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한반도 정세 확 바꾸려 한다”

제4차 6자회담이 베이징에서 개최되기 직전 한국정부를 중심으로 “제4차 6자회담을 통해 북한이 핵폐기에 전향적으로 나서고, 북한 정세가 극적으로 호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이러한 낙관적 예상은 아무래도 빗나간 화살이 되어버린 듯 하다. 김정일은 이번 6자회담에서 한반도 정치정세를 보다 ‘격동적’으로 이끌고 가려는 것처럼 보인다.

김정일은 ‘전략적 결단’이라는 화려한 수사를 써가며 ‘핵폐기 검토’라는 카드를 꺼냈다. 아니나 다를까 한국정부를 비롯해서 이번 6자회담의 결과를 낙관적으로 예상했던 사람들은 김정일의 ‘전략적 결단’과 ‘핵폐기에 검토’를 같은 의미로 해석하는 ‘착각’에 빠져 있다.

‘핵폐기 검토’는 한미일 동맹을 깨려는 전술

일반적인 관측처럼 북한이 ‘핵폐기 검토’라는 카드를 꺼내 든 것이 더 많은 경제적 지원을 받아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면, ‘전략적 결단’이란 ‘핵폐기 검토’를 의미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핵폐기 검토’는 어디까지나 ‘전략적 결단’을 실행하기 위한 수단(전술)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김정일의 ‘전략적 결단’이란 도대체 무엇을 뜻하는가? 정답은 간단하다.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북한 내외의 정세를 극적으로 반전시키려는 새로운 ‘정치 공세’가 등장한 것이다.

김정일은 ‘우리 민족끼리’라는 구호를 앞세워 ‘남북공조’ 對 ‘미․일동맹’이라고 하는 새로운 정치적 대결의 구도를 그려가고 있다. 그것을 위한 대의명분으로서 ‘핵폐기의 검토’라는 카드를 꺼낸 것이다.

실제 이번 회담에서 등장한 ‘핵폐기 검토’에 대한 상응조치로 요구하고 있는 내용들을 살펴보면 김정일의 노림수를 읽을 수 있다.

첫번째 요구 사항은 김정일식 ‘한반도 비핵화’였다. 그 주된 내용은 미국의 핵항공모함과 핵잠수함의 한국 기항 금지, 한국에 대한 ‘핵우산’ 제공 금지 등이 열거되었다. ‘주한미군 철수’로부터 시작되는 ‘한미동맹 파기’를 계산에 넣고 있는 것이다.

두번째 요구 사항은 ‘한미동맹 파기’에 대한 실천으로써 미국이 북한과의 평화 공존을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의 구축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한마디로 ‘미북 불가침조약’을 체결하자는 것이다.

여기까지 살펴보면 김정일의 노림수가 일목요연 해진다. 만약 김정일이 단순하게 독재체제의 안전 보장만을 원하고 있다면, 굳이 ‘한반도 비핵화’나 ‘미북 불가침조약’ 같이 미국이 쉽게 동의해 줄 수 없는 내용들을 들이 밀며 생트집 잡을 필요는 없다.

그냥 조용히 입 다물고 핵무기만 버리면 자동적으로 안전이 보장된다. 김정일이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에 대한 군사적 위협만 가하지 않는다면 미국이 북한을 손보겠다고 팔 걷어 부치고 나설 일은 없는 것이다.

북 노동당 간부 “미국보다 중국이 더 밉다”

RENK(구출하자 북한민중 긴급행동 네트워크)는 지난 6월, 김정일의 의도를 밝혀내는 열쇠가 되는 ‘비밀 녹음테이프’를 입수했다.

비밀 유지 때문에, 상세한 녹음 경위는 밝힐 수 없지만, 녹음 시간은 약 60분이며, 조선노동당 고위 간부의 목소리가 담겨있다. 녹음 일시와 장소는 지난 4월 초, 북한 국내 정도만 밝힌다. 녹음자는 RENK 소속의 탈북 청년으로 현재 중국에 잠복중이다.

녹음 내용은 ▲북한내부의 경제정세 ▲핵보유 선언과 6자 회담 ▲최근 한국정세 ▲통일 문제에 대한 노동당 고위 간부 증언이다. 상세한 내용에 들어가기 전에, 북한의 ‘6자회담 복귀 표명’이 발표되기 이전에 녹음되었음을 염두에 둘 것을 부탁드리며, 위의 4가지 주제에 대해 요점만 소개한다.(녹음내용의 전문은 RENK 홈 페이지 및 DailyNK에 소개할 예정이다).

첫째로 주목해야 할 것은 ‘핵보유 선언과 6자 회담’에 대한 노동당 간부의 발언이다.

그는 “올해는 매우 대단한 해다”라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북한만이 궁핍하다. ‘고난의 행군’으로부터 계산해 10년, 한국전쟁으로부터 계산하면 반세기가 지났다. 고생의 연속이다”라고 한탄하고 있다. 그는 뜻밖에도 “실제로 가장 미운 나라는 중국”이라며 격렬하게 중국을 비판하고 있다.

“(우리가 고생하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6자 회담에 나오라고 말하는 중국의 외교적 압력이다.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중국은) 복잡한(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우리는)중국에 대해 (대미)공동 보조를 요구했는데, 중국은 (우리에게만)양보를 요구하고, 미국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취해 주지 않기 때문에 (우리만) 더욱 더 어려워진다. 그래서 (작년에) 6자 회담에 참가하지 않는 결심을 했다. 중국이 (우리를) 분명히 지지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강력한 최후적 자극으로서 핵보유를 선언했던 것이다. 중국의 입장이 명백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마지막 수단까지 사용하게 되었다. 중국은 확실히 우매한 나라다. 알맹이를 빼버린 나라가 되어 버렸다.”

그는 정말 미운 것은 미국이 아니고 중국이며, 6자 회담 참가 거부와 핵보유 선언(2월 10일)도 ‘중국의 탓’이라고 주장한다. 6자 회담의 난항을 비롯해 북핵위기의 원인을 뭐든지 ‘미국의 탓’으로 하는 한국정부의 핵심 인사(7월 28일 조선일보)들이 들으면 몹시 놀랄 것이다.

여하튼, 그의 중국 비판을 증명할 수 있는 언론의 보도도 있었다. “지난 4월 말, 북한은 러시아에 대해 6개국 회담을 중국에 대신해 주최하도록 요청했지만, 미국의 반대 등을 고려한 러시아가 수용하지 않았다.” (7월 5 일 워싱턴발 교토통신)

이번 6자회담에서 북한이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고집하는 일본정부를 제외시키려는 움직임이 화제가 되긴 했지만, 정작 북한은 물밑에서 열심히 ‘중국 제외’를 획책하고 있었던 것이다.

북한의 모든 행동은 미국을 향한 ‘표현’

그러면 김정일이 중국의 다음으로 미워하는 미국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고위 간부의 이야기는 갑자기 ‘대포동•미사일 발사 실험’에 관한 ‘폭탄 발언’으로 이어진다.

“북한은 벌써 인공위성(98년 대포동 미사일 발사)을 쏘아 올렸지만, 그것(인공위성)은 바보다. 위성 자체가 바보이고, 김일성 장군의 노래만 흘렸다. 원래 위성은 정찰이라든지 실용 목적을 가지고 쏘아 올린다. 북한은 실용위성을 쏘아 올릴 능력이 없다. 미국을 타격하려는 군사적 목적으로 일부러 어리석은 물건을 쏘아 올렸다. 그런 운반 로켓이 있다고 하는 시위였다.”

‘김일성 장군의 노래’를 흘리는 위성(실제로는 쏘아 올리려다 실패했음)을 ‘바보’로 부르다니 대담무쌍하다. 게다가 대미 교섭의 현상 인식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문제는 향후, 미국이 어떻게 나올까이다. 벌써 성명 발표(핵보유 선언)로부터 1개월 이상이 지났다. 지금까지 세계 앞에서 조선을 붕괴시킨다고 호언해 소란을 피워온 미국이 북한과 화해하려고 하면 딱지(체면)가 서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핵전쟁은 한층 더 할 수 없다. (미국은)당황하고 있을 것이다. 결국, 부시의 북한에 대한 태도는 ‘핵문제는 교섭으로 해결한다’고 되었다. 하지만 북한은 다르다. ‘말에서는 하지 않는다’(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라고 하는 입장에서 대결하고 있다. 보도에서는, 북한에 대한 (부시 정권의)비방 중상이 중요한 일 같이 표명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것이 본질은 아니다. (우리는 미국이)안전 보장의 확실한 담보를 준비한다는 조건으로 교섭하자고 하는 것이다.”

6자회담 복귀는 한국정부에 대한 회유책

그럼 김정일은 어떤 교섭 전략을 다듬고 있는 것인가?

자신의 권력를 최우선으로 하고 미국과 사이좋게 지내려는 김정일은 눈을 돌려 한국을 주시하게 되었다. 반미 기운이 강한 한국 현정권을 ‘한-미-일 삼각 동맹’에서 떼어놓는 정치 공세의 무대로 6자회담을 선택해 ‘핵폐기 검토’를 확실히 준비한 것이다. 녹음에 등장하는 고위 간부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나라의 전도는 어떨까. 갈림길의 한계에는 전쟁 밖에 없다. (유엔 안보리의)경제 제재는 선전포고다. 그렇게 되면, 모든 일로 끝장난다. 그런데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데 맨 먼저에 반대하는 것이 한국이다. 나도 놀랐지만, 한국이 다방면에서 (북한에) 긍정적이다. 한국은 ‘미국은 필요 없이, 우리 민족끼리 문제를 해결한다’는 주장을 꺼냈다.

미국은(우리의 2.10 핵보유 선언 뒤) 북으로 지원을 주지 말라고 한국에 요구했지만, 한국은 모두 지원해 준다. 한국과의 관계가 이와 같이 능숙하게 가고 있는 중에 한국이 핵문제 해결을 요구하기 때문에 북한도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향후(핵과6자 회담에) 어떠한 전진이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올해 2월 말, RENK는 북한 국내와 조총련 간부의 양쪽 모두로부터 ‘6자회담 복귀’ 정보를 입수해 공개했다.(2월 27 일자 「RENK 긴급 속보」참조)

그 내용은 “6월에 6자회담 복귀 표명, 노동당 창건 60주년인 오는 10월까지를 목표로 미•북 협정을 수립한다”는 것이었다.

회담 복귀 표명 자체는 7월로 늦어졌지만, 고위 간부의 ‘증언’과 대체로 일치한다.

경제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정치 정세 뒤흔들어

그러면, 김정일은 한반도의 새로운 정치공세로 무엇을 얻자고 하는 것인가? 당창건 60주년을 맞아 ‘조국통일’이라는 몽상이라도 하고 있는 것인가? 고위 간부는 다음과 같이 군부를 통렬하게 비판하면서 이를 단호히 부정한다.

“당창건 60주년을 맞이해 군부에서는 장군님이 조국통일의 선물을 준비한다고 하지만, 북한 사회를 알지 못하고 말하는 판단이다. (중략) ‘통일’은 즉 전쟁의 승리다. 그것은 장군님만이 결심하고 명령해 인민에게 주는 선물이다. 일부의 군단장이나 지휘관이 조국통일을 마음대로 결정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북쪽 주도로의 남북통일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면, 북한의 당면한 목적은 무엇인가? 고위 간부는 막판으로 몰린 경제와 정치적 현상을 타개할 필요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경제발전을 위해서 ‘7.1 조치’(02년 시장개혁)나 ‘2.1 방침’(04년 기업소 개혁) 등 관리 개선이 이것저것 나왔지만, 국가경제 체제에 본질상의 변화는 없다. 오히려 정치가 안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경제체제에 무엇인가 변화를 일으키는 시기가 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경제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악화된 상태인 지금의 (국내외)정치정세를 격동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이렇게 하는 일(경제관리 개선)마다 실패하는 악조건으로부터 빠져 나갈 수 없다. 지금 군대까지가 배를 빌려 (중국으로) 도망치고 있다. 그러면 인민들은 어떻게 살 수 있을까? 장군님을 존경해, 미국을 굴복시키는 길만이 사는 길이다”

고위 간부의 말을 종합해보면, 지금 김정일 체제는 더 이상 경제와 국제정치적 상황의 악화를 버텨낼 수 있는 여력이 없어 보인다. 이번 6자회담에서도 등장했지만 김정일은 미국과의 관계개선에 집중하려고 한다.

때문에 한국정부가 김정일의 이와 같은 정치 공세에 굴복하지 않고 제정신을 되찾아 ‘한-미-일’ 삼각동맹’을 지켜갈 수 있을지, 여기에 관심을 집중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영화 / 일본 간사이대 경제학부 교수(RENK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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