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한반도정세 완화조짐…2·13조치 이행해야”

김정일 북한국방위원장이 3일 방북중인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을 면담, 최근 한반도 정세를 긍정 평가하면서 모든 당사국들의 2.13 합의에 따른 초기조치 이행을 촉구하고 나서 북핵폐기 프로세스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양 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최근 한반도 정세가 일부 완화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면서 “모든 당사국들은 초기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구두친서를 전달받았다고 조선중앙통신과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외국 주요인사를 만난 것은 북한의 핵실험 열흘뒤인 지난해 10월 19일 후진타오 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방북한 탕자쉬안(唐家璇) 중국 국무위원 면담 이후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그간 건강악화설에 시달려 왔다.

특히 김 위원장이 중국 외교부장을 만나 북핵과 한반도 정세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 시각에서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영변 핵시설 폐쇄와 6자회담 재개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양 부장이 김 위원장을 만나 2.13 합의 초기단계 조치를 빨리 이행하고 6자회담 재개를 서두르자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북-중간 우의는 양국 원로 혁명가들이 우리에게 남겨준 진귀한 유산이며 이런 유산을 후대에 교육시켜 우의를 더욱 강화시키자”고 강조했고, 양 부장은 “9.19 공동성명과 2.13 공동문건은 당연히 전면적으로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긍정적 메시지에 대해 미 국무부도 “북한이 영변원자로를 폐쇄하기 이전에 2.13 합의에서 약속한 5만t의 중유 물량 중 일부를 북한에 공급하는데 반대하지 않는다”고 우호적으로 화답했다.

숀 매코맥 대변인은 기자간담회에서 “궁극적으로 중요한 건 모든 당사국들이 2.13합의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라며 “중유 일부를 절차의 초기에 공급한다는 합의가 있다면 우리는 이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북한의 초기 중유 공급 요청이 2.13합의 조건을 벗어난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IAEA(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도 이날 발표한 IAEA 실무대표단의 방북 활동 보고서에서 “북한은 IAEA의 핵시설 검증.감시 활동에 광범위하게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IAEA 이사회에 영변 핵시설의 폐쇄 및 봉인에 대한 감시활동 승인을 권고했다.

그러나 이 같은 표면적인 긍정적 흐름에도 불구, 북핵 폐기 문제가 1단계를 지나 북한의 모든 핵프로그램 신고와 핵불능화 단계에 돌입하면 또다른 난관에 직면 할 것이라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일본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영변에 있는 핵연료봉 저장시설에 사용후 핵연료봉이 하나도 보관돼 있지 않은 것을 최근 북한을 방문한 IAEA의 올리 하이노넨 사무부총장이 확인했다며 북한이 총 1만6천개의 사용후 핵연료봉을 모두 재처리해 핵무기의 원료가 되는 플루토늄을 추출했을 가능성이 있거나 핵연료봉 저장시설 이외의 곳으로 이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보수적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인 존 볼턴 전 유엔대사는 월스트리트 기고문을 통해 부시 행정부의 힐 차관보 방북 허용은 기존 대북정책의 후퇴, 실패로 끝난 지난 1990년대 빌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정책으로의 회귀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북한은 앞으로 더 많은 양보를 요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양 부장은 김 위원장과 면담에 앞서 김영일 북한 총리와 박의춘 외상과 면담을 가졌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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