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클린턴 통해 ‘관계개선’ 신호 보내”

북한의 김정일이 평양을 방문했던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에게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희망한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제임스 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9일(현지시간) 밝혔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에 앞서 사전 조율을 거치고, 지난 주 클린턴으로부터 방북 결과를 브리핑 받은 존스 보좌관은 이날NBC, CBS, 폭스뉴스 등에 잇따라 출연해 “북한이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미국과의 새로운 관계, 더 나은 관계를 원하고 있다는 점을 내비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정일 위원장과 클린턴 전 대통령이 서로를 존중하고 진심어린 분위기 속에서 3시간 넘게 대화를 나눴으며, 두 사람은 한반도에서 핵무기를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얘기했다”고 밝혔다.

존스 보좌관은 특히 “클린턴 전 대통령은 북한이 진정 국제사회에 편입되길 원한다면 핵무기를 만들 것이 아니라 6자회담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사실을 설명했다”면서도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북핵 문제에 대한 언급은 개인적 견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방북에서) 미국 정부의 공식적인 메시지는 전달되지 않았으며, (북한 당국에) 어떠한 약속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지난 6일 클린턴 전 대통령도 처음으로 말문을 열어 “북한으로부터 어떤 요구도 받지 않았으며, 그 어떤 것도 제안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존스 보좌관은 또 “(클린턴의 방북을 통해) 북한이 얻은 것은 사진 촬영 말고는 없다”며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비핵화 협상에 복귀하면 6자회담 틀 안에서 양자대화를 가질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김정일 위원장이 건강악화설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조직을 완전히 통제하면서 권력을 여전히 쥐고 있는 것 같다”며 “김 위원장은 (클린턴과의 대화에서) 매우 이성적으로 보였다”고 소개했다.

한편,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을 통해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북미 양자대화 관측이 제기되고 있지만 “6자회담 틀을 벗어난 양자 협상은 결코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현직 국무장관의 남편이자 전직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함으로써 미국 정부가 북한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인정한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관련국들에게 줄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오바마 행정부가 클린턴 방북을 인도주의적 차원의 개인활동으로 규정한 것은 북미 양자대화의 시작으로 인식할 수 있는 관련국들의 우려를 감안한 때문”이라며 “미국은 대북제재와 합의사항들을 관련국들과 함께 이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현재 클린턴 전 대통령으로부터 김정일의 언급 내용을 포함한 방북 결과를 토대로 완전한 분석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미국의 대북 정책에 어떻게 반영이 될지 주목되고 있다.

이상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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