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후계논의 중단 지시 배경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최근 내부적으로 후계문제에 대한 논의를 중단할 것을 강력히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일단 표면적인 이유는 후계문제에 대한 논란이 미국과 일본 등 국제사회에서 3대 부자세습으로 일컬어지면서 북한을 비난하는 구실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당 및 군부 측근들에게 “적들이 부자세습하느니 뭐니 하면서 우리를 헐뜯고 있다”며 “간부들과 사회에서 자제분이요, 후계자요 하는 따위의 소리를 하지 못하게 엄격히 단속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복수의 대북소식통은 전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3대 세습과 관련해 국제사회의 ’웃음거리’라는 표현까지 쓴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최근 후계자로 김정철(24).정운(21) 등 김 위원장의 아들이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고(故) 김일성 주석에서 김 위원장을 거쳐 또다시 김 위원장의 아들에 권력이 세습되는데 대해 국제사회에서 ’전형적인 독재체제’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는 만큼 불필요한 비난의 표적이 되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유럽연합(EU)의 발의를 통한 대북인권결의안 채택, 서울에서 열린 북한인권 국제대회 등 북한체제에 대해 국제사회의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국가이미지를 제고하겠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관측된다.

김 위원장은 또 3대에 걸친 부자세습이 이뤄질 경우 자신이 김 주석의 후계자로 선정된 정당성까지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크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그동안 김 위원장이 김 주석의 후계자가 된 것은 부자관계 때문이 아니라 김 주석의 ’혁명위업’을 가장 충실히 이어갈 수 있는 자질을 갖췄기 때문이라고 선전해 왔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후계문제 논의를 외면하는 가장 큰 이유는 권력의 레임덕 현상을 우려한 것으로 대북소식통들은 분석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김 주석으로부터 권력을 승계받는 과정에서 후계자 선정 이후 김 주석의 급격한 권력 약화를 직접 경험한 만큼 이 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이 1974년 김 주석의 후계자로 공식 등장한 이후 10년간 북한에서 김 주석에게 올라가는 모든 보고는 사전에 김 위원장의 검토를 받아야 했고 1980년대 중반부터는 김 위원장이 완전히 장악했다.

김 위원장으로의 후계구도 조기 가시화가 김 주석의 실권으로 이어진 셈이다.

이외에도 최근 핵문제를 놓고 6자회담을 통해 미국과 담판을 벌이고 있는데다 7.1경제관리개선 조치를 통한 경제개혁과 중국 및 남한의 자본을 적극 끌어들이는 부분적 경제개방에 나서고 있는 만큼 자칫 권력의 분산이 국가의 효율적 통제를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일단 김정일 위원장이 최근 후계논의 중단을 강력히 지시한 만큼 앞으로 북한의 권력승계는 더욱 안갯속으로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북소식통은 “최근 북한에서는 후계자 문제에 대한 언급이 과거 그 어느때보다 금기사항으로 되고 있다”고 말해 승계와 관련한 움직임도 수면 아래로 잦아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