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힐 차관보 만날까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21일 방북함에 따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힐 차관보를 만날까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은 작년 6월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비롯해 그동안 공식.비공식 라인을 통해 대북 협상파로 분류되는 힐 차관보의 방북에 공들여왔다.

특히 힐 차관보는 2002년 10월 제2의 북핵위기를 만들어낸 제임스 켈리 당시 차관보의 방북 이후 가장 급이 높은 미국 정부 인사의 방문이라는 점에서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힐 차관보는 주한대사 시절 “북한에는 1명의 외교관만 있을 뿐이고 그 외교관은 김정일 위원장”이라는 말을 우리 정부쪽 인사들로부터 들으면서 김 위원장 면담에 큰 의욕을 가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힐 차관보의 의욕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작년 6월에는 BDA 문제로 6자회담이 장기공전상태였고 미국의 대북 무시 전략이 극에 달해있던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이 힐 차관보를 면담할 수도 있었겠지만, 현 상황은 북미간 갈등구조가 풀려가는 상황인 만큼 굳이 최고결정권자가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힐 차관보는 방북기간 김 위원장의 외교정책 결정의 오른팔로 간주되는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과 만남이 예정돼 있는 만큼, 북한의 정책의지를 확인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쇄 – 6자회담 재개 – 6자 외무장관회담으로 이어지는 향후 북핵회담일정 속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방북까지 거론되고 있는 만큼 김 위원장의 면담은 히든카드로 남겨둘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00년 10월 김정일 위원장은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미 국무장관을 직접 면담했을 뿐 아니라 집단체조 공연을 함께 관람하는 파격 행보로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만큼 이번에도 라이스 장관과 이벤트로 남겨둘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힐 차관보의 방북이 어떤 자격으로, 무슨 보따리를 들고 갔느냐에 따라 김정일 위원장이 직접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대표단을 초청하는 등 ‘2.13합의’ 이행에 돌입한 가운데 전격 이뤄진 이번 힐 차관보의 방북이 부시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친서’나 ‘구두메시지’ 등을 휴대한다면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서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2005년 6월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의 ‘6.17면담’도 정 장관의 자격이 당국 대표단 단장에서 대통령 특사로 변하고 노무현 대통령의 구두메시지를 휴대함에 따라 이뤄졌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서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관계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피력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할 수도 있다.

한 대북문제 전문가는 “북한의 행동, 특히 북미관계에서 보여주는 북한의 행동은 우리의 상상 범위를 넘어서는 만큼 한마디로 단정하기는 어려워 김정일 위원장과 면담은 다양한 가능성 차원에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하지만 김 위원장이 쉽게 나설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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