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태양절 선물’까지 장마당서 팔린다







▲2009년 김정일 생일을 맞이해 북한 어린이들에게 나눠준 과자세트./자료사진

“북한 장마당에 태양절 선물이 팔린다?”


탈북자 대다수는 이같은 질문에 “선물을 팔면 쌀 1kg을 살 수 있는 돈이 마련되는데 당연한일 아니겠느냐”고 한 목소리로 답한다. 과거 김일성·김정일의 하사품으로 귀한 대접을 받았던 명절 선물이 지금은 생활고를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역할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장마당에는 ‘태양절 선물’을 전문적으로 파는 (판)매대까지 생겼다.


북한은 최대명절인 태양절(김일성 생일, 4월 15일)을 맞아 장군님(김정일) 명의로 전국의 탁아소(4~5세), 유치원생(6세)과 소학교 학생(7~11세)들에게 선물을 하사한다. 물론 김정일 생일인 2월 16일에도 선물을 준다.


보통 선물 봉지에는 과자(400g), 사탕(400g), 젤리(50g), 강정(100g), 껌(5개) 등이 들어 있다. 지역마다 선물의 질에는 차이가 있지만 양은 차이가 없다.


통상적으로 선물 전달식은 생일 하루나 이틀 전에 해당 탁아소·유치원·소학교에서 조직적인 행사로 진행되는데 김정일 생일에는 2월 14일, 김일성 생일에는 4월 13일까지 선물전달이 완료된다.


따라서 선물 전달이 끝난 2월 14일과 4월 13일 오후에 시장(장마당)에 나가면 선물을 파는 매대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주민들은 선물이 팔릴 때까지 시장에서 대책없이 시간을 보낼 수 없기 때문에 팔리는 가격보다 다소 낮은 가격으로 시장 장사꾼에게 넘긴다. 시장 상인들은 이렇게 넘겨받은 선물을 저울에 달아 가격을 책정한다.


선물 한 봉지는 2000원(2008년 기준) 선에서 판매되는데 장사꾼에겐 1500원 정도에 넘겨진다. 때문에 이맘 때면 500원이라도 더 받으려고 시장골목에 선물봉지를 쥐고 서성대는 주민들도 많다고 한다. 500원이면 당시로 따지면 소금 1kg을 살 수 있는 금액이다.


화폐개혁 이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물가가 올랐기 때문에 산술적으로 계산했을 때 선물 한 봉지를 팔면 쌀 1kg을 살 수 있다. 명색이 명절인데 가족들과 따뜻한 밥이라도 해먹기 위해서는 아이들 몫의 선물까지 장에 내다 팔아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탈북자 등에 따르면 이처럼 ‘장군님의 선물’이 장마당에서 팔리게 된 것은 1990년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 시기 때부터다. 주민 대다수가 기아로 고통받았던 대(大)아사 시기에도 김일성·김정일 생일 선물은 중단되지 않고 공급됐다고 한다. 하지만 당장 먹을 것이 급했던 만큼 주민들이 점차 ‘선물’까지 내다팔게 됐다는 것이다.


고난의 행군 시기 이전에는 아무리 생활에 어려움이 있다 해도 선물을 내다 파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히려 태양절과 김정일 생일 아침 “대원수님과 장군님의 하늘같은 사랑에 충성으로 보답하자”는 맹세와 함께 초상화에 인사를 한 뒤 선물을 개봉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왔을 만큼 선물을 귀하게 여겼다.


2000년대가 시작되면서 북한 주민들의 생활상도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시장에서 중국산 물품과 식품들이 팔리면서 사탕, 과자, 과일도 다양해졌다. 고난의 행군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체득한 주민들은 더 나은 생활을 선호했고, 이때부터 아이들의 간식수준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먹는 문제가 어느 정도 괜찮은 가정들은 김(金)부자 선물을 장마당에 내다 팔고 더 맛있고 영양가 있는 중국산 과자나 사탕을 사서 먹인다.


곤궁한 가정의 부모들은 눈물을 머금고 아이들의 간식을 팔아 명절에 먹을 쌀을 마련한다. 대신 아이에겐 옥수수 튀김과자(약 150원)를 사준다. 일찍 철이 든 어린이들도 떼를 쓰지 않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장군님의 ‘하사품’이 시장에 내다팔리고 있지만 당국의 단속은 형식적이다. 2009년 탈북한 함인숙 씨는 “시장에서 선물을 팔고 사는 것에 대한 단속은 일시적으로 진행되지만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렇게 장마당에 나온 ‘장군님 선물’은 중산층 가정들에서 아이들 간식용으로 사간다. 올해 태양절 선물이 지급됐는지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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