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평양에서 진행된 베이징(北京)올림픽 성화봉송 행사. 이날 행사는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영일 총리 등 북한 지도자들이 성화 출발 및 도착식에 각각 참석한 것을 물론 40만 평양시민이 연도로 나와 열광적인 환영무드를 연출했을 정도로 성대하게 치러져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평양 성화봉송 행사가 이처럼 대단하게 치러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7년 전부터 베이징올림픽의 성공 유치와 개최를 축원했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있었다고 중국 신화통신사 자매지 국제선구도보(國際先驅導報)가 지난 28일자에서 보도했다.
신문은 김 위원장이 중국이 올림픽 개최권을 획득하기 수일 전 평양을 방문한 장춘윈(姜春雲) 중국 친선대표단장에게 중국이 올림픽 개최권을 따내기를 기원한다는 덕담을 건넸다.
중국에서는 1993년 제27회 하계올림픽 개최지 선정 투표에서 2표 차이로 개최권을 시드니에 넘겨주게 되자 “북한이 중국이 한국과 수교를 하자 그 보복으로 시드니를 지지했다”는 소문이 급속하게 퍼졌던 적이 있었다.
이런 소문은 2006년 10월 당시 올림픽 유치를 위해 뛰었던 우샤오주(伍紹祖) 전 중국 국가체육국장이 방송에 나와 “북한은 시드니를 지지하지 않았다”고 부인할 때까지 거의 기정사실로 받아 들여져 왔다.
이런 측면에서 김 위원장이 제29회 올림픽 개최지 선정투표를 앞두고 한 베이징 유치지지 발언은 이런 오해를 풀어줬다는 점에서 적잖은 의미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 위원장은 이후에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베이징올림픽 성공개최에 대한 축원을 잊지 않았다.
그는 2005년 10월 북한을 방문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회담에서도 베이징올림픽을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덕담을 건넸으며, 2007년 10월 류윈산(劉雲山) 중공 선전부장, 2008년 1월 왕자루이(王家瑞) 중공 대외연락부장의 방북 때도 올림픽에 대한 언급을 잊지 않았다.
김 위원장의 베이징올림픽에 대한 관심은 지난 3월 1일 평양 주재 중국대사관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제29회 베이징올림픽은 중국의 국력 신장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며 “이는 중국 인민의 긍지일 뿐 아니라 전체 아시아 인민과 세계 인민의 영광”이라는 최고의 찬사로까지 발전했다.
신문은 이종석 조선국가올림픽 부위원장의 말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평양 성화봉송에 깊은 관심을 갖고 수 차례 지시를 내렸으며, 행사 준비 상황을 상세하게 이해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평양 성화봉송 행사를 반드시 성공시켜 양국의 전 세대 지도자들이 친히 맺어준 조-중 친선을 증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성화 봉송로를 아스팔트로 새로 포장하고 시민들을 대거 동원해 성화가 지나갈 도로를 일일이 물청소까지 했던 지극 정성을 보여준 배경에는 바로 김 위원장의 세세한 관심이 담겨있던 셈이다.
이런 측면에서 그가 7년 전부터 베이징올림픽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드러낸 것은 양국관계의 복원을 이끌어내고 앞으로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키려는 속내가 담겨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