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DMZ 비무장화’ 왜 반대했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비무장지대(DMZ)를 평화적으로 이용하자는 남측의 제안에 왜 반대입장을 표명했을까.

김 위원장은 지난 3일 남북정상회담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DMZ 평화적 이용 제안에 대해 “아직은 속도가 너무 빠르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고 사실상 거부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들은 9일 북측이 병력 감축 및 재래식 전력의 열세화 등에 대한 부담감으로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DMZ 내에 설치된 200개 안팎의 북측 GP를 철수할 경우 이 곳에 근무하는 1만여명의 병력을 줄이거나 후방으로 재배치해야 하는 부담감이 생긴다는 것이다.

남측 GP 병력의 경우 대략 3천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방개혁 2020’에 따라 오는 2020년까지 병력을 50만명 수준으로 감축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남측 입장에서는 GP를 철수해도 병력조정에 큰 문제가 없지만 병력우위 전략을 추구하고 있는 북한은 파장이 클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GP 철수 및 병력감축 합의에 따라 감축된 병력이 사회로 쏟아져나오면 북한경제 사정상 일자리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GP를 철수해 DMZ를 말그대로 비무장화한 뒤 평화적으로 이용하는 방안은 앞으로 경제적 공동이익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세종연구소의 정성장 남북한관계연구실장은 8일 열린 서울평화통일포럼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북한군의 대규모 감축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경제협력의 확대를 통해 전역하는 북한군 병력에 일자리를 제공해 북한 군부가 병력 감축에 반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일부 군 관계자들은 북측이 재래식 전력의 열세를 고착화시키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북측의 재래식 전력은 야포 등을 제외하곤 남측에 비해 열세로 분석되고 있다.

DMZ의 비무장화가 실현되면 군사분계선(MDL) 인근에 밀집된 북한의 170mm와 240mm 장사정포(사거리 54~60km)의 후방 재배치가 불가피해지고 이에 따른 MDL 인근의 야포 우위전략이 유지되기 힘들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DMZ 일원의 남측 감시장비가 갈수록 첨단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GP를 철수하면 관측.감시체계에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감도 반영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군의 한 관계자는 “군사적으로 GP가 관측.감시수단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철수하려면 전략.전술적 판단이 있어야 한다”면서 “무인정찰기 같은 감시장비가 없는 북측으로서는 GP 철수에 대한 부담감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북측의 이런 인식이 쉽사리 바뀌지않을 것으로 보여 남북 군사회담에서 GP철수나 군비통제 방안 등은 당분간 논의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전망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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