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철 호화 여행, ‘수령 무오류’에 직격탄?

김정철의 싱가포르 외유(外遊)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김정일이 자신의 69번째 생일마저 후계자 ‘김정은 띄우기’에 진력(盡力)하는 상황에서 둘째 정철의 싱가포르 외유가 언론에 포착·공개됐다는 점에서 북한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현재 북한은 김정일을 생일을 기점으로 김정은 후계의 당위성을 주입하고 충성심을 끌어 올리려고 노력 중이다. 자연수명을 고려할 때 권력이양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을 김정일이 인지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후계 작업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판단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17일 조선중앙방송은 전날 저녁 진행된 당 중앙위원회, 당 중앙군사위원회, 국방위원회 합동경축 연회의 참석자 소개하면서 김정은을 가장 먼저 호명했다. 앞서 15일 열린 공훈국가합창단 공연 참석자 소개에서도 같았다.


김정일의 생일을 기점으로 후계구도를 보다 확실히 하겠다는 북한 당국의 의도가 담겨있다는 분석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정은을 부각시키기 위해)생일이라는 계기를 고려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일의 지난해 군부대 현지지도 모습을 담은 30분가량의 기록영화를 상영했는데 김정은이 수행하는 모습과 군부대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내보냈다. 시점 역시 당대표자회 개최 8개월 전인 1월로 뒤늦게 공개했다. 김정은이 오래전부터 후계자로서 활동했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조선인민군 근위서울 류경수 제105땅크관하 군부대 시찰, 육해공군 합동훈련 참관하는 김정은의 모습은 ‘선군영도 계승자’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지연군에서 진행한 얼음조각축전에는 김일성과 김정일을 의미하는 ‘수령복’ ‘장군복’과 함께 김정은을 상징하는 ‘대장복’이란 글귀가 적힌 얼음 조각상도 세웠다.


지난 14일 김정일을 접견한 멍젠주(孟建柱) 중국 공안부장이 “김정은 동지께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추대돼 조선혁명의 계승문제가 빛나게 해결된 데 대해 열렬히 축하한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소개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김정은의 지위, 후계활동 기간, 선군(先軍) 후계자, 중국의 동의 등 다각도로 김정은 우상화에 주력하고 있는 과정에서 김정철의 ‘싱가포르 호화관광’이 국제사회에 알려진 것이다.


김정철의 이번 외유는 2001년 5월 위조여권을 사용해 일본 디즈니랜드에 가려다 추방돼 김정일 눈 밖에 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됐던 김정남의 경우와도 비교되기도 한다. 그러나 당시와는 상황이 다르다.


일단 세계적인 ‘이슈거리’를 주는 김정일 가족의 일거수일투족은 언론 등의 표적이 된 지 오래다. 때문에 에릭 클랩턴의 공연을 보기위해 최근 싱가포르를 방문, 1주일가량 머물다 15일 귀국한 것으로 파악된 김정철의 현지 행적을 확인하려는 취재진들의 열기도 뜨겁다.


한국과 일본 등 주요 언론사 취재진은 김정철의 싱가포르 방문 사실이 전해진 이후 속속 현지에 도착해 그의 동선을 추적하고 있다. 언론 등의 취재내용은 실시간으로 인터넷 등을 통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사실이 북한 내부에 알려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탈북자들과 직접적으로 전화통화가 이뤄지고 있고, 대북 라디오 방송도 늘어나 북한 주민들의 외부정보 획득은 당시와 크게 다르다. 이 때문에 김정일도 곤혹스러워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일단 주민들은 김정일에게 ‘정철이라는 아들이 하나 더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왕자의 난’이 끝난 것이 아니라는 인식도 확산될 수 있다.


특히 경제난에 허덕이는 주민들이 수령의 둘째아들의 ‘호화 여행’ 소식을 접할 경우 내부 불만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주민들에 대한 ‘비사회주의’ 단속에도 일정한 타격이 예상된다.


이는 ‘수령의 무오류’를 전제로 전개되고 있는 김정은으로의 ‘대를 이은 충성’ 선전에 대한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엘리트층에서도 체제 이완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 탈북자는 “장군님 자제분이 호화로운 여행을 하고 가수의 티셔츠를 입고 귀를 뚫은 모습이란 소식을 접한 주민들의 반응이 어떨지 상상하기 힘들다”면서 “자본주의에 물젖었다고 비판해 왔던 당국이 주민단속을 어떤 근거로 행할지 관심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적극적인 체제 저항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우선 북한 당국이 외부정보 유입 차단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정은 후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판단에 ‘비사회주의 그루빠’ 등 공포통치를 통한 내부 단속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조명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개발협력센터 소장은 데일리NK와 통화에서 “세습독재에 대한 주민들의 감정악화는 분명하지만 북한 체제의 특성상 직접적인 불만표출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주민들의 탈북과 기득권층의 망명 등을 결심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