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허수아비 김일성될까 두려워해”

최근 김정일의 건강이상설, 후계자 본격 수업설이 나도는 가운데 북한의 후계구도가 명확히 정리되지 않는 이유로 “김정일이 말년의 김일성처럼 허수아비가 되는 것을 두려워 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전 체코주재 신발합영회사 사장을 지낸 탈북자 김태산씨는 28일 연세대 학생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김정일이 후계자내정을 주저하는 이유를 두 가지로 설명하면서, ▲ 아버지처럼 말년에 허수아비가 될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고 ▲ 권력을 둘러싼 자식들의 싸움이 두렵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태산씨는 북한 내각 경공업성 간부를 지내다 2002년 입국한 관료 출신.

김씨는 “김일성이 환갑을 맞아 자기 아들인 김정일을 후계자로 내세운 전례에 비추어 보면, 65세인 김정일도 지금 후계문제에 관심이 높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김정일이 김일성처럼 말년에 허수아비가 될까봐 고민하는 것도 사실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일성, 돈 한푼 쓰려 해도 아들 동의 받아야 했다”

그는 “경제실권은 70년대 말부터 김정일에게 넘어가기 시작해 80년대 중반에는 김일성도 돈 한 푼을 쓰려 해도 아들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허수아비가 되었다”며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그가 후계자를 조기에 내정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1980년대부터 경공업위원회(경공업성)에서 김일성에게 올라가던 경제관련 문건들이 김정일에게 집중되었으며, 그의 수표(사인) 없이는 결재가 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또 후계구도가 명확하지 않는 두 번째 이유로 “김정일이 배 다른 자식들의 권력쟁탈전을 눈으로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성혜림과 사이에서 태어난 김정남(36)은 ‘장남 승계’라는 관례대로 후계자의 명분을 갖고 있지만, 만약 정철(26), 정운(24)으로 승계작업이 될 경우 권력쟁탈은 피어린 투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는 또 김정일이 삼촌 김영주를 밀어내는 한편, 이복동생 김평일을 쳐내면서 권력을 승계한 70년대 당시의 시대적 상황도 지금과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김씨는 “70년대는 주민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김일성의 후광으로 김정일이 순조롭게 권좌에 올랐지만, 이후 김정일은 업적이 없기 때문에 권력세습을 합리화 할 명분이 없는 게 고민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씨는 북한경제 회복 전망에 대해 “본격적인 개혁개방을 하지 않으면 북한경제는 절대 일어설 수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현재 북한은 총 전력수요의 약 70%밖에 발전소 건설이 안 되어 있고, 그나마 실가동률은 40%에 못 미치고 있다”며 “전력 배분 1순위로 김일성·김정일 우상화 선전물과 2순위로 군수공업에 전력을 공급하고 나면 대도시도 정전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원자재가 없어 가동을 멈춘 신의주 신발공장, 평양방직공장 실정으로 봐서 남한에서 지원하는 8천만 달러 상당의 경공업 원자재도 군수물자 충당에 상당부분 돌아갈 것”이라고 내다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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