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회담 복귀의사 표명 여부 주목

방북 중인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과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7일 단독 면담을 갖고 중대국면에 처한 6자회담 등 북핵문제와 미국의 대북 정책, 남북관계 진전 방안 등을 놓고 의견을 나눴다.

정 장관은 김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전격적으로 이뤄진 이날 면담에서 김 위원장에게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서명이 들어간 문서 형태의 친서는 없다”며 “그렇지만 정 장관이 김 위원장의 면담에 대비해 북한의 핵무기를 포기하는 전략적 결단을 내릴 경우 획기적인 대북 지원을 하겠다는 등 몇 가지 내용을 담은 노 대통령의 메시지를 갖고 평양으로 향했다”고 밝혔다.

북한 당국은 우리측의 김 위원장 면담 요청에 대해 16일 밤 수락 의사를 통보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 장관은 이날 오후 전세기편으로 서울로 귀환한 직후 청와대로 가서 노 대통령에게 김정일 위원장과의 면담 내용을 보고한 뒤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사무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 위원장과의 면담 결과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현직 통일부 장관이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일 위원장과 독대한 것은 지난 2000년 9월 박재규(朴在圭) 당시 장관 이후 5년 만이다.

아직 내용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으나, 김정일 위원장이 6자회담 복귀 등 북핵 문제와 관련해 전향적인 언급을 했을 경우 1년 가량 중단된 6자회담의 조기 재개를 위한 관련국들의 외교노력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정 장관은 이날 면담에서 정 장관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 결과와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북한이 핵포기시 우리측이 제의한다고 했던 ‘중대한 제안’의 내용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핵포기시 대북 체제안전 보장과 실질적인 에너지.경제 지원, 북ㆍ미간 ’보다 정상적인 관계’로 개선을 추진한다는 한미 정상회담의 합의내용에 대한 세부적인 설명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김정일 위원장이 전날 김영남 위원장으로부터 우리측의 세부설명이나 제안을 전달받고 답변을 주기 위해 면담 자리를 마련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럴 경우 김정일 위원장이 6자회담 복귀 시기 등 북핵 문제에 대한 북측의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정 장관과 단독 면담에 이어, 모처에서 정 장관과 6.15 공동선언에 성사에 기여한 임동원ㆍ박재규 전 통일부장관, 최학래 한겨레신문 고문, 김보현 전 국가정보원 3차장, 민간 대표단의 고 문익환 목사의 부인인 박용길 장로, 강만길 상지대총장, 주암회의 김민하 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등을 초청, 오찬을 함께 했다.

정 장관은 이날 김 위원장과의 면담과 오찬을 함께 한 뒤 오후 4시 8분께 숙소인 백화원초대소로 돌아왔으며, ‘좋은 대화를 많이 나누었느냐’는 질문에 밝은 표정으로 “네”라고 대답하고 더 이상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한편 정부는 김정일 위원장 면담 결과를 이날 방한 중인 미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에게 전달한 것을 비롯, 외교채널을 통해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관련국에 전달했다./평양=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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