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ICC 제소 전략 과연 실효성 있나?

이번 대표단 유럽 방문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김정일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하는 운동이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말한다. 북한은 ICC 비준국이 아니기 때문에 김정일을 ICC에 제소할려고 하는 것은 헛수고라고 말이다. 일리가 없지 않다.


그러나 올해 ICC에 기소된 수단 대통령 알 바시르의 경우에도 비준국은 아니다. 유엔 안보리에서 ICC에 기소하여 알 바시르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되었다. 때문에 김정일의 경우도 유엔 안보리에서 기소하면 ICC 제소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것도 일리가 있는 말이다.


북한이 ICC 비준국이 아니고 또 유엔 안보리도 김정일을 ICC에 기소하기 어렵다면 김정일을 ICC에 제소하려는 운동은 무의미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이것이 이번 유럽과 국제형사재판소과 방문을 통해 필자가 얻은 결론이다. 필자도 이번 유럽 방문 전에는 김정일 ICC 제소 운동이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 유럽 방문을 통해 그 생각이 바뀌었다.


ICC 고발장 접수 목표는 북한의 반인도범죄를  ICC가 공인해 주는 것


필자의 생각이 바뀐 결정적인 계기는 ICC의 예비 조사(preliminary examination) 제도 때문이다. 우리 대표단과 대화를 나눈 ICC 검찰부 자문관은 ICC의 예비 조사 제도에 대해 설명했다. 일단 어떤 사건이든 ICC에 접수되면 ICC는 그 사건에 대해 예비 조사를 실시한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가 북한 인권 범죄에 대해 사건을 접수시켜도 바로 예비 조사를 실시한다고 했다.


ICC는 이 예비 조사에서는 크게 두 가지 질문에 대한 결론을 내릴 것으로 기대된다. 첫째, 북한 수용소에서 자행되고 있는 인권 유린이 과연 심각한가? 또는 ICC 재판 사항인 반인도범죄(Crimes against Humanity)에 해당되는가? 둘째, 북한의 반인도 범죄에 대해 ICC가 법적 관할권(Jurisdiction)이 있는가?


여기서 두 번째 문제, 즉 북한의 법적 관할권 문제는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하듯 안보리가 결의하지 않으면 ICC가 관할권을 가질 수 없는 것으로 판정이 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ICC 비준국이 아니고 북한 인권 범죄의 가해자들이 모두 북한 안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첫 번째 결론이다. 즉 ICC는 북한 수용소에서 자행되고 있는 인권 유린이 ‘반인도범죄’에 해당한다고 판정 내릴 정도로 심각한가이다. 


만약 ICC가 북한 수용소의 인권 유린을 반인도범죄라고 유권 해석을 내린다면 그 파장은 사뭇 클 것이다. 반인도범죄라는 규정까지는 아니더라도 “북한 인권 문제가 심각하다(serious or grave)는 판결만 내린다고 해도 그 의미는 사뭇 크다. 북한의 인권 문제 심각성을 국제법적으로 공인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ICC에서 고발장을 접수시키는 주목적도 바로 이것이다. ICC가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권 유린에 대해 최소치로는 심각하다는 판정을 최대치로는 반인도범죄에 해당한다고 공식화해주는 답변을 듣는 것이 바로 우리가 ICC에 고발장을 접수시키는 목적이라는 것이다.


2010년에 유엔 차원에서 ‘북한 반인도범죄 조사위원회’ 구성해야


만약 ICC가 북한의 인권 유린이 범죄 수준에 이를 정도로 심각함을 공인해준다면 우리 운동은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유엔 산하에 ‘북한 반인도범죄 조사위원회’ 구성 운동을 전개하는 것이다.


최근에 유엔 차원에서 반인도범죄 조사위원회(Commission of Inquiry)가 구성된 사례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수단의 다르푸르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사건이다.


다르푸르는 유엔 안보리 결의로, 가자 지구는 유엔인권이사회로 결의로 조사 위원회가(Commission of Inquiry) 구성되었다. 조사위원회 구성은 각각 세 개 기관의 발의로 가능하다. 그 세 기관은 유엔 안보리, 유엔인권이사회, 유엔 총회이다.
 
만약 ICC가 북한에서 반인도범죄가 자행되고 있음을 공인해 준다면 우리의 김정일 ICC 제소 운동은 수단이나 가자 지구 케이스처럼 유엔 차원에서 ‘조사위원회’를 구성하는 운동으로 발전할 수 있다.
 
유엔 조사위원회를 구성하는 일은 빠르면 2010년 안에 가능하다. 늦어도 2010년 12월 유엔 총회 결의문에 조사위원회 구성 건을 포함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2010년에 유엔에서 ‘북한 반인도 범죄 조사위원회’가 구성이 된다면 김정일이 자행한 반인도범죄의 죄상이 낱낱이 전 세계에 공개될 것이다. 유엔의 이름으로 말이다. 이것은 아주 큰 호소력을 가질 것이다.


이처럼 조사위원회가 구성되어 김정일이 자행한 반인도범죄 실상이 낱낱이 공개된다면 우리의 그 다음 목표는 유엔 안보리에 김정일 ICC 제소 건을 상정하는 것이 될 것이다. 빠르면 김정일 ICC 제소 건은 2011년에 가능할 것이다. 이번에 방문한 영국 또는 프랑스는 상임이사국으로서 김정일 ICC 제소건 발의에 협조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김정일 ICC 제소 건이 안보리의 의제로 올라간다면 우리의 그 다음 목표는 중국의 거부권을 막는 것이다. 수단 사례도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기권했기 때문에 ICC에서 수단 현 대통령인 알 바시르에게 체포 영장을 발부할 수 있었다.
 
물론 중국의 거부권 행사를 못하게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이것이 완전히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수단의 알 바시르 건을 차치하더라도 이미 중국은 북한의 핵 실험 이후 대북 제재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따라서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물론 중국이 계속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김정일 ICC 제소 건이 안보리에 의제로 상정되는 것만으로도 우리 운동은 큰 승리를 거두는 것이다. 


이처럼 김정일 ICC 제소 운동은 우리가 그 전략을 잘 수립한다면 조금씩 조금씩 성공할 수 있는 운동이다. 그리고 김정일 정권에게 가장 큰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운동이다. 이미 수단의 현직 대통령에게 체포 영장이 나온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빠르면 올 12월에 김정일의 반인도범죄를 조사해 달라는 탄원서를 ICC에 제출할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 빠르면 내년 봄 쯤에는 ICC에서 북한이 반인도범죄를 저지르고 있음을 확인해주는 답변서를 받을 것이다.


이 답변서를 받는 것을 계기로 내년 12월 유엔 총회에서 반드시 ‘북한 반인도 범죄 조사위원회’ 구성을 이뤄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2011년에는 유엔 안보리에 김정일 ICC 제소 건을 의제로 상정할 수 있다.


북한은 2012년을 강성대국의 원년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우리 북한 인권 운동은 2012년을 김정일에게 체포 영장이 발부되는 역사적인 해로 기념할 수 있다. “2012년에 김정일에게 체포 영장을”이라는 구호로 전 세계가 단결할 것을 제안해본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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