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평화적 핵이용 “포기 불가”

한.미 양국은 23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회담을 갖고 북한의 모든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이 폐기돼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북한의 핵폐기 범위는 휴회 중인 6자회담의 최대 쟁점 가운데 하나로 이날 양국은 북한의 완전한 핵폐기, 핵무기비확산조약(NPT) 복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조치 준수 등을 통한 국제사회 신뢰형성 후 북한에 평화적 핵이용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는 원칙적 입장에 동의한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지난해 2월 제2차 6자회담 이후 핵무기 계획은 폐기하되 ’평화적 핵활동’은 보장받는다는 입장을 한결같이 고수하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6월17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핵문제가 해결되면 NPT에 복귀하는 동시에 IAEA 등 국제적 사찰을 모두 수용, 철저한 검증을 받을 용의가 있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물론 평화적 핵이용을 전제로 한 것이다. NPT에 복귀하면 평화적 핵이용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말할 나위 없고 그 이전에도 주권국가의 권리로서 당연하다는 점을 깔고 있는 것이다.

북측은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을 철회할 경우 NPT에 복귀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면서 평화적 핵이용의 필요성을 꾸준히 부각시키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달 중순 평양을 방문한 콘스탄틴 풀리코프스키 극동연방지구 대통령 전권대표에게 북한은 미국이 위협하지 않는다면 어떤 핵 탄두나 폭탄 또는 미사일도 필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동시에 원자력 에너지의 개발 필요성도 강조했다.

풀리코프스키 특사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어 6자 협상과정의 모든 참가국들이 ’장애물’을 만들지 말 것을 촉구했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장애물’은 회담 참가국들이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 계획까지 완전 폐기시키려는 움직임을 지칭한 것이다.

결국 반기문 외교통상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이날 합의는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 주장이라는 가이드라인을 건드려 북측 표현대로라면 6자회담 진전의 ‘장애물’을 만든 셈이다.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 권리에 대한 입장이 최근까지 변함없다는 점은 6자회담의 북한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의 발언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김 부상은 이달 13일 CNN과 인터뷰에서 “누군가가 경수로 운영을 통해 핵무기 제조로 이어질 수 있는 핵활동 가능성을 우려한다면 우리는 엄격한 감독 아래 경수로를 운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엄격한 감독’을 받더라도 경수로를 포함한 평화적 핵프로그램 추구를 계속하겠다는 의지의 표시로, 평화적 핵활동 여부를 불문하고 모든 핵 관련 시설을 폐기해야 한다는 미국의 요구와 상반된다.

김 부상은 6자회담 도중인 이달 5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세상의 모든 나라들이 평화적 핵활동 권리를 갖고 있는데 우리는 패전국도 아니고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왜 핵활동을 할 수 없느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평화적 핵활동을 계속할 권리가 있다는 북한의 주장과 모든 핵프로그램을 일단 폐기해야 한다는 한.미 외교장관회담 결과는 재개 초읽기에 들어간 4차 6자회담의 쟁점이자 걸림돌의 하나가 될 전망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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