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18년만의 첫 라선시 방문 왜?

`시장경제’ 색소를 씻어내고 원래의 사회주의 `계획경제’로 되돌아가겠다고 선언한 북한이 경제 분야에서 잇따라 주목받을 만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30일 화폐개혁으로 `급선회’의 신호탄을 터뜨린데 이어 불과 보름여만인 16일에는 부동산관리법, 물자소비법, 종합설비수입법의 3개 경제 관련 법률을 제정했다고 밝혔다. 숨가쁜 흐름이 마치 `큰 그림’을 미리 그려 놓고 정해진 수순을 따라가는 듯한 인상마저 주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최근 북한 최초의 경제자유무역지대인 라선시를 18년만에 처음 방문한 것은 여러 가지 시사점을 던져준다.


라선시는 1991년 12월 함경북도 라진과 선봉 두 지역을 묶어 첫 경제자유무역지대로 지정한 도시지만 외국인투자 유치 부진으로 현재는 거의 주목받지 못하는 처지다.


이런 곳을 김정일 위원장이 갑자기 찾아간 것은 대외교역을 통한, 외부로부터의 재화 및 외화 확보가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북한은 2002년 `7.1경제관리개선 조치’로 숨통을 열어준 `시장'(시장경제적 요소)이 너무 커져 잠재적 위협요소로까지 부상하자 급기야 화폐개혁의 `칼’을 빼들었다. 연이어 나온 부동산관리법을 비롯한 경제 관련 법률 신설도 그 연장선에 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런 일련의 조치들은 `시장’의 고삐를 다시 틀어쥐고 대신 국가배급을 기초로 하는 계획경제로 돌아가겠다는 의미로 수렴된다.


그런데 2002년 `시장’의 부분적 허용이 불가피했던 그 이유가 지금도 여전히 북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다시 말해 식량, 생필품 같은 기본적 재화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 `시장’의 숨통을 막는 것도, 나아가 배급을 기초로 한 계획경제로 복귀하는 것도 모두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런가 하면 김 국방위원장의 이번 라선시 방문에는 재화 확충의 창구를 외부에서 찾아보겠다는 뜻도 담긴 듯하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북한의 내부 사정에서 찾을 수 있다. 예컨대 북한은 올 들어 `150일 전투’와 `100일 전투’를 잇달아 추진하면서 산업생산 증대에 안간힘을 써왔다. 하지만 열악하고 후진적인 생산인프라를 감안할 때 자체 생산을 통한 재화 확충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안에서 해결 방법을 찾지 못하자 밖으로 눈을 돌린 셈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라선시 현지지도에서 나온 김 위원장의 발언도 주목받기에 충분하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명맥을 유지하기도 버거운 라선시를 가리켜 “중요한 대외무역기지의 하나”라고 추켜세우면서 “대외활동을 진공적으로(적극적으로) 벌여 대외시장을 끊임없이 넓혀가야 한다”고 지시했다.


다 죽어가는 라선시를 되살려서라도 대외교역을 늘려 `계획경제’ 운용에 필수적인 재화를 확보해 보겠다는 의지가 읽혀지는 대목이다.


불과 반년 전만 해도 개성공단 임금을 4배로 올려달라고 했던 북한의 `예측 불가’ 성향에 비춰볼 때 “대외무역에서 신용제일주의 원칙을 준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한 김 위원장의 발언도 매우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외국의 투자자본 입장에서 북한에 대한 투자를 가장 망설이는 이유 즉, `예측이 어렵다’는 원초적인 우려를 불식시켜 보려는 `우회적 메시지’라는 분석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기업은행 경제연구소의 조봉현 연구위원은 “북한은 화폐개혁 등을 통해 시장을 통제하면서 계획경제를 강화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면서 “김 위원장의 이번 라선시 방문은 대외적으로 투자유치에 중점을 두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 같다”고 말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홍익표 전문연구원은 또 “북한이 내부적으로 계획경제를 운용하면서 수출확대를 도모하는데는 분명히 한계가 있을 것”이라면서 “그 현실적 갭을 메울 수 있을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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