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29일 함주서 투표…선거구 이탈?

북한에서 29일 4년 만에 실시된 지방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맞아 김정일이 함남 함주군 추상협동농장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투표를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일이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 박남기 부장을 대동하고 제85호 선거구 36호 분구 투표장을 방문, 분구 위원장으로부터 선거 용지를 받은 후 도 대의원 후보와 군 대의원 후보에게 각각 한 표를 던졌다고 전했다.

북한 일반 주민들은 주민등록이 소재한 선거구에서 투표를 하게 돼있지만, 김정일은 함남 함주군 현지에서 지역 후보에게 투표를 실시하는 파격을 연출했다.

김정일은 2003년 최고인민회의 제11기 대의원 선거 당시 제649호 선거구 제1호 분구에서 대의원으로 선출됐다. 그러나 투표는 ‘금성친위’ 김일성군사종합대학에 설치된 658호 선거구에서 진행했다.

당시 김정일은 투표장에서 제658호 선거구 제139호 분구위원회 위원장으로 부터 ‘선거표’를 받고 이 선거구 대의원 후보자인 인민군 군관(장교) 주순철에게 투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다.

탈북자 출신인 이주일 자유북한방송 논설위원은 “주민들에게는 해당 선거구에서 투표를 하도록 지시하면서 본인은 전국 어느 선거구에서나 투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엄격히 보면 잘못된 것이지만, 주민들은 김정일이면 그렇게 해도 된다는 생각 때문에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지방주권기관구성법은 지방인민회의는 일반적, 평등적, 직접적 선거원칙에 의하여 비밀투표로 선출한 대의원들로 구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정일은 사흘 전인 26일 함경남도 함흥대극장에서 지방 순회공연 중인 러시아 국립아카데미 베료즈카 무용단의 공연을 관람한 것으로 알려져 최소 나흘간 함흥시 주변에 머무른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의 지방 인민회의 선거는 도(직할시), 시·군(구역) 인민회의 대의원을 뽑는 절차다. 2003년 8월에 실시한 선거에서는 전국적으로 모두 2만6천650명의 지방 대의원을 뽑았다. 선거는 찬반투표로 진행된다.

북한 당국은 29일 대의원 선거를 앞두고 발표된 선거포스터에서 ‘모두다 찬성 투표하자’는 노골적인 찬성 유도 캠페인을 진행했다.

지방 인민회의는 지방예산의 승인 및 집행에 대한 보고를 받고 해당지역에서 국가의 법을 집행하기 위한 대책을 수립한다. 또한 해당 인민위원회 위원장, 부위원장, 사무장, 위원 선거 또는 소환, 해당재판소의 판사에 대한 선거와 소환을 실시한다.

이처럼 지방 행정위원회의 구성과 사업, 예산 승인 등의 권한을 갖고 있으나 실제로는 당에서 결정한 사항들을 추인하는 형식적인 기관에 불과하다.

한편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당국은 이번 대의원 선거를 맞아 국외 여행자 귀국, 핸드폰 집중단속, 국경 통제 등 주민 통제를 대폭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보위부와 보안서 등도 선거기간 혹시나 발생할지 모르는 반 체제 활동을 저지하기 위해 각 기관, 기업소 노동자 농민들로 규찰대를 조직해 김일성·김정일 동상, 연구실, 사적지와 전적관에 대한 경비를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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