고 쓸데 없는 데 신경쓰면 곤란하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다 알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첫 해에 아직도 구태의연한 장관이 그대로 있다는 사실을 국민들이 계속 봐 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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